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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우리처럼 '꽃보다 축구'

 

 

 북한도 우리처럼 '꽃보다 축구'

 

 

 

 

1966년 영국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북한 축구팀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만큼은 남쪽 못지않게 대단하다. 조선대백과사전(2001)에서 ‘축구경기’를 찾아보면 “체육경기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축구입니다. 축구는 우리 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체육종목입니다. 축구기술이 높으면 나라와 민족의 영예를 온 세계에 빛낼 수 있습니다”라고 언급되어 있다. 한 탈북자가 “군대시절 북한 축구 선수들이 참가한 국제대회가 중계될 때면 훈련을 잠시 중단하고 시청할 정도였다”고 말할 정도다.

 

 

 

북한은 지난 58년 국제축구연맹(FIFA) 가입 이후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8강 돌풍을 비롯해 활발하게 국제축구무대에서 활동해왔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경제난과 정치적인 이유로 국제축구대회에 출전하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

 

 

 

북한은 90년 10월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벌인 ‘남북통일축구경기’와 91년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남북단일팀으로 참가했다. 90, 92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동북아 4개국 출전 다이너스티컵대회에 연속 출전하고 92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아시안컵에도 출전했다. 93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94 미국월드컵’ 최종예선까지 참가한 뒤 북한은 국제축구무대에서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북한 축구와 교류가 잦은 중국의 축구전문가들은 북한축구의 특징으로 정신력을 강조하고 스피드를 중시하는 압박축구를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거의 대부분의 팀들이 3-5-2 또는 5-3-2 전형을 채택하고 있는데, 국제경기경험을 쌓기만 한다면 60년대 아시아를 휩쓸던 전성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북한 축구선수들의 기량은 정대세(가와사키), 홍영조(로스토프), 안영학(수원삼성) 등의 선수들로부터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북한축구용어도 흥미롭다. 골키퍼는 ‘문지기’, 미드필더는 ‘중간방어수’, 수비수는 ‘방어수’, 멀티플레이어는 ‘팔방돌이’로 불린다. 센터링은 ‘중앙으로 꺾어차기’, 코너킥은 ‘모서리공’, 프리킥은 ‘벌차기’, 패널티킥은 ‘1m볼차기’, 다이렉트킥은 ‘단번차넣기’, 금골은 ‘골든골’, 오프사이드는 ‘공격어김’, 패스는 ‘연락’, 롱패스는 ‘긴연락’, 헤딩은 ‘머리받기’, 골키퍼가 손써볼 틈없이 한번에 들어간 골은 ‘통골’이라고 한다. 또한 골라인아웃은 ‘문전바깥’, 크로스바는 ‘가로막대’, 핸들링은 ‘손다치기’, 트래핑은 ‘멈추기’, 포워드는 ‘몰이꾼’, 드리블은 ‘공몰기’, 코너플랙은 ‘구석깃발’, 협력수비는 ‘에워싸기’, 공격진영은 ‘공격마당’, 골포스트는 ‘축구문’, 드로우인은 ‘던져넣기’라고 한다.

 

 

 

필자는 아버지께 새끼줄로 엮은 공과 짚신을 신고 흙바람을 가르며 공을 찼다는 옛추억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특별한 경기 도구와 장소 필요 없이 몇 명이 모이면 공 하나로 모두가 하나가 되는 그런 놀이였다. 이번 경기 또한 단순히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놓고 경쟁하는 축구팀이 아닌, 동그란 축구공으로 하나된 동네친구·형제들간의 정(情)이 가득한 만남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통일부 정책협력과 한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