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치킨집이 있다? 없다?
맛대로 촌닭 최원호 대표(50)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처음엔 놀라움과 실소를 금치 못했다. ‘영어’ 프랜차이즈 명이 범람하는 현 사회에서 순 한글로 상호명을 지은 것에 우선 놀랐고, 상호명이 주는 첫 느낌이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되뇔수록 왠지 모르게 입에 착착 달라붙고 자꾸만 정감이 간다. 멋대로 촌닭? 제멋대로 촌닭? 사실 어떤 촌닭이든 무슨 상관이랴. 맛만 좋으면 그만일 뿐. 맛대로 촌닭에 대한 기자의 첫 느낌은 이랬다.
허나, 그 첫 느낌은 맛대로 촌닭 최원호 대표를 알아갈수록 점차 사그라졌다. 최원호 대표는 지금도 활발히 각종 사회봉사 활동과 후원 및 기부를 활발히 행하는 것은 물론이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국내최초로 닭꼬치를 출시하고, 업계최초로 부위별 치킨 요리를 개발했다.) 그러나 기자가 무엇보다도 주목한 건, 그가 남북간 교류 활성화 및 화해 분위기 조성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원호 대표는 세계 최초로 평양에 프랜차이즈를 개점했다. 평양시내 모란봉 구역 개선문동에 있는 '맛대로 촌닭 평양 1호점'이 바로 그것이다. 날씨가 쌀쌀하고 흐렸던 2월 22일 오후 3시, 우리는 최원호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방화동에 있는 맛대로 촌닭 본점으로 찾아갔다.
닭+맛에 미치다.
최원호 대표를 인터뷰하러 맛대로 촌닭 사무실 안에 들어섰을 때, 우리가 처음 본 것은 곳곳에 즐비해 있는 세계 여러 곳에서 가져온 각종 닭 관련 물품들이었다. 정말 닭, 닭, 닭으로 가득 차있었다. 이를 보고 최원호 대표 본인 입으로도 닭에 미친 사람이라는 말이 절대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그의 호(號)조차 닭과 관련된 '목계(木鷄)' 이만하면 말 다했다. 또한 맛대로 촌닭의 상호명이 정해진 계기도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붙여주신 '촌닭'이라는 별명에서 유래됐으니. 그가 얼마나 닭과 인연이 깊은지는 충분히 알 수 있으리라.
<온통 닭, 닭, 닭! 으로 가득차 있는 최원호 대표의 집무실>
그렇기 때문에 최원호 대표가 보인 닭에 대한 자신감, 즉 맛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 자신감과 자부심이 맛대로 촌닭의 최고 인기메뉴인 '평향칠향계'를 직접 개발케한 원동력이 됐으니 말이다. '평향칠향계'는 미나리와 생강, 계피 등 7가지 재료로 향을 낸 북측 닭 요리 방법에 남측의 안동 찜닭 소스 맛을 더한 남북합작요리이다. 이는 최원호 대표가 가진 닭에 대한 열정과 남북한의 화합을 바라는 마음이 한 데 어우러져 만든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평양칠향계 메뉴의 모습, 사진을 잘 찍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먹기 좋게 한 숫갈 뜬 평향칠향계, 맛뿐만 아니라 보양식으로도 그지없다.>
통일은 작은 것부터 한걸음 한걸음씩.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최원호 대표>
이렇게 남북한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은 그이기에 우리는 그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다가올 통일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란 질문에 그는 “이전까지의 남북관계는 큰 판에서 문제를 풀려고 했기 때문에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았다.” 라며, 대북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아무리 큰 대문이라도 작은 열쇠를 통해 열수 있듯이, 비록 작더라도 점진적인 민간교류의 활성화를 통해 통일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도적인 지원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앞으로 이런 남북교류를 위해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맛대로 촌닭 평양 1호점'을 준비하면서 주위 다른 이들은 모두 미쳤다고 하면서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KFC나 맥도날드와 같은 세계 속의 당당한 민족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은 꿈에 그 같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단순히 닭을 파는 것이 아닌, 우리의 영혼이 담겨 있는 것을 팔고 싶었다"란 최원호 대표의 말에서 우리는 그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꿈꾸고 희망을 잃지 마라.
우리 기자단이 최원호 대표에 대해 또 하나 주목했던 점은 그가 창업성공신화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남북한의 화합과 평화를 위한 통일의 가교를 건설하려는 노력 외에도, 그의 성공적인 창업스토리는 현 경제상황과 관련해 청년실업에 지친 대학생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을 거라 보았다. 그 유명한 콜럼부스의 계란세우기로 시작한 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계란을 세우는 일은 어떻게 보면 겨우 '그까짓 일'에 불과한 일이지만, 그 '그까짓 일'을 시도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라고. 노력도 시도도 하지 않으면서 겨우 '그까짓 일'이라고 무시하는 것은 결코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그러기에 항상 꿈꾸고 희망을 잃지 않는 삶의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로 청년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길었던 인터뷰를 마치며 쑥스러운지 멋쩍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처음 느꼈던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촌닭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저 맛과 멋을 아우르는 순박한 촌닭만이 내 앞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최원호 대표 이력
1959년 충남 공주출생
1992년 3월 동해유통 창업
19998년 맛대로치킨 창업
현재(2008) 동해유통·맛대로치킨 대표
취재 : 상생기자단 류재영 기자
사진 : 상생기자단 김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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