제가 먼젓번 기사에서 통계를 통해 보여드렸던 바와 같이, 탈북청소년이 처한 교육적 상황은 남한 청소년들의 것과는 여러 면에서 다릅니다. 따라서 많은 대학들에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입시에서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특별한 제도를 만들어 놓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남한 사회에 와서 적응하는 것만도 어려운데, 대학들마다 다양한 입시 제도 속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고, 정보를 얻기란 탈북 청소년들에게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탈북청소년들에게 대학입시 제도를 소개해주는, 2014 탈북청소년 대학입시 박람회가 6월 24일 이화여대에서 열렸습니다.
본 행사는 대학 입학을 희망하는 탈북청소년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주최하고 공릉, 한빛, 태화 등 세 개의 사회복지관과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이 공동주관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또한, 대학입학을 준비하는 탈북청소년 및 학부모 300여 명과 39개 대학교가 참가하였으며, 약 4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행사 안내를 도왔습니다.
본격적인 행사는 2시에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김일주 이사장의 개회사가 전해졌는데요, 김 이사장은 이 날 자신 역시 북한이탈주민임을 전하며, 탈북 청소년들이 우리의 희망임을 강조하고 이들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한빛종합사회복지관 한철호 관장의 환영사, 통일부 정착지원과 구병삼 과장의 축사가 이어졌고, 송예은 사회복지사(한빛사회복지관)의 재외국민특별전형에 대한 안내와 대학입시박람회에 대한 소개를 끝으로 개회식을 마쳤습니다.
개회사를 전하고 있는 김일주 이사장
이후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유롭게 각 부스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4년제 대학으로는 서울대, 건국대 등 28개 대학이, 2/3년제 대학으로는 명지전문대 등 4개 대학이, 원격 대학으로는 7개 대학, 이렇게 총 39개 대학이 행사에 참가하여 각 부스를 마련하였는데요,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의 부스에 찾아가 해당 대학의 안내지를 챙기고, 입시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박람회에 참가한 39개 대학의 부스
한편, 바로 옆에 있는 다른 공간에서는 색다른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탈북대학생 선배와의 만남인데요, 이 행사는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하나는 재미있는 게임을 통해 선배와 만나는 시간으로, 하늘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사람들이 바로 이 날의 자원봉사자로 온 탈북대학생 선배였습니다. 탈북대학생 선배와 입시를 준비하는 탈북청소년들은 몸으로 하는 게임을 통해 서로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탈북대학생 선배와 게임을 하고 있는 탈북청소년들
그러나 재미있는 게임을 통해 선배와 친해지는 것 말고도, 깊은 고민 가운데 선배의 조언을 원하는 청소년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청소년을 위해 옆에서는 선배와의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역시 하늘색 옷을 맞춰 입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탈북대학생 선배들로, 후배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또 적절한 조언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한 자원봉사자는 자신이 강의 한 번에 몇십 만원을 벌 수도 있는 사람이지만,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러 왔다며, 이 날의 활동에 대한 사명감과 기쁨을 드러냈습니다.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통해 나온 여러 노하우를 전해주는 대학생 선배들의 모습. 분명 서로에게 보람 있는 시간이었을 거라 봅니다.
탈북 대학생 선배들과 고민 상담을 하고 있는 탈북청소년들
본 기자 역시도 몇 개의 대학 부스를 돌아다니며 안내지를 챙기고, 또 설명을 들었습니다. 탈북학생들이 대학입시에서 쓰게 되는 전형은 바로 '재외국민 특별전형'입니다. 대학에 따라 탈북 학생들을 재외국민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아니면 탈북학생들만 따로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재외국민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학들은 일반전형과 매우 다른 방식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어서, 탈북청소년들만을 위한 입시 제도를 설명해주는 대학입시박람회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00% 면접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곳도 있었고, 영어, 수학 등의 과목만을 자체적으로 시험보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또한, 탈북학생은 인원 제한 없이 선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탈북청소년들의, 전략적인 학습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또한 장학금의 경우, 국공립대학을 진학할 경우엔 정부에서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며, 사립대학의 경우는 반액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단, 거주지 보호기간에 해당되는 5년 이내에 대학에 진학할 경우)그러나 사립대학의 경우라 해도 많은 대학들이 자체적인 장학 제도를 통해 등록금의 나머지 반을 채워주고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국가장학금의 확대로 인해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탈북 청소년이라면 거의 대부분은 여러 장학 제도를 통해 등록금을 걱정하지 않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한편, 원서를 접수하게 될 경우 제출 서류로는 공통으로, '북한이탈주민등록확인서'와 '교육보호대상자증명서' '학력확인서'의 세 가지가 있으며, 모두 관할 시군구청에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탈북이라는 어려운 일을 경험하면서 얻은 상처, 그리고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면서 오는 혼란과 충격, 또 정착의 어려움, 그리고 개중에는 복잡한 가정 상황을 가진 학생들도 있습니다. 무연고 청소년, 혹은 부모님 중 한 분이 북한에 계신 청소년 등 말입니다.
그러나 이 박람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대학 입학'이라는 희망을 찾고 있었습니다. 대학입시박람회를 찾아온 이들의 발걸음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삶을 향한 희망, 그리고 남한 사회를 향한 희망을 이들이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희망에 응답하며, 이들의 희망을 응원하는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등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행사였습니다.
남한 사회를 향한 이들의 희망, 그리고 이들의 희망을 응원하는 남한 주민들의 노력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이현정 기자였습니다.
*사진 출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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