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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탈북청소년의 남한학교 생활기] 1. 새 보금자리를 찾아온 북한 아이들

통일부 상생기자단은 탈북 청소년들의 남한 생활을 주제로 기사를 연재합니다.

이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탈북 청소년들을 위해 대안학교를 도입한 (사)북한인권시민연합의 <한겨레 계절 학교> 활동내용을 집중 취재 해보았습니다.

 

 

① 새 보금자리를 찾아 온 북한 아이들의 이야기

  - 국내 탈북청소년 학교 적응을 중심으로


  올해 1월 통일부 잠정 집계에 따르면 2008년 말까지 국내에 입국한 새터민 수는 1만 5천 57명에 달한다. 눈에 띄는 것은 여성의 비율이 전체 78%로 압도적으로 많다. 그중에서도 30~40대 여성은 33%를 차지한다. 30대 여성의 증가는 그들의 자녀들도 증가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현재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10~20대 탈북청소년은 1764명으로 12%에 해당된다. 남한으로 입국하는 탈북자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그들을 위한 정책들도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있다.


  탈북자 가운데서도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상은 탈북 청소년들이다.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정효지 교수팀이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약 60%가 불안을 느끼고 30%는 비정상적인 우울 정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북한에서 영.유아기의 영양 결핍으로 신체발육 부진을 겪었고, 북한 경제 악화로 인한 교육의 붕괴로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다. 북한을 탈출해 비보호 지역인 중국 및 제 3국을 유랑하면서 겪은 온갖 수난들, 가족과 헤어져 살면서 느끼는 심리적 불안은 어린 나이에는 감당하기 힘든 것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비를 넘긴 이들에게 남한사회는 또 다른 고비나 다름없다.


  탈북 청소년들은 입국 이후 즉시 하나원에서 남한 사회 적응 훈련을 받으며 한겨레 중·고등학교(탈북 청소년을 위한 유일의 정부인가 특성화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3개월 동안의 사회적응교육이 끝나면 학생들은 바로 일반 학교시설이나 대안학교로 진학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탈북자'라는 편견 속에서 스스로 남한 사회와 거리감을 갖게 되고, 가족문제, 문화적 이질감 등으로 정신적 어려움을 느낀다. 이때부터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면서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지난 해 남한에 입국한 임금희(여, 19)양은 “어렸을 때 부모님과 헤어져서 학교에 다닐 수 없었어요. 남한에 와서 또래들과 같이 고등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을 수료하지 못해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나중에 남한 고등학교에 다니더라도 탈북자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라며 남한 사회 선입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그만 두고 대안학교에 다니는 김광윤(16, 남) 군은 “같은 잘못을 해도 선생님은 저한테만 더 엄하게 대해요. ‘넌 탈북자니까 대책이 없구나’라는 식으로 항상 말썽꾼 대하듯이 이상하게만 바라봐요”라면서 학교 적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반 학교에 입학한 탈북 청소년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탈북자’라는 편견과 그릇된 선입견이다. "북한으로 돌아가라.", "남남북녀라고 하는데 너는 왜 그렇게 생겼니.", "너 때문에 내가 군대에 가야 하느냐.", "빨갱이", "북한 애들은 싸움 잘 한다는데 한번 붙어볼까." “북한 거지”등 또래 친구들의 거친 표현들은 신분을 공개하기 어렵게 만들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럽게 하는 이유들이다. 이렇게 남한 학생들과 거리감을 두고 마음의 벽을 만들기 시작하면 학교생활에 대한 흥미와 관심도 없어지고 자연히 학교 자체를 그만두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가족문제이다. 탈북청소년의 가족관계 현황에 대해 한겨레 중·고등학교 곽종문 교장은 “편모 48%, 편부 5%, 무연고 25%, 양친 14%이며, 양친이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남한 입국 후 57%가 이혼을 해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생사 여부를 알 수 없기에 더욱 불안정한 심리 반응을 나타낸다. 이러한 불안정성으로 학생들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게 됨으로서 사회에 무관심 속에서 학교를 이탈하고, 쉽게 범죄의 길로 빠지는 경향도 있다.

 

 

 


   8년째 탈북청소년 사회적응을 돕고 있는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석 교육훈련팀장은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의 왜곡된 인식과 문화충격으로 일탈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북한이나 중국에서 사춘기에 생계곤란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자기방어 기능이 강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좀 더 다독거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탈북자 밀집지역 현직 교사들을 중심으로 탈북청소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공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으로 안정할 수 있도록 사회 문화적 체험도 소중하다고 했다. 탈북청소년들의 올바른 사회적응을 위해서는 “남북 청소년들이 공동으로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도입해 두 집단 간의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자 1만 5천 시대다. 죽을 고비를 무릅쓰고 사선을 헤쳐 남한에 온 탈북청소년들이지만 이들의 남한 생활은 녹록치 않다. 무사히 남한에 왔다는 안도감이 가시기도 전에 상상도 못한 큰 장애물과 맞닥뜨린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느끼는 남한 사회의 냉소적인 선입견과 사회적 환경은 넘지 못할 산처럼 높게만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남한 사회에 올바로 적응한다면 미래의 통일 한반도를 이루는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남과 북이 분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남북 사회를 모두 경험한 청소년들이기에 이들의 올바른 성장은 남북의 조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남과 북을 잇는 메신저가 되고,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통일부 상생기자단  1기 

                                                               윤 세 라  ysr1120@naver.com

                                                               이 진 송  dosta317@hanmail.net

 

(다음 기사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한겨레 계절학교) 교육

프로그램과 이영석 교육 훈련 팀장님과의 인터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