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탈북청소년의 남한학교 생활기] 2. 북한 아이들의 충전소

  

통일부 상생기자단은 탈북 청소년들의 남한 생활을 주제로 기사를 연재합니다.

이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탈북 청소년들을 위해 대안학교를 도입한 (사)북한인권시민연합의

<한겨레 계절 학교> 활동내용을 집중 취재 해보았습니다.

 

 

 

② 북한 아이들의 충전소


  탈북자 1만 5천명 시대이다. 국내에 입국하는 탈북자들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이 사회적응을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남한에서 사춘기 시절을 보내는 탈북 청소년들은 남한 사회의 냉소적인 선입견과 사회적 이질감 앞에서 쉽게 주저앉게 된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한겨레 계절학교>는 탈북 청소년들의 사회 부적응과 이탈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들을 재사회화 할 수 있는 충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인권시민연합은 탈북 청소년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지원해 왔다. 1999년부터 국내 탈북 청소년들의 사회 적응문제에 관심을 갖고 ▲가정방문 학습지도, ▲하나원 토요방문, ▲하나원 상주 아동-청소년 프로그램, ▲일대일 멘토링 결연, ▲한겨레 청소년 문화탐방, ▲하나 되는 나들이, ▲토요학교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이들의 학습· 진로문제 등을 지도하고,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는 등의 활동을 벌였다.

  위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1년에는 남한 사회에 갓 정착한 탈북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제 1회 한겨레 계절학교>를 시작하였다. 한겨레 계절학교는 매년 1월과 8월에 열리며, 현재는 16회가 진행 중에 있다.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 사회에서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 장차 대한민국의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나아가 통일조국의 동량 일꾼이 되도록 하고자 한다.' 이것이 한겨레 계절학교의 교훈이자 목표이다. 지금까지 한겨레 계절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370여명에 이르며, 이들 중 상당수가 주요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고 있다.

 

  

 

  한겨레 계절학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기 위해 이영석 교육훈련팀장님과 인터뷰 시간을 마련하였다.

 

 

   - 한겨레 계절학교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한겨레 계절학교는 아동반 2주, 청소년반 3주의 합숙형태로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교과목 수업, 특별활동, 자율학습, 현장체험학습 및 정서순화교육 4가지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탈북학생들은 학교생활에서 학습을 따라가지 못해 흥미를 잃는다. 따라서 현직 중·고교 선생님들과 대학(원)생 자원봉사자들이 학생들의 학습을 도와주고 있다. 학습활동과 함께 태권도, 미술, 댄스 등을 배우는 시간을 통해 소질 계발도 함께 한다. 이외에도 민주시민교육, 발표학습, 체육대회, 남한 청소년과 함께하는 주말캠프, 성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한겨레 계절학교의 특징은?

  요즘에는 지역 복지관에도 방과 후 공부방이나 학원비를 지원해주는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학생들을 충분한 시간아래 보호해 주지 못한다. 한겨레 계절학교는 3주라는 시간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와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발표학습, 민주시민교육, 댄스·태권도 등의 특별활동을 통해서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발표수업은 한겨레 계절학교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다. 학생들은 또래보다 많은 나이, 북한 내에서 학습기회 박탈과 배움의 부족으로 인한 낮은 성적, 북한식 사투리, 외래어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겪게 되는 의사소통 문제로 폐쇄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이 되거나, 집단 따돌림을 당할 경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공격적인 성격으로 변하기 쉽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의견을 자신감 있게 분명하게 표현하고 함께 의사소통하는 것이다. 처음 발표수업을 시작했을 때 한 아이는 발표하는 것이 어려워서 도망가기도 했다. 그러나 발표수업을 진행할수록 학생들이 말하는 것에 자신감을 갖고, 수업내용을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발표수업에는 PPT가 활용되는데 학생들이 함께 도와주면서 협력심도 키운다.


  - 학생들의 대부분이 일반학교 학생들이다. 그 이유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우선순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반학교 학생들은 대안학교 학생들보다 더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일반학교 학생들은 스스로가 교육서비스망에 들어가지 못하면 아무런 서비스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계절학교에서는 일반학교 학생들을 더 많이 선발하였다. 또한 북한에서 최근에 온 아이들 위주로 선발하였고, 함께 생활하는 곳인 만큼 중간에 빠지는 학생들도 배제하였다.


  - 자원봉사자 선발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자원봉사자는 서류, 질문지, 면접 등 3차에 걸쳐 선발한다. 선발기준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체력이다. 사전교육은 북한에 대한 이해, 교육에 대한 철학, 학습에 대한 스킬, 워크숍(1박2일) 등으로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학생들에 대한 이해와 학생들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북한에 대한 이해는 조별 발표와 퀴즈 형식을 통해 북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다. 교육 철학은 자원봉사자들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교육한다. 학생들을 형식적으로 대하는 것은 자기만족을 위한 자원봉사로만 그치기 때문에, 인생의 길을 그려주는 선생님으로서 책임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한다. 너무 뜨거운 사랑은 사람에게 화상을 입힌다. 항상 좋은 것만 주고 싶어도 현실이 그렇지 않을 때 수용할 수 있는 자세도 배우게 된다. 워크숍은 계절학교를 진행하면서 생겼던 에피소드들을 들려주며 마음의 충격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사전교육이 좀 특별한 것 같아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겨레 계절학교가 단순히 공부를 가르치는 것 이외에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계절학기 프로그램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만든다. (지시사항을 전달받는 자원봉사가 아니라) 같이 만들어 가는 자원봉사이므로 자원봉사자들이 더욱 적극적이다.


  - 한겨레 계절학교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장소 제공받기 어렵다. 학교의 주된 목적은 3주 동안 합숙하면서 하나가 되어간다는 취지이다. 3주 동안 숙식하면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기에 장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더 좋은 여건에서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을 것 같다.


  - 앞으로 한겨레 계절학교의 계획은?

  작년에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계절학교를 개최한 적이 있다. 그 때 지방에도 계절학교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래서 다음 여름 계절학교는 지방투어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또한 예전에는 계절학교가 심리안정 위주로 진행되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겨울에는 학습, 여름에는 심리안정·체험활동 등에 초점을 맞춰 이원화시킬 예정이다.

  그리고 일반 학생들은 지역 복지관이나 대안학교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은 반면 20살이 넘은 사람들은 교육받을 곳이 많지 않다. 고등학교는 졸업했지만 막상 알파벳을 모르는 경우도 있고, 직장을 다니겠다고 사회에 나갔다가 다시 교육을 받기 위해 돌아온 어중간한 20대 학생들이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학생들이 방치되는 것은 탈북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본다.


  -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탈북청소년들은 학력 인증이 어렵다. 따라서 모든 대안학교들이 검정고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또래들과 같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적고, 인성교육이나 심리적 안정 등의 사회교육부분이 취약하다. 이런 부분의 보완과 함께 학력 인가 기준이 낮춰진다면 더 많은 탈북청소년들이 일반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본다.

  

     

  탈북 후 국가차원에서 진행되는 일차적 사회화 과정 이후에도 새터민들에게 다양한 관심이 필요하다. 한겨레 계절학교는 사회 시스템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 부분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학생들도 한겨레 계절학교를 통해서 스스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사회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대안학교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통일부 상생기자단 1기    

                                                 윤 세 라    ysr1120@naver.com

이 진 송  dosta317@hanmail.net


                  

(다음 기사는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하는 한겨레 계절학교의 활동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