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콜드게임’을 뭐라고할까?
- 북한의 야구에 대하여 -
'남한에 와서 처음 야구를 보게 됐다. 남편과 잠실야구장에서 데이트를 즐기다가 두산팬이 됐다.'
200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애국가를 불렀던 김혜영씨가 한 말이다. ‘콜드게임’에 대응하는 북한야구용어가 궁금하기 이전에, 북한에도 야구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조선대백과사전(2001)에 보면 야구경기를 ‘9명을 한편으로 하는 두 팀이 경기장에서 공격과 방어를 번갈아하면서 점수따기로 승부를 겨루는 구기종목’이라고 정의되어 있으며, 경기규칙 및 용어도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북한에도 야구가 유입되었으며 존재한다는 근거는 이외에도 많다. 세계야구연맹(IBAF) 인터넷사이트에 따르면 북한은 1985년에 협회(야구 및 소프트볼 협회)를 창설했다. 남한의 대한야구협회가 46년도에 창설됐으니 40년가량 늦은 셈이다. 평양시 만경대구 광복로 금성동에 위치해 있고 협회 회장은 김수학씨다.
북한은 88년 7월 쿠바선수단을 초청해 친선경기를 가졌으며, 같은 해 10월 전국인민체육대회 때 야구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했다. 북한은 90년 7월 아시아야구연맹(BFA)과 이해 8월 국제야구연맹(IBA)에 정식 가입해 국제무대에서 발돋움을 시작했다. 사상 첫 남북야구 공식경기는 91년 6월11일 일본 니가타에서 벌어진 제1회 5개국친선대회로 한양대가 북한대표팀을 16대1(7회 콜드게임)로 대파했다. 이때가 남북 야구의 첫 만남. 북한 대표팀은 당시 녹색 유니폼에 조선이라는 붉은 국호를 달고 나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이어 93년 호주에서 17차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는데 이에 관한 이야기는 박찬호의 자서전 ‘헤이 두드’에도 소개된 바 있다. 여기서 열린 국가대표팀 끼리의 첫 남북대결에서도 11대0, 7회 콜드게임승을 거두었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이채로운 야구 용어에도 주목해볼만 하다. 투수는 ‘넣는 사람’, 타자는 ‘타격수’, 주자는 ‘진격수’, 내야수는 ‘안마당지기’, 수비수는 ‘자리지기’, 베이스는 ‘진’, 스트라이크는 ‘정확한 공’, 볼은 ‘부정확한 공’, 태그는 ‘공 다치기’, 번트는 ‘살짝 공치기’, 플라이볼은 ‘공중볼’, 더블플레이는 ‘2중실격 결합방어기술’, 직선타구는 ‘긴직선공치기’, 야구배트는 ‘야구봉’, 마스크는 ‘보호모’, 야간경기는 ‘등불게임’으로 불리는 등 우리의 야구용어와는 대부분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야구는 아직 국제수준에 크게 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지역의 야구는 해방전에는 평양철도야구팀이 강호로 유명했으나 해방 후 북한에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자본주의사회의 경기’로 여겨져 점차 사라졌기 때문. 이러한 북한이 88년 야구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한 것은, ‘86년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됨과 관계개선을 원한 서방국가에서 야구가 인기스포츠인 것’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북한 야구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탈북한지 10년정도 된 새터민에게서 “북한에는 야구가 없다. 지금은 생겼을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영화에만 야구가 가끔 등장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정도다. 필자는 가능한 많은 자료들을 찾고 또 찾아보았지만, 콜드게임에 대응하는 북한야구용어를 찾을 수 없었다. 이것 또한 북한에서 야구가 활성화된 스포츠가 아니므로, 관련용어도 일부만 만들어진 상태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재밌는 이야기를 덧붙여보자면, 박현식, 김응룡, 백인천 등 강타자들은 모두 이북 출신이라고 한다. 반면 경남고 장태영, 광주일고 김양중씨 등 명투수는 남쪽에 많았다니, 이런 걸 북타남투(北打南投)라고 한단다. 남북공동야구대표팀이 만들어지면 WBC에서 전대미문의 천하무적 우승팀이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이 상상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다가올 상생공영의 미래에는 ‘끊어진 북타남투의 명맥’을 이어 세계최고의 단일 야구팀이 탄생하길. WBC결승전이 열리는 경기장의 마운드에 8천만의 함성이 담긴 한반도기를 당당히 꽂는 그 날이 어서 오길 기대한다.
통일부 정책협력과 한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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