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국을 브랜딩하다?"
'통일은 통일이고, 브랜딩은 브랜딩인데, 통일한국을 브랜딩한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분명 이 문장을 보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올해『통일한국 브랜딩』이라는 책이 발간되어 북한, 통일관련 논의의 장에 큰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책은 '마케팅의 눈으로 본 한반도 브랜딩 전략서'라는 제목에서처럼, 통일에 마케팅적 시각을 결합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본 색다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통일'과 '경영'의 결합은 앞서 지난 2008년 서강대학교 전준수교수 외 5명이 집필한『북한 젊은이들을 위한 경영학원론』이라는 책에서도 시도된 바 있습니다. 이 책은 이해하기 어려운 경영학 용어들을 쉬운 우리말과 북한식 표현으로 바꾸어 출간한 경영학 원론서인데요, 집필 과정에서 탈북 대학생들이 참여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던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3년 뒤, 이번에 출간된 『통일한국 브랜딩』은 경영학 이론서라기보다는 통일에 '마케팅'이라는 영역을 입혀, 통일 논의에 색다른 상상력을 부여하자는 내용의 톡톡튀는 기획서같은 느낌이랄까요.
실제 책 내용을 살펴보면 첫 머리에서부터 '초코파이'라는 소재로 스토리텔링을 시작하여 우리 주변에 있는 다양한 소재들이 통일과 연관지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초코파이로 시작하여 상상력, 블루오션, 넛지 효과, 마이크로 크레딧, 디자인, 디아스포라, 도시마케팅, 싱크탱크 등 기존의 북한과 통일 관련 서적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하여 기존에 독자들이 가지고 있던 통일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립니다.
보통 통일 하면 어렵고, 정치적이고, 무겁고,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지만, 그러한 기존의 인식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핵심적 힘은 바로 '상상력'과 '통섭'에 있습니다.
이 책은 마케팅적으로 바라보았지만 '상상력'이라는 보편적인 화두를 던지며, 누구든 통일에 있어서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통일 관련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요즘에는 물도 단순히 물 자체가 아니라 컨셉, 이미지를 입혀서 마케팅을 하곤 합니다. 평범한 물에 다양한 색상과 얽혀 스토리를 입힌 '비타민 워터'가 뜨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통일학적 상상력을 입히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DMZ 하면 보통 비무장지대를 떠올리겠지만, 또 청정과 자연, 친환경의 이미지 또한 결부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DMZ의 깨끗한 환경적 이미지를 물에 입혀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 또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꼭 기업의 마케팅 영역이 아니어도 우리 개개인의 삶에는 통일과 밀접하게 연관지을 수 있는 것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을 뿐, 통일이 지금보다 조금 더 가시화되는 시점에는 너무도 많은 개개인의 스토리들이 통일의 촉매제이자 통일 후 비전으로도 작용할 것입니다.
이처럼 『통일한국 브랜딩』에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각, 정치적인 사안을 벗어나 보수와 진보가 하나되어 손잡을 수 있는 공감의 통일을 말하고 있습니다.
마침 이 책을 읽은 이예원, 최수지 기자는 이번에 『통일한국 브랜딩』 저자와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통일을 공부하는 두 명의 대학생 기자와 통일한국을 꿈꾸는 두 명의 청년이 만나서 나누는 특별한 대화,
지금부터 한 번 들어보실까요?

『통일한국 브랜딩』을 쓴 전병길, 박일수 저자를 만난 곳은 이대역 부근의 '통일을 준비하는 카페' Lapaz's였습니다.
라파즈는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카페로, 공정무역 커피를 파는 착한 가게라며 저자분들이 특별히 소개해 준 공간이었습니다.

이 특별한 의미가 담긴 장소에서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경영학도인 이 기자와 북한학도인 최 기자가 각각『통일한국 브랜딩』을 바라보는 시각은 차이가 있었는데요.
그래서 이번 인터뷰 또한 또한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내용을 정리해서 구성해 보았습니다.
