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그 길을 다시 걷다
4월이 끝나고 5월이 시작한 것이 바로 어제만 같은데, 벌써 5월도 반 이상이 지나버렸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어르신들께서 세월이 빠르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전에는 이해가 잘 안되었는데 스물다섯이 된 지금은 저 스스로가 하루하루 그것을 실감하고 있으니,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만큼 더 우리가 꿈꾸는 통일 미래의 한반도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되니 위안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시다시피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이 있는, 우리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새삼 마음속에 떠올려 보는 가정의 달입니다. 이 외에도 많은 날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우리를 감성에 젖게 하는 날은 공휴일인 석가탄신일도, 어린이날도 아닌 어버이날일 것입니다. 어버이날은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효 사상을 일깨워 주기위해 만들어진 날인데, 예전보다 가족 간의 유대가 약해지고 학생들이 점점 안하무인이 되어 간다고 하는 오늘날에도, 지난 8일 어버이날에는 전국의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로부터 카네이션과 선물을 받고 즐거워 하셨을 것입니다.
평상시에 부모님을 속썩이던 말썽쟁이도, 매일같이 반찬투정을 하던 어린아이도 이 날만큼은 순둥이가 되어 온 가족이 웃음꽃을 피우는데요, 이렇게 행복한 날에 더욱 슬퍼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전쟁으로 인해 부모님과 가족을 잃은 납북자 가족 분들이 그들입니다.
납북자 가족들은 매년 5월이 되면 더욱 더 깊어지는 아픔에 슬퍼해 왔지만 얼마 전의 5월 8일 어버이날은 이들에게 조금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될 듯합니다. 납북자 가족들은 이날 6. 25 전쟁 당시 북한에 의해 납치되어 끌려가던 길을 따라 걸으며 납북자 문제를 환기시키는 ‘6. 25 전쟁 납북 길 따라 걷기’ 행사에 참여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 행사를 마련한 6. 25 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는 “작년 말 납북피해자들의 진상 조사를 위해 ‘6. 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 위원회가 조직되었지만, 납북자 가족의 신고가 저조하여 정확한 조사가 어려운 상황” 이라며 전시 납북자들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고 아직 미신고 상태인 납북자 가족의 신고를 독려하고자 이 행사를 마련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이 행사에는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이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납북자 가족들은 오전에 서울 서대문 형무소 독립공원을 출발하여 서대문역, 세종로 사거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이르는 3km 구간을 걸으며 납북 신고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이른 5월답지 않게 상당히 더운 날씨여서 대부분이 고령인 참가자들의 건강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50여 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구간을 완주하며 행사를 성공리에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북에 있는 가족들과 직접 옆에서 함께할 수는 없었지만 모든 참가자 분들이 60여 년 전 그들이 걸었던 길을 함께 따라 걸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납북자들이 느꼈던 감정을 공유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이, 슬프면서도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무언가의 희망을 주었습니다.
비록 이 한 번의 행사가 납북자 가족 분들이 그동안 겪어온 슬픔을 완전히 씻어내지는 못하겠지만, 납북자 가족들은 과거 납북자들이 걸었던 그 길을 가족들이 똑같이 함께 걸으면서 조금이나마 마음에 담고 있었던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도입부에도 밝혔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통일의 미래 또한 그만큼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7천만 동포 모두의 염원인 통일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서 납북자를 포함한, 이제 대부분이 고령인 이산가족들의 아픔이 속히 아물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은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또 다른 확실한 방법일 것입니다.
통일 미래의 꿈, 우리가 앞당길 수 있습니다!
상생기자단 제5기 김성훈 기자(동국대학교, khmh1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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