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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1박 2일" 남북대학생들이 만나

 

"1박 2일" 남북대학생들이 만나 

 

남북 대학생들이 만났다. 취업준비, 해외 어학연수, 스펙 쌓기 등에 분주한 여름방학을 뒤로하고 남과 북을 알아가기 위한 캠프에 나섰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True-Friends 여름캠프”는 남한 대학생 35명, 탈북 대학생 35명을 비롯해 10여명의 스태프가 참가해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이번 캠프는 공릉종합복지관(서울 북부 하나센터)이 주최하고 통일부가 후원하는 가운데 북녘 땅과 인접한 강원도 고성군 아야진 해수욕장에서 진행되었다.

 

통일부 잠정 집계에 따르면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수는 1만 6천 여 명에 달한다. 남한 내 탈북자 입국 추이가 해마다 증가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정책과 사회적 관심 및 지원도 다양해 졌다. 하지만 엄연하게 존재하는 문화적 이질감이나 가치관의 차이로 사회적응 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탈북과정으로 인한 장기간의 학습공백으로 남한 대학생들에 비해 학업수행 능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또 심리적인 불안정으로 남한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와 친숙도도 결핍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남북한 대학생들의 원활한 소통과 폭넓은 이해를 위해 공릉종합복지관에서는 2005년부터 “True-Friends 여름캠프”를 진행해 왔다. 따라서 이번 캠프의 목표는 탈북 대학생들은 학업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대학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 획득 기회를 얻고, 남한 대학생들은 북한 사회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향후 대학생활을 해 나감에 있어 상호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있다. 또한 캠프 이후에는 대학생활 적응 및 졸업 후 진로지원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관계형성을 활발히 진행하는 데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공릉복지관 김광훈 사회복지사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목적은 항상 같다. 남북 대학생들은 학생이라는 사회적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에 사회에 대한 관심이나 고민도 비슷하다. 따라서 이들에게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제공해 공감의 장을 마련하고,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 그럼 긴박하고 치열했던 남북대학생들의 1박 2일 현장을 찾아가 보자.

- 서먹하고, 긴박했던 첫째 날

장마의 기운으로 우중충했던 7월 24일 아침 8시.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공릉종합복지관으로 순수함을 머금은 대학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젊음의 향초가 타오르는 대학생들의 표정에는 생기와 기대감이 역력했다. 그렇게 모인 80여 명의 남북 대학생들은 두 대의 버스에 나누어 탑승해 강원도 아야진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강원도 캠프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8개의 조로 나누어졌고, 각조별로 숙소를 배정받아 짐을 풀었다. 각 조는 남북 대학생들이 반반씩 속해있었는데 이는 조원간의 팀워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각조의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팀명을 정하고 해변가에 집결했다. 이곳 아야진 해수욕장에는 캠프 참가자들을 위한 “해변 미니올림픽”이 준비돼 있었다.

 

 

“해변 미니올림픽”에는 총 13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프로그램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특별히 외부 진행자를 섭외하기도 했다. 13개 프로그램에는 멤버 간의 일체와 조원들의 단합을 유도하기 위한 알찬 내용들이 마련되었다. 남북 대학생들은 몸으로 부대끼면서 혼신의 힘을 다했고 승리를 확신하는 얼굴들에는 비장함마저 비쳐졌다. 승자와 약자도 없는 통합을 위한 축제 그 자체였다.

 

“해변 미니올림픽”과 저녁식사를 마친 후 참가자들은 강당에 모였다. 각조마다 준비한 상황극을 통해 서로를 배워가는 시간을 마련한 것. 캠프 참가자들은 “대학문화 및 대학생활”이라는 주제를 놓고 각 조별로 토론한 내용들을 발표했는데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연애관, 언어 차이, 대학생활의 고민들을 조의 특성에 맞게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분단으로 인한 남북 간의 차이보다는, 서로 모르고 살아왔던 삶을 배우려는 자세가 돋보였다. 조별 발표를 마치고 이어진 바비큐 파티는 서로에 대해 궁금했던 점과 마음 속 고민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깊어가는 밤 아쉬웠는지 오랫동안 담소를 나누는 참가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 아쉬움만 가득했던 둘째 날 이야기

 

 

둘째 날은 초대 하나원 원장과 남북출입 사무소장을 지닌 김중태 전 통일부 기획조정실장의 특강이 있었다. 김 전 실장은 인사말을 통해 “만남에서 시작되는 것이 인간관계”라면서 남북 대학생들이 함께한 이 자리가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의 문화차이는 사회학습과 정치사회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지만, 편견과 선입견은 쉽게 극복할 수 없는 큰 장애라고 설명했다.

