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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북핵문제 진단 (1)] 북한의 핵무기, 미국을 겨누다

  안녕하세요? 5기 상생기자단 구희상입니다. 이번 '핵무기를 파헤치다' 시리즈를 통해 제가 평소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핵무기와 북핵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내용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 만큼 최대한 쉽게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현재 한반도의 평화를 헤칠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단연코 북핵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북한이 행하는 군사적, 외교적 도발의 기저에는 핵문제가 깔려있습니다. 그러므로 북핵문제라는 최상위의 이슈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통일이 실현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70년에 무루로아 환초에서 있었던 핵실험 (출처 : http://m.blog.ohmynews.com/gompd/148114)


8500 VS 10

  다음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미국과 북한의 핵탄두 숫자입니다. 미국은 현재 창고에 저장 중이거나 해체를 앞둔 핵탄두까지 모두 포함해서 약 8500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의 핵무기 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략 10여 기 정도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렇듯 북한은 미국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열등한 핵전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6자 회담을 통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어떻게 가능한지 지금부터 천천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http://m.iphotoscrap.com/m.scrap.view.php?q=Oh-seong+Yu&ap=1&df=2

억지와 강제

  위와 같은 상황은 북한이 소수의 핵무기로 미국을 억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핵 억지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먼저 억지와 강제의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억지는 상대방이 어떠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강제는 상대방에게 어떠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유오성이 "나는 한 놈만 패."라고 말하자 상대방은 겁을 먹고서는 싸우지도 않고 도망가 버립니다. 바로 이 상황이 유오성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을 때리지 못하도록 억지한 것입니다. 만약에 이 때 유오성이 상대방의 무릎을 꿇린다든지 엎드려뻗쳐를 시킨다면 그것이 강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미국이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억지하는 것입니다. 


전투에 의한 억지(War-fighting Deterrence)

  핵 억지 유형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전투에 의한 억지'는 압도적인 핵전력을 통해서 상대방의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해버리는 것입니다. 이는 1차 공격만으로 상대방을 초토화시킬 수 있거나 2차 공격능력을 충분히 보유하면 가능합니다. 여기서 2차 공격 능력이란 적의 1차 공격을 받고도 보복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북한이 10여기의 핵무기를 미국에 쏜다하더라도 수 천기의 핵탄두를 가진 미국은 다시 북한에게 보복할 수 있겠죠? 이 때 미국이 2차 공격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룬 영화 'Thirteen days' 우리나라에서는 'D-13'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출처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1171)

상호확증파괴(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

  영어 약자와 같이 흔히 미친 행동이라 일컬어지는 것이 상호확증파괴입니다. 과거 냉전시대에 초강대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은 지구를 파괴해버리고도 남을만한 엄청난 핵전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파괴해버릴 수 있는 상황에 있었습니다. 이처럼 서로가 파멸에 이를 것을 알았기 때문에 미국과 소련 사이에는 핵전쟁이 억지되었던 것이지요.


최소억지(Minimum Deterrence)

  프랑스, 영국, 중국은 각각 290개, 160개, 24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전배치 가능한 핵탄두만 2150개나 있는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전력이긴 합니다만, 10여기 정도를 가진 북한에 비해서는 훨씬 많은 숫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핵무기를 가진 미국이라도 200기가 넘는 핵탄두를 모두 파괴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만약 여기서 살아남은 단 몇 개의 핵무기를 통해 보복을 당한다면 미국이 멸망하지는 않는다하더라도 엄청난 재앙일 것입니다. 따라서 강대국의 모든 핵무기를 제거할 수 없는 한 최소억지에 의해 핵전쟁이 억지되는 것입니다.


실존적 억지(Existential Deterrence)

  실존적 억지는 약소국들 간에, 혹은 강대국과 약소국 간에 작동되는 억지 유형입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전력은 보잘것없지만 서로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힐 것이 분명하기에 핵전쟁이 억지됩니다. 한편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도 실존적 억지가 작동합니다. 현재 북한의 핵무기는 그 숫자도 알 수 없을 만큼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에는 핵무기를 숨기기 좋은 땅굴이 만 개가 넘습니다. 즉 몇 만개의 핵탄두를 떨어뜨리지 않고서는 북한의 핵무기를 모두 제거할 확신이 없는 것이지요. 이 중 단 하나라도 미국 땅에 떨어진다면? 역시 엄청난 재앙일 것입니다.


동북아의 실존적 억지의 구조를 설명해주는 그림 (출처 : 임수호, "북한의 대미 실존적 억지·강제의 이론적 기반", 『전략연구』, 제40호(2007), pp. 144.)


하지만 현재 북한의 기술력으로는 미국 본토까지 핵무기를 발사할 기술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볼모로 삼아 미국을 억지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핵공격을 퍼붓더라도 단 한 기의 핵무기가 서울이나 동경을 공격한다면 그것 역시 미국에게 엄청난 피해이기 때문이지요. 



  지금까지는 실존적 억지를 통해 한반도의 핵전쟁이 억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증가하는 북한의 핵기술과 핵능력은 이러한 억지 구조를 깨버릴 수 있습니다. 또한 궁극적으로 진정한 동북아의 평화와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참고자료]

임수호, "북한의 대미 실존적 억지·강제의 이론적 기반", 『전략연구』, 제40호(2007)

http://mbn.mk.co.kr/pages/news/newsView.php?category=mbn00006&news_seq_no=1185725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8375102&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