Q. 각자 법학, 경영학을 전공하고 북한학 석·박사 과정을 거치셨는데, 통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이 책을 쓰시게 된 동기가 있다면?
전병길(이후 전) "통일이라는 가치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01년이었다. 한국리더십학교의 과정을 통해 통일한국과 리더십을 접했고, 또 거기에서 지금의 공동 저자를 만났다. 분단 이후 이어져왔던 통일에 대한 당위성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북한과 통일에 대한 많은 연구 보고서와 소식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지만 대부분 남북 및 국제관계 정세분석 위주다. 통일을 어떻게 이루어야 하고 통일한국이 과연 어떤 나라이고 우리에게 어떤 유익을 줄지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여 제시하게 된 개념이 바로 통일한국 브랜딩이다. 이론적인 엄밀성보다는 경영학적 접근을 통해 통일 시대에 직면할 과제들을 상상력을 바탕으로 기술하고자 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여 제시하게 된 개념이 바로 통일한국 브랜딩이다. 이론적인 엄밀성보다는 경영학적 접근을 통해 통일 시대에 직면할 과제들을 상상력을 바탕으로 기술하고자 했다."
Q. 통일한국을 브랜딩한다는 아이디어가 기발한데요. 이런 아이디어를 구상한 이유가 있다면?
전 "동독의 드레스덴을 갔을 때, 거기서 나는 통일한국의 도시마케팅을 떠올렸다. 드레스덴은 역사의 도시, 북쪽의 베니스라 불릴만큼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중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문화 등이 어우러진 드레스덴만의 독특한 개성을 도시마케팅 전략에 적절히 활용하는 것을 보고, 통일한국에는 그런 곳이 어디가 있을까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Q. 책에서 통일한국의 도시 중에서도 개성을 도시마케팅 전략으로 국가브랜딩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 제시 부분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전 "개성은 3가지 면에서 매력적인 마케팅적 요소를 가진다. 첫째로, 고려시대 한반도의 중심도시였다. 둘째로, 개성은 벽란도라는 국제 무역항이 있었던 국제 도시로, Korea라는 이름도 이 때 유래되었다. 마지막으로, 개성은 개성상인을 낳았고 현재는 남북 경제협력의 대표적인 상징인 개성공단이 들어섰다. 더불어서 개성은 남과 북을 동시에 경험했다는 점에서 남북을 아우르는 혼종성이 가장 짙은 공간이다.
이런 점에서 개성은 우리의 전통과 문화의 가치가 스며있는 남북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도시다. 북한이 도시마케팅을 하는 데 있어서 개성은 큰 매력을 가진다.
이처럼 잊혀져왔던 각 도시만의 역사적인 스토리를 발굴하고, 개성공단 상품을 명품 브랜드화 하는 것과 같이 그 도시만의 특징을 이용하여 통일한국을 알리는 국가브랜딩으로도 이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개성은 우리의 전통과 문화의 가치가 스며있는 남북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도시다. 북한이 도시마케팅을 하는 데 있어서 개성은 큰 매력을 가진다.
이처럼 잊혀져왔던 각 도시만의 역사적인 스토리를 발굴하고, 개성공단 상품을 명품 브랜드화 하는 것과 같이 그 도시만의 특징을 이용하여 통일한국을 알리는 국가브랜딩으로도 이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Q. 지금까지 제가 북한학을 공부하면서, 북한과 통일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정치학 외에 타 분야에 대한 연구나 실질적인 접근이 적었고, 반대로 타 전공자들은 통일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박일수(이후 박) "모두가 통일운동가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가는 영역에서 통일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처럼 법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통일을 위해 그리고 통일 이후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다양한 것들이 있다. 나는 대북지원단체에서 있으면서 북한에 나무심기, 연탄 나누기 등의 일을 해보았는데 이처럼 기업이나 NGO에서도 다양하게 북한과의 교류를 시도한다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이번 여름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고 러시아 대륙을 다녀오셨다고 들었는데.
박 "윗쪽으로는 길이 막혀 섬나라같은 답답함으로 인해 상상력이 많이 제한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처음으로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고 대륙으로, 넓은 땅으로 가보니까 지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곳 사람들의 드넓은 기상을 느낄 수 있었다. 시베리아를 실제로 가보니까 땅이 정말 넓더라. 앞으로는 이렇게 막혀있던 상상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철도 타고 평양과 신의주로, 그리고 시베리아로, 저 너머 유럽까지 대륙을 횡단하는 것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통일한국 브랜딩』 책을 들고. 왼쪽부터 이예원, 최수지 기자^*^
다음 기사에서는 '예원이의 시선'으로 본 『통일한국 브랜딩』저자와의 인터뷰 2탄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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