또 “탈북 주민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것이 남한사람들의 편견”이라면서 많은 남한 주민들은 북한에 대해 무조건 부정된 것, 틀린 것이라고 여기고, 조그만 차이를 보여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정된 것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단지 문화차이로 인한 인식의 차이이기에 이에 대한 포괄적인 수용자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푸쉬킨 시인이 남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읊으면서 특강을 마쳤다.

 

 

 

 

 

True-Friends 여름캠프”의 마지막 프로그램은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통일전망대 견학이었다. 통일전망대 견학은 모든 참가자들이 이번 캠프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가 되었다. 자신들이 서있는 자리가 민족분단의 아픔을 말해주는 역사의 현장이고, 더 이상 갈 수 없는 남한의 최북단이라는 사실, 저 너머 보이는 곳에도 우리와 똑 같은 우리 동포들이 살고 있지만 서로 모르고 살아야 하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지금 그 비극의 경계선에 서있는 참가자들이 안타까웠는지 하늘도 검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 캠프에서 만난 남북 대학생들

 

 

 

 한유리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4학년)

올해 초, 학교에서 진행하는 사회봉사를 통해 탈북 아동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관련 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를 시작하기 전에 탈북 아동들은 남한 아이들에 비해 탈북과정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 때문에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장애(ADHD)가 심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실제 만나본 북한 아이들은 ‘특별함’이 없었다. 오히려 남한 아이들에 비해 순수하고 꾸밈이 없어서 더 친근했다. 이번 캠프를 통해 ‘아동’이 아닌 ‘대학생’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덕분에 탈북 대학생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즐거웠다.

 

임철웅 (신흥대학, 치기공과 2학년)

이번까지 3번째로 참가하게 되었다. 남북 대학생들이 만나 또래 문화를 배우고, 남한 적응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학교생활이나 서로의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었다. 탈북 대학생들과 남한 대학생들이 어울릴 수 있는 제도적 프로그램이 미흡해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는데 이번 캠프를 통해 남한 문화와 남한 사회 전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좋았다.

 

김현규 (한양대, 신소재공학 4학년)

많은 대학생들이 사회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북한이라고 해서 특별히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북한이나 북한 사람이기에 더 관심있게 지켜보려고 한다. 남북이라는 정치적 대립이나, 제도적 차이보다는 한민족이라서 생기는 동질감이 크다. 이번 캠프에서 북한 친구들을 만나고 좀 더 상세히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 삶 속에서 타오를 남북의 조화를 기대하며...

이번 1박 2일 남북 대학생 여름 캠프를 총괄 진행한 공릉종합사회복지관 김선화 부장은 5회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소감에 대해 “탈북 사업을 하면서 많은 대학생들이 성장해서 사회인으로 거듭나고 발전해가는 것을 보면 자부심도 크다. 이번 캠프도 다섯 번째지만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만큼 계속 될 거라 기대한다. 왜냐하면 매번 만날 때마다 단순한 행사 개념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이 담겨진 자리이고, 서로에게 의미있는 큰 변화를 가져다 주기에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로 탈북 대학생들의 일방적인 남한 문화 탑승이나, 가치관 편승에는 경계했다. “고향이 꼭 북한인 친구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서로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또 남쪽 친구들도 북쪽의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기에 서로 만나서 함께 배워가는 공감의 자리를 만드는데 있다. 미래의 주역인 남북 대학생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장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의 의의에 대해 김선화 부장은 “진실한 마음들이 나와서 서로에게 차이도 느끼지만, 동질성을 찾아 정말 베스트 프렌드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이번 행사는 약간의 불꽃을 틔운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캠프를 통해 피워진 우리 대학생들의 마음 속 불꽃이 그들의 삶속에서, 인생 속에서 더욱 의미있게 타오르기를 기대한다”고 마지막 소감을 말했다.

 

남북 대학생들이 함께 했던 1박 2일은 우리의 흔한 일상과는 분명 달랐다. 분단 60년이라는 시간적 공백과 남북이라는 공간적 개념을 초월한 통일예행이었다. 또 시공간의 공백도 한민족이라는 역사적 사실 앞에서는 보잘 것 없음을 깨닫게 해 준 의미심장한 시간들이었다. 이제 그들이 짊어져야 할 세계는, 그들이 만들어 가야할 세계이고, 그 세계는 통일 한반도의 찬란한 미래가 될 것이다.

남북이 함께 만든 아름다운 추억이 영원한 기억으로 남길 바라면서...

 

 

 

이진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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