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영상제>
'The Fact'- 3차상영회
안녕하세요. 5월 15일에는 고려대학교 4.18기념관에서 북한에 대한 영상도 보고 탈북자와 대화 시간도 가질 수 있는 북한인권영상제가 열렸습니다!
이날 본 영상은 "A State of Mind"(어떤 나라) 라는 영화인데요,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집단체조"라는 것에 대한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외국의 기자가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촬영을 진행하는 형식의 영상이었죠.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현순"이라는 북한 여학생이었습니다. 현순이는 여고생으로, 체조선수입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생일같은 중요한 행사 때는 엄청난 인원이 동원되는 "집단 체조"라는 것을 선보입니다. 우리가 2002 한일 월드컵 때 보았던 카드섹션과 비슷한데요, 수만 명의 인력이 동원되는 엄청난 규모의 쇼입니다. 집단체조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은 북한의 최근 100년 간의 혁명 역사, 그리고 북한의 "어버이"인 김일성, 김정일을 우상화 하는 내용입니다.
영상에서는 이러한 집단체조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장면도 많이 있었습니다. 북한의 가정집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을 모시고 있고,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즐겁게 하기 위해 부르는 동요조차 김정일을 우상화하는 내용의 가사인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동요인 줄만 알았는데, 자세히 가사를 들어보니, "용감 용감 김정일 유일한 주체자" 와 같은 가사였습니다. 이러한 대목들에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 곳곳에서 그들의 수령에 대한 우상화가 깃들어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은 인터뷰에서,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1995년에 있었던 흉년에 대해서도 거의 처음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엄청나게 힘든 시기라, 통강냉이죽으로 배고픔을 이겨냈다는 북한 주민의 증언은 당시 얼마나 북한 경제가 힘들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상에서 그 주민은 지금은 훨씬 배급이 나아진 상태라고 증언했다만, 외부에 보여지는 영상인 만큼 얼마나 정확한 증언인지는 알 수 없겠죠.
영화 상영 후 이어진 탈북자와의 대화 시간에는 2010년에 북한에서 한국으로 오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과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그분께서는 강원도 평강 출신으로, 북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성적이 우수했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희망했지만, 완강하신 부모님의 반대와, 북한의 부패한 입학 과정으로 인해 여군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분도 고모부의 도움을 받아 좋은 자대로 배치를 받았는데, 그곳은 고위층의 자제들이 모여 있던 부대였습니다. 그 부대의 여군들은 평양에 위치한 부대 소속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눈이 있기 때문에 상사의 심부름을 하러 부대 밖에 나갈 때에는 외제와 명품 옷으로 치장을 하고 나가야만 했습니다. 평범한 중간 계층이었던 이 학생은,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에 회의감을 느끼고 다른 지역의 부대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중, 어머니와 남동생이 탈북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학생은 자신이 일하던 곳에서 떠나야만 했다고 합니다. 고향으로 돌아와서 이런저런 곳에 직장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가족이 탈북을 했다는 사실이 여러 면에서 장애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기력한 와중에 한국에 있던 어머니와 연락이 되면서 탈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파란만장했던 새터민 학생의 이야기에 오늘 참석한 50여 명의 학생들은 경청하다가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되자 열성적으로 궁금했던 점을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Q. 우리 정부의 새터민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아무래도 탈북자들은 한국 사회의 소수 계층이다 보니, 일반 한국 사람들과 경쟁할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요. 정부에서 새터민들에게 기회를 열어준다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일반 한국인들과 그저 같은 기회를 열어주는 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새터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다른 한국 사람들과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새터민을 바라보는 시선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또한 필요합니다.
Q.탈북자를 부를 때 어떻게 부르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A. 어떤 북한이탈주민 분들은 탈북자나 새터민이라고 불리는 것을 차별이라고 생각하시기도 해요. 같은 한국사람인데 왜 그렇게 구분하냐며 말이죠. 그런데 제 생각에는 탈북자든 북한이탈주민이든 새터민이든 상관없는 것 같아요. 탈북한 것은 사실이고, 그런 명칭에 신경을 쓰다 보면 너무 상처받을 일이 많아 질 것이기 때문이죠.
Q. 북한의 여군 생활을 해보셨으니, 한국의 군대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상당히 예민한 문제이지만, 제 생각에는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무감이 없는 상태에서 군대를 가는 것은 무의미하고, 또한 나라를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군인 정신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지, 누군가 강제로 시켜서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남한 군인들에 비해 북한의 군사들의 정신력은 그런 면에서 좀 위협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것이 우리가 북한군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되는 이유 중 하나이죠.
Q. 통일이 되기까지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A.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는 공부를 하다 보니 인권이나 법 쪽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북한의 인권을 밝히는 변호사나 인권을 위한 운동가가 되고 싶어요. 통일을 위해서 남한의 많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시는데 북한의 상황을 직접 경험한 저같은 새터민들과 함께 통일을 위한 해결책을 찾는다면 더 효율적이고 상황에 맞는 방법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서 통일이 와서 제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 살고 싶어요. 북에 계신 가족들도 걱정이 되고, 무엇보다 제가 자란 고향이니 꼭 통일이 되어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약 두 시간동안 진행된 이번 영화 상영은 저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기회였습니다. 특히 북한 사람들의 인식 속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사회주의 사상과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를 그들의 생활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상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다 보면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뿌리를 가진 한 민족이라도, 생각하는 양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남한과 북한이 통일을 하게 되어서 하나의 나라를 꾸릴 때, 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모두가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새터민 학생 분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서 그 급박했던 탈북의 순간과 제가 태어나서부터 누릴 수 있던 '자유'라는 가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에 대한 더 많은 책임과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통일이 되어서도, 제가 이날 느낀 것은 계속 마음에 새기고 있어야 하겠지요. 이야기를 들려주신 학생의 용기와 솔직함에 박수를 보내면서 이번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통일 미래 길잡이 > 현장과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0회 통일 광장 : 고려대 통일 콘서트 (0) | 2012.05.24 |
---|---|
제9기 대학생 북한 전문가 아카데미 (1) 김태우 통일연구원장의 '통일로 가는 길' (0) | 2012.05.24 |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국제심포지엄] 북한과 동독 이탈주민의 사회통합 (3) (3) | 2012.05.23 |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국제심포지엄] 북한과 동독 이탈주민의 사회통합 (2) (3) | 2012.05.21 |
60년 전, 그 길을 다시 걷다 (0) | 2012.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