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이 주최하는 ‘제 10회 통일 광장 - 고려대 통일콘서트’가 5월 14일 고려대학교 4・18 기념관에서 열렸습니다. 통일 콘서트는 1부 통일 강연회와 2부 통일 기원 공연으로 진행되었는데요, 1부에서는 김태우 통일연구원 원장님과 배정호 통일연구원통일정책 연구센터 소장님께서 강연해 주셨고, 2부에는 이한나 소프라노, 김충성 탈북 뮤지컬 가수, 퓨전 국악팀인 슬립의 공연과 함께 이애란 북한 전통음식문화연구원 대표님의 짧은 토크 시간이 있었습니다.
먼저 김태우 원장님은 북한과 한반도의 안보에 관한 몇 가지 쟁점들과 이에 대해 우리가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요, 그 자세한 내용을 함께 살펴볼까요?
쟁점 1. 동족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어야 하나?
북한은 우리의 동족이지만 동시에 주적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 쪽에서는 동포인 북한과 평화롭게 잘 지내야 한다고 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군사 훈련과 안보 교육을 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북정책도 이처럼 언제나 화해, 협력의 방향과 안보의 방향이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쟁점 2. 극빈의 북한은 더 이상 안보위협이 아니다?
북한이 아무리 극빈 상태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경제적 상태만으로 군사력을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핵 앞에 모든 무기는 무용지물이 되므로 북한은 여전히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대상입니다.
쟁점 3. 김정은 정권 안착인가 불안정인가?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고 동시에 중국의 지지도 따르고 있으므로 김정은 정권은 단기적으로 볼 때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상화의 한계, 군대 및 엘리트층의 권력 암투, 경제난과 식량난, 국제적 고립 등의 문제로 김정은 정권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확실히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쟁점 4. 광명성 3호는 합법인가 불법인가?
북한의 광명성 3호는 엄연히 불법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에게는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외계 조약 ‘특별법’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이 특별법에 따르면 북한은 미사일이든 핵시설이든 모든 핵관련 프로그램을 해체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광명성 3호가 위성이든 위성이 아니든 간에 공중에 로켓을 쏘는 것 자체가 불법인 셈이지요.
또한 북한의 광명성 3호는 ‘위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대내적으로는 군대의 충성을 강요하고 체제를 단속하는 한편 미국에게 직접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 협상력을 제고하려는 목적을 띠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한에게는 비대칭적 군사력으로 남북의 관계를 지배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고요.
쟁점 5. 북핵은 통일되면 우리 것이니 반대하지 말자?
핵이 한반도에 남아 있다면 통일 자체가 불가하므로 이는 어불성설입니다. 통일은 남북한 당사국뿐만 아니라 주변 강대국을 포함한 국제적인 동의가 필요한데, 북핵이 존재 한다면 동의를 구할 방법이 없겠죠.
쟁점 6. 평화적 분단 관리가 더 중요한가 북한의 변화가 더 중요한가?
김정은 체제를 안정적으로 보는 진보 성향의 경우 평화적 분단관리를, 북한 체제를 불안정하다고 보는 보수 성향의 경우 북한의 변화(민주화, 인권 개선 등)를 더 강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두 가지 입장 중 한 쪽에만 치우쳐서는 안 되며, 모두를 고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김태우 원장님은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핵무기는 플루토늄 폭탄이냐 아니면 우라늄 폭탄이냐에 따라 그 위협 수준의 차이가 크게 달라지는데, 후자의 경우 제조 방식이 더 간단하여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이것이 우라늄을 다량 보유한 북한의 핵 실험이 더더욱 위협적인 이유라고 하셨습니다. 또 북한은 회담과는 별개로 핵개발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6자 회담의 효용성은 크게 떨어지며, 핵으로 협박하고 도발하는 등의 핵 그림자 전략을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합니다.
▲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해 설명하고 계신 김태우 통일 연구원 원장님
다음으로 마이크를 넘겨받으신 배정호 소장님은 통일이 민족적 자긍심을 고양시키고 동북아의 평화 번영 및 공동체의 건설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통일 한국이 선진 강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된다는 주제로 강연해 주셨습니다.
▲ 배정호 통일연구원통일정책 연구센터 소장님의 강연 모습
소장님은 강연에서 현재 한국이 절대적 국력치는 강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일본, 정치적으로는 중국-미국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로, 주위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약소국의 위치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 한국의 GDP는 3~40년 사이에 G7 수준에 이르는 것이 가능하며, 북한의 산업화에 따른 일자리 창출, 북한의 풍부한 광물 자원의 활용, 새로운 투자처 확보 등으로 지금의 중견국의 위치에서 선진 강대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훌륭한 가치를 가지는 남북한의 통일에 대해 ‘통일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바탕으로 하는 통일 재원 마련, 한민족의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 국제 사회 및 주변국의 협력이 핵심적인 대비 사항이라고 합니다. 또, 문화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통일에 드는 비용을 단순히 내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으로만 보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2부 통일 기원 공연의 시작은 이한나 소프라노께서 열어주셨습니다. ‘통일 선구자’, ‘그리운 금강산’, ‘넬라판타지아’, 그리고 ‘you raise me up’ 네 곡을 불러주셨는데요, 개인적으로 ‘그리운 금강산’이 제일 기억에 남았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부르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멜로디와 가사 모두가 가장 와 닿았고 반응 또한 제일 뜨거웠기 때문입니다.
▲ 한국 예술 종합 학교의 이한나 소프라노 공연 모습
다음 공연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애란 북한 전통음식문화연구원 대표께서 짧은 토크의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탈북자 출신이신 이애란 박사님은 본인이 탈북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이산가족으로서 느낀 슬픔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통일은 연방제 통일이 되어서는 안 되며 북한 주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정의(正義)’라고 하셨습니다.
이애란 박사님은 통일 비용 때문에 통일을 반대하는 것은 인권 침해를 당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을 생각하지 않는 정의롭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시면서 ‘문화적’, ‘의식적’차원에서부터 시작되는 통일을 강조하셨습니다. 북한과의 교류, 생명, 인권 등을 생각하는 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무력이 아닌 ‘People Power’로 통일을 이루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통일 광장-통일 콘서트와 같은 행사에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독려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두 번째 공연은 북한 가수 출신이셨던 김충성 탈북 뮤지컬 가수께서 꾸며주셨는데요, ‘임진강’, ‘그대도 살아주오’를 불러주셨습니다. 여기서 ‘임진강’은 통일과 직결되는 의미가 담겨 있어 한 때 남한에서 금지곡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충성 가수께서는 이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외에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함을 당부하셨습니다.
▲ 김충성 탈북 뮤지컬 가수의 공연 모습
마지막 공연은 퓨전 국악 팀인 ‘슬립’이 빛내주셨습니다. 전통 국악의 가락이 빠르고 흥겹게 이어져서 공연을 보던 모든 관객들이 함께 박수를 치며 감상했고, 익숙한 아리랑의 선율이 흘러나올 때에는 다함께 노래도 부르며 공연이 훈훈한 분위기에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 퓨전 국악 팀 ‘슬립’의 공연 모습
‘제 10회 통일 광장 : 고려대 통일 콘서트’는 통일과 남북한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고 좋은 공연도 볼 수 있었던 뜻 깊은 행사였는데요, 궂은 날씨 탓인지 빈자리가 많이 보여 아쉬웠습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열릴 통일 광장-통일 콘서트에는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특히 앞으로 통일 주역이 될 젊은 대학생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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