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의 장미, 축구왕 슛돌이, 달의 요정 세일러문 등 누구나 어린 시절에 즐겁게 본 만화 영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만화 영화를 보며 꿈과 상상력을 키워왔다. 그렇다면, 북한의 어린이들도 만화 영화를 볼까? 정답은 ‘예’이다! 북한의 어린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만화 영화를 보고 자랐으며 시청률과 작품성이 높은 작품들도 많다.
‘아동 영화’를 아시나요?
북한의 만화 영화는 ‘아동 영화’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의 만화 영화는 어린이와 성인을 아울러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작품도 있는 반면, 북한의 아동 영화는 그야말로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한 영화이다. 그리하여 대상은 물론, 소재 선택과 표현방식의 범위도 ‘아동’이 기준이 된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그들의 교양을 목적으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 … 아동 영화에서의 배역은 주로 어린이들이 담당 수행한다. 아동 영화는 줄거리가 명확하고 사건 구성이 비교적 단순하며 흥미 있는 이야기를 통하여 어린이들의 생활을 생동하게 반영한다.
(『조선대백과사전 26권』)
아동 영화는 말 그대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의 한 장르로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단순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성되며 지덕체 교양 교육을 목적으로 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아동 영화는 ‘아이들 교육의 완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유치원에서 인민학교 학생까지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발달 과정에 맞춘 교양이 주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아동 영화의 대표작 : 「령리한 너구리」, 「소년장수」, 「날개 달린 룡마」
1. 령리한 너구리
「령리한 너구리」는 1987년에 처음 등장해 2001년까지 총 52부작이 제작된 시리즈 애니메이션이다. 편당 15분 내외로 구성되며 너구리, 곰, 고양이등 의인화된 동물들이 등장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사는 짤막하고 음악과 효과음으로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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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리한 너구리」
줄거리는 단순하다. 너구리, 곰, 고양이는 매회 다양한 경기를 펼치는 가운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 너구리가 어떤 식으로 지혜를 활용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야기는 너구리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지혜롭게 활용해 승리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 아동 영화의 재미는 매회 다양한 지식의 활용을 보여주면서 대결구도를 흥미진진하게 구성하는 것에 있다.
이러한「령리한 너구리」는 지덕체 교양을 담아낸 대표적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번 경기마다 배운 지식을 쓸모 있게 리용하여 언제나 1등을 하는 너구리. 그런가 하면 동무를 사랑하고 몸 단련도 잘하여 동무들의 사랑을 받는 너구리를 반영한 아동 영화 「령리한 너구리」의 련속편들은 어린이 교육과 지능 교육에 의의 있는 문제들을 제기하였다.
(『조선영화년감 1992』)
2. 소년장수
북한에서 「소년장수」의 인기는 실로 엄청나다. 방영될 때마다 “소년장수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가?”, “계속편을 빨리 방영해 달라.”는 등, 시청자들의 성화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구려 무사인 용감한 소년장수의 투쟁 이야기를 보여주는 아동 영화 「소년장수」. 용감한 소년장수와 더불어 지혜 있는 무사로 자라나는 예동이와 날새, 범동이 그런가하면 악착하기 그지없는 원쑤들인 호비와 이리, 미라의 몰골……. 올해 어린이들의 사랑을 완전히 독차지한 아동 영화 「소년장수」는 그 련속편의 부수와 내용에 있어서도 높은 성과를 이룩하였다.
