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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통일에 대한 아름다운 거짓말 : <굿바이 레닌> 그리고 <간 큰 가족>

독일이 통일되지 않았다고 거짓말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한국이 통일되었다고 거짓말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도대체 이 가족들은 왜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요?



통일이 되지 않았다고 거짓말하는 가족을 다룬 영화 <굿바이 레닌>은 공산주의 체제 하에 있던 동독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아버지는 주인공 알렉스가 어렸을 때 가족을 버리고 서독으로 도망가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는 남편의 자리를 당의 충성으로 채우며 주인공인 아들을 키워가게 됩니다. 그리고 독일이 통일되기 바로 전에 주인공인 아들이 당에 맞서 시위하는 것을 발견하고 심장마비로 병원으로 실려가 혼수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사이 동독과 서독은 통일을 하게 되고 주인공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문화를 한껏 체험하며 그것이 일상이 되어갑니다. 독일 통일 후 8개월 후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깨어나게 되었지만 매우 위험한 상태여서 충격을 받으면 언제 다시 상태가 나빠질지 모른다고 하며 절대 안정을 권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독일이 통일되었다고 하면 어머니가 받을 충격을 걱정하여 거짓말을 시작합니다. 서독으로 이사 온 것을 숨기기 위해서 예전 방과 같이 꾸미는 것부터 나중에는 친구와 동독뉴스를 촬영하여 보여 드리는 등의 온갖 노력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 갑작스러운 위기가 찾아오고 주위 사람들과 부딪히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동독과 서독이 통일되었다는 마지막 뉴스를 촬영하고 어머니께 보여주는데 어머니는 아들을 애잔한 눈으로 바라보며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눈을 하며 쳐다보며 놀래주는 척을 해줍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유언에 따라서 화장하여 재를 폭죽 로켓에 실어서 하늘로 날려보냅니다. 





통일이 되었다고 거짓말하는 가족을 다룬 영화 <간 큰 가족>은 자본주의 체제 하에 있는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가족의 아버지는 6.25 전쟁 때 원래 가족과 떨어져 홀로 한국으로 내려온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분단된 뒤 한국에서 다시 가족을 꾸리고 살고는 있지만, 이북에 있는 가족들을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을 하며 사는 실향민입니다. 어느 날 이산가족상봉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나오다가 계단에서 굴러서 크게 다쳐 이제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아들은 유언장을 보게 되는데 거기에는 통일이 되면 50억의 가치를 가진 땅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통일이 되지 않는다면 이 땅을 통일부(!)에 기증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큰 빚을 지고 있어서 매일 빚 독촉을 받는 입장이었기에 이 돈이 매우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그때부터 남북한이 통일이 되었다는 거짓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신문, 뉴스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아버지가 갑자기 건강이 좋아져서 마을에 돌아다니자 국정원으로 가장해 가상 통일마을이라고 마을 전체를 속여서 통일이 된 것처럼 행동하게 하는 대담한 사기극까지 저지르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던 중 북한 서커스 공연을 흉내 내다가 다른 주민의 신고로 적발되고, 아버지는 충격으로 다시 앓아눕게 됩니다. 그러던 중 이산가족상봉 프로그램에 선정되어서 아프신 아버지를 데리고 북한으로 가지만 거기서 다시 아버지가 쓰러져 아들이 대신하여 아버지의 이북 딸을 만나러 갑니다. 하지만 거기서 만난 사람은 아버지의 친척이었습니다. 딸은 이미 죽고 없었던 것이었죠. 아들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친척을 딸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었죠. 그렇게 아버지와의 상봉을 시키고 아버지는 며칠 뒤에 아들에게 거짓말이라도 그렇게 만들어준 아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유언장과 함께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굿바이 레닌>과 <간 큰 가족>은 통일에 대한 거짓말을 다룬 영화로 독일과 한국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영화입니다. 분단을 경험했고, 경험하고 있는 나라들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전체적인 구조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굿바이 레닌>은 통일을 이룬 후의 독일, 그리고 공산주의 쪽의 시각을 제시하였다면 <간 큰 가족>은 아직 통일을 이루지 못한 한국, 그리고 자본주의 쪽의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간 큰 가족>은 전형적인 한국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에 앞부분에 코믹한 장면을 배치하고 결말 쯤에 이르러서 감동적인 장면을 배치하였습니다. 앞에서는 주로 아버지를 속이기 위한 아들의 힘겨운 사투를 코믹하게 그려내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마지막 부분에는 아버지의 평생소원인 이북의 딸과의 만남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아들에게서 우리는 남과 북은 한민족이고 다시 만나야 하며 통일을 꼭 이뤄야 한다는 매우 당위적이고 감정적인 것을 느끼게 하고 당연히 통일 영화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와 달리 <굿바이 레닌>은 한국과는 다른 시각을 보여줍니다. 독일의 코미디영화라고 소개는 되어있지만 드라마적인 부분이 더 강조되었으며, <간 큰 가족>보다는 어둡고 담담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독일 영화의 특징으로도 볼 수 있지만, 통일 영화의 관점으로 본다면 독일은 이미 통일을 한지 많은 시간이 흘러 이미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으며, 이미 지나온 통일의 과정에서 성급한 나머지 미흡한 대책을 가진 통일이었기에 거기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나타났고 그것을 몸소 겪은 감독은 영화 속에 구체적으로 주인공이 겪는 현실로 통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독일과 한국의 통일에 대한 시각을 보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굿바이 레닌>의 마지막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주인공은 담담하게 여자 친구와 같이 통일된 독일 내 아파트 베란다에서 주인공은 평범히 불꽃놀이를 보면서 끝을 맺습니다. 그에 비해 <간 큰 가족>의 마지막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아들은 남겨놓은 유산을 상속받고 가족들끼리 화목하게 이야기하며 끝납니다. 물론 통일은 매우 기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통일이 동화 속 이야기처럼 ‘그렇게 끝나고 주인공은 행복하게 살았더랍니다.’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통일은 우리의 삶이 될 것이며 이는 더 구체적으로 보아야 하며,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의 시각에서도 생각해보고 대책을 마련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주말 <굿바이 레닌>과 <간 큰 가족>을 보면서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