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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중국의 대북정책: 쌍궤병행과 쌍중단

중국의 대북정책: 쌍궤병행과 쌍중단


지난 23일 목요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지난 17일 방한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는 끝났다”라고 언급한 것을 증명하듯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에드 로이스 의원의 대표발의로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포함하는 대북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H.R.1644)을 발의했는데요. 법안이 발의된 당일 중국 외교부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압력과 제재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중국 측의 쌍궤병행과 쌍중단 건의를 신중하게 고려하길 바란다는 것인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중국이 대북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쌍중단과 쌍궤병행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사진 시진핑 주석 (Google)


쌍궤병행과 쌍중단

쌍궤병행과 쌍중단은 현재 중국의 대북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쌍궤병행(雙軌竝行)은 한반도 비핵화 논의와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를 동시에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고, 쌍중단(雙中斷)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동시에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이제까지 압박과 제재 위주의 대북접근에 계속해서 반대해 왔는데요.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7일 사평에서 "지난 20년간 대북정책도 제제와 위협을 기초로 해왔다. 여기서 제재와 위협을 더 강화하는 것은 마른 수건을 짜는 것과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인식에서 지난 21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쌍궤병행 노선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일단 핵·미사일 개발 활동을 중단하고 한국과 미국도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지하는 '쌍중단'을 쌍궤병행의 첫 걸음으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했는데요. 쌍궤병행과 쌍중단이 북핵문제 해결에서 실질적이고 실현가능한 방안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사진 왕이 외교부장 (Reuters)


쌍궤병행과 쌍중단: 미국과 북한은 절대 불가 입장 고수

그러나 실질적으로 중국의 쌍궤병행과 쌍중단 원칙에 대한 유관국 합의는 아직 멀어 보입니다. 지난 15일 맥마스터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을 방문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면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대화는 없다”고 언급하여 중국이 제안한 쌍궤병행과 쌍중단 원칙에 대한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요. 게다가 23일 대북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H.R.1644) 발의에 이어 26일에는 국무부가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법'을 위반한 개인 및 기업 30곳에 대해 추가 제재를 단행하면서 중국에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본격화를 경고, 대북강경노선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북한 또한 중국의 쌍궤병행과 쌍중단 원칙에 부정적인 입장인데요. 중앙일보는 25일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여 “지난달 중국을 찾은 이길성 외무성 부상은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이나 ‘쌍궤병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결국 북한도 핵 포기 의지가 전혀 없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인데요. 북한의 경우 지난 22일 노동신문 논평에서 “미국의 핵 위협 공갈과 핵 무력 증강 책동은 우리의 자위적인 핵 공격 능력을 고도로 강화하게 만든 근본 요인”으로, “핵몽둥이를 마구 휘둘러대는 미국을 도창(창칼)이나 자동보총(소총), 대포와 같은 재래식 무기만 가지고 맞설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핵 무장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사진 시진핑 주석과 왕이 외교부장 (International Business Times)


한중 간 사드배치 문제로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제까지 어느정도 국제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노력에 동참하는 시늉이라도 보여왔던 중국은 쌍궤병행과 쌍중단 원칙을 필두로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핵 실험 예고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돌아선 모양새입니다. 물론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지만 이를 계기로 북중러 대 한미일의 냉전 구도가 다시 형성되는 것만은 바람직하지 않겠죠.

왕이 외교부장은 앞서 언급했던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서 쌍궤병행과 쌍중단 원칙에 대해 연설하면서 남송 시대 시인 육유의 ‘유산서촌(遊山西村)’의 한 구절을 인용했는데요. <산첩첩 물겹겹 길이 없는가 했더니 버드나무 우거지고 꽃 핀 마을이 또 있더라 (山重水複疑無路 柳暗花明又一村)>라는 구절이었습니다. 현재 북한문제를 제재와 압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쌍궤병행과 쌍중단을 시작으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과연 중국의 쌍궤병행과 쌍중단 원칙이 ‘산첩첩 물겹겹’ 길이 없는 대북정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보아야겠습니다. 

제9기 대학생 기자단 이화여자대학교 유진이었습니다. 



참고자료

美 대북 석유봉쇄 실현 가능성은…"중국 경고 메시지인 듯" (에너지경제 2017/03/23)

왕이 中외교부장 “미중 충돌은 모두에 실패” (KBS 2017/03/21)

中 외교부, 대북 석유공급 중단 포함 美 제재안에 "반대한다" (SBS 2017/03/23)

中환구시보 "북핵 유일해법, 北안전 대가로 핵포기하는 것" (연합뉴스 2017/03/21)

中환구시보 "북핵, 중국혼자 못 푼다"…美에 '공동책임론' 응수 (연합뉴스 2017/03/17)

트럼프 대북 3원칙, 6자회담 없이 중국 압박해 북 비핵화 (중앙일보 2017/03/21)

중 왕이, “산첩첩 물겹겹 길이 없는가 했더니..” (통일뉴스 2017/03/21)

미국, 중국 향해 '세컨더리 보이콧' 본격화 경고?…中 기업 9곳 추가 제재 (TV조선 2017/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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