(『조선영화년감 1992』)
「소년장수」는 1988년 첫 시리즈가 등장한 뒤 1997년까지 50부가 제작 됐으며 100부까지 예정돼 있는 대작 시리즈물이다. 분량은 매회 20분 정도이다. 「령리한 너구리」가 매회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반면, 「소년장수」는 앞부분의 내용이 이어진다.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첫 머리마다 해설을 통해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아동 영화의 주제는 ‘애국 정신’이다.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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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장수」
이런 점에서 「소년장수」는 민족 정신이 반영된 ‘독특한 우리식 다부작 영화’로 각광받아 왔다. 규모면에서도 다른 작품들을 압도하고 있지만 지식 교양 위주의 아동 영화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이처럼 애국 정신에 호소하는 시리즈물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아동 영화 「소년장수」는 내용과 형식에서 우리식의 독특한 다부작 아동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는 우리 민족 제일주의 정신과 애국주의 사상을 총체적인 주제로 내세우고 그것을 일관하게 살려내면서도 부마다 자기의 독특한 예술적 형상을 참조하였다. … 영화는 고구려의 나이 어린 주인공들이 이 싸움의 길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형상화 함으로써 … 인물 관계, 사건 전개와 행동 묘사들을 흥미 있게 펼쳐 보이고 있다.
(『조선영화년감 1992』)
전체적으로 일정한 줄거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매회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도 신선하다. 인물 간의 갈등이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으며 이 또한 시청자로 하여금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간 아동 영화의 주된 주인공들은 동물들이었으나, 「소년장수」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아이들의 감정이입이 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지게 한다. 「소년장수」의 롱런의 비결도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3. 날개 달린 룡마
「날개 달린 룡마」는 故 김일성 주석이 들려 준 이야기를 소재로 제작한 아동 영화이다. 처음 제작된 시기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재작업이 이루어진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아동 영화를 예술 영화화해서는 안 된다”며 아동 영화의 특수성을 강조했던 1983년이다. 그래서 「날개 달린 룡마」는 어린이의 눈높이로 제작 되어 북한 내에서 ‘만화 영화는 곧 어린이용’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시리즈물과 같이 다부작 아동 영화가 선호 되는 북한에서 「날개 달린 룡마」는 보기 드문 장편 아동 영화이다. 이 작품에서는 민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세 형제 이야기’의 틀에 ‘호국 정신’을 첨가하였는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 「날개 달린 룡마」
북마을에 외적이 쳐들어오면 그것을 알려주는 북바위가 있었는데 그것은 보석북채로만 울릴 수 있다. 북지기 노인에게는 아들이 셋 있었다. 어느 날 왜구가 북노인을 기습해 보석북채를 부러뜨리자 새로운 보석북채를 가져올 임무를 아들이 맡게 된다. 보석북채는 험하기로 소문난 구룡산에 숨겨져 있으며 그 곳은 사슴골 할아버지가 기르는 룡마를 타고서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처음에 세 아들 가운데 가장 힘이 센 맏이가 임무를 자청해 사슴골로 가지만 그는 룡마를 탈만한 재주를 가지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오고 만다. 다음, 말 타는 솜씨가 좋기로 소문난 둘째가 사슴골에 가 룡마를 얻지만 구룡강에 다다른 둘째는 겁이 많아 말을 되돌린다. 이렇게 되자 어린 막내가 나서지만 아버지를 비롯해 마을사람들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회의한다. 그러나 막내는 그동안 밤마다 말을 타며 훈련해왔다. 그런 막내 앞에 구룡강도 길을 열어 드디어 보석북채를 가져오고 마을은 다시 평화를 찾는다.
수많은 난관과 시험에 흔들리지 않고 그것을 이겨낸 후에야 마을을 구할 수 있었던 막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은 용기와 의지를 배울 수 있다. 또, 영웅이 노력하여 점차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꿈과 희망도 키우게 된다.
남과 북, 손에 손 잡고!
헤어져 살아 간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간격을 줄이고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문화’는 빠질 수가 없는 분야이다. 다양한 문화 영역 중에서 남과 북의 교류 전도사로 주목 받는 분야가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의 남북 교류는 문화적인 소통을 통해 민족의 대 화합과 통일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역사적인 사명일 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서로 도움이 될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000년 11월, 영화진흥위원회가 중심이 된 남한 영화계 대표단 13명이 방북하여 남과 북의 영화 교류에 대해 북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방문단은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등 애니메이션 관계자들과 합작 사업을 제의했고 북한의 긍정적 검토를 약속받았다.
