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12. 북한의 3차 핵실험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의 로켓발사 이후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는 기존 2차례 결의(1718호, 1874호)를 위반한 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규탄하는 결의안(2087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에 북한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침해한다면서 UN 결의안을 비난하고, 핵실험을 암시하는 ‘중대 조치’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설 연휴가 끝난 다음날인 2월 12일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결국 막지 못할 일이었을까?
안보리 결의안에 불만을 가진 북한은 ‘중대 조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며, 3차 핵실험을 ‘암시’했다. 정확히 말하면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급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일련의 상황들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암시했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들이 이를 방증해주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징후들이 여러 첩보를 통해 확인되자, 국내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이전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앞선 결의안을 통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제재만 언급한 ‘경고’는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보였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대외무역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북한 내 원유 90%와 식량 20% 이상도 중국에서 들여와, 중국이 중대한 제재 조치를 언급하지 않는 이상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 더 타당해 보였다.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어렵다면, 오히려 북한의 핵 능력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핵실험을 방관하여 ‘북한의 핵능력을 확인해보자는 입장’도 존재했다. 결국 어떤 명확하고 구체적인 제재에 대한 하나의 목소리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결과론적으로 ‘핵실험에 대한 관심’만 높였을 뿐 실제 북한의 핵실험을 막지는 못했다. 오히려 북한이 핵실험 했을 경우,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무대’만 만들어준 꼴이 되었다.
국제사회 관심을 위한 북한의 신의 한 수?
3차 핵실험을 이미 강행한 상황에서 보았을 때,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핵실험 나흘 전인 2월 7일 북한의 대외선전용 주간지인 ‘통일신보’는 ‘힘에는 더 큰 힘으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공화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조작한 제재결의를 배격하고 그에 따른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하겠다고 내외에 선포했다며” 중대 조치가 "핵실험인지 그보다 더한 그 어떤 것인지, 공화국이 취하게 될 국가적 중대조치에 대해서는 꼬물 만큼도 모르면서 설레발을 치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추태는 말그대로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통일신보 하단에는 '무소속 대변지'라고 명시되어 있다.
‘통일신보’가 “중대 조치를 핵실험으로 보는 것은 지레 짐작”이라고 언급함으로써 북한이 언급한 ‘중대 조치’가 핵실험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극동연구소의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연구원의 말을 빌려 "김정은 '중대 조치' 잘못해석, 통일신보 보도가 그 신호"라는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일신보’ 보도가 나온 지 나흘 만에 북한은 핵실험을 했고, ‘통일신보’의 보도는 북한 핵실험 예상을 교란하는 데 성공했다. 오히려 핵실험에 대한 관심을 더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국제사회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데 교란작전으로 ‘통일신보’를 활용했다면, 북한은 신의 한 수를 보인 것이다.
북한 3차 핵실험 이후 통일연비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앞으로 대응 전략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재 무용론, 전쟁 불사론, 북한 붕괴론 등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얘기가 있다.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이 북한의 핵 능력을 키웠고, 핵 실험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과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자동차 용어 중 연비는 1리터의 연료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나타낸 수치를 말한다. 각 차종의 공인 연비는 지식경제부가 지정한 시험기관에서 측정하며, 연비는 도로 사정을 감안한다고 하지만 운전 습관이나 교통상황에 따라 공인연비보다 더 낮아진다. 특히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연비는 더 낮아진다. 반대로 한번 가속도를 붙여 일정한 속도로 운전하면 연비가 높아진다. 일종의 시너지(Synergy) 효과와 같다.
실제 대북정책이 일관성 있었든 없었든, 진보든 보수든, 북한 3차 핵실험 이후 긴박해진 동북아 정세에서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요구하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는 것은 자동차 연비가 높아지는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북한 핵실험 이후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을 대북 제재 수단으로 사용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남북 관계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사이에도 지속적으로 가속도를 붙여온 개성공단은 미래 ‘통일 한반도’의 청사진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2004년 처음 문을 연 개성공단은 2011년 처음으로 평균 영업 이익이 흑자로 전환했으며, 평균 매출액은 2009년 9억 원에서 2010년 11억 3200만 원, 2011년 14억 7600만 원으로 성장세를 지속했다. 남북관계의 ‘시험적인 성격’으로 시작한 개성공단이 경제 성장 원동력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대북정책 방향을 결정하는데 좋은 ‘실험’으로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사이 우리는 개성공단 지속 실험으로 맞대응(Tit-for-Tat)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악에는 악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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