「게으른 고양이 딩가」와 「뽀롱뽀롱 뽀로로」
1. 게으른 고양이 딩가
보기만 해도 눈이 스르르 감기고, 마우스를 갖다 대면 귀찮은 듯 눈을 감고 하품을 하는 고양이 한 마리가 소파에 누워있다. 길을 걸으면서도 졸고, 졸다가 쓰러지면 그 자리에서 그냥 잠드는 고양이 ‘딩가’. 바로 남북 최초 합작 애니메이션,「게으른 고양이 딩가」의 주인공이다. 2001년 5월 5일 어린이날 첫 선을 보인 ‘딩가’는, 그 해 1월 하나로 통신이 북의 민족경제협력련합회 산하 삼천리총회사와 3D 애니메이션에 관한 공동 제작 계약을 맺음으로써 탄생하게 됐다. 총 33편의 시리즈 중 17편의 작품을 손에 손 잡고 제작하였다.
하나로 통신은 기획 단계(Pre-production)와 음악, 음향, 더빙 등 마무리 단계(Post-production)를 맡고, 삼천리총회사는 그래픽 프로그램을 활용해 애니메이션의 실제 제작(Production)을 맡았다.
▲ 「게으른 고양이 딩가」
「게으른 고양이 딩가」는 2001년 대한민국 영상 만화대상 캐릭터 부문상을 수상했고, 2002년엔 대한민국 10대 캐릭터 선정과 더불어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또 3D 애니메이션 최초로 북미(캐나다 YTV)에서 방영되었고 일본 NHK 자회사 MICO에 수출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거시적인 수준의 성과를 거둔 「게으른 고양이 딩가」는 ‘대한민국 최초의 남북 합작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성과는 이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남북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의 교두보 확보와 문화교류의 디딤돌이 되었다는 것이다.
2. 뽀롱뽀롱 뽀로로
하나로 통신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3D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을 한 작품 더 진행했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삼천리총회사와 합작한 두 번째 작품으로 2002년 8월부터 제작에 돌입해 12월에 완료했는데, 총 55편 중 22편이 북한과의 공동 작품이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말썽꾸러기 꼬마 펭귄 ‘뽀로로’가 얼음 숲 나라의 동물 친구들과 함께 탐험과 발견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자연에 대해 알게 되는 내용이다.
동영상
▲ 「뽀롱뽀롱 뽀로로」
이 작품은 2003년 상반기에 이탈리아의 카툰스온 더베이를 비롯하여 프랑스의 안시 페스티벌, 브라질의 아니마문니, 서울의 시카프 등, 전 세계의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경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통일, 만화 속 주인공처럼 친근하게 다가오길
현재 북한 애니메이션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 되는 분야는 바로 통일 분야라고 한다. 남한의 청소년들은 글보다는 이미지에 익숙한 영상세대이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은 그들이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소재도 거부감이 없고 상영시간도 짧아 접근성 또한 높다. 또한 북한 문화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북한 어린이들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봄으로써 문화적인 차이도 줄일 수 있다. 특히 북한의 ‘아동 영화’는 충효, 용기, 권선징악 등의 주제가 주류를 이루면서 학생들의 교육 자료로도 유용하다.
점점 진보에 진보를 거듭하는 남북 애니메이션 산업이 이러한 적극적인 교류 속에서 우리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더욱 더 접근하기를 바라며, 남북의 어린이가 손을 잡고 TV 앞에 앉아 딩가와 뽀로로를 즐겁게 보고 있는 모습을 잠시나마 머릿속에 그려본다.
통일부 제 2기 상생기자단
하민지 기자
hmj9431@naver.com
< 참고 자료 >
김경임, 이대연, 「북한 애니메이션」
이명자, 「현실과 환상, 재미와 감동으로 남북을 잇는 애니메이션」(민족21)
한경수, 「세상에 대한 호기심 뽀로로와 풀어요」(대전일보)
http://tvpot.daum.net/clip/ClipViewByVid.do?vid=0xl4fOUM19Y$KBS 통일방송연구 아름다운 통일
『조선대백과사전 26권』
『조선영화년감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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