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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베스트

새터민 김광진씨를 만난 후, 한일여대생이 나눈 이야기

 

바람이 찬 어느 날, 학교 수업의 일부분으로 새터민 김광진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반가운 기회가 생겼다. 북한, 윗동네에서 건너온 분과 만난다는 설레임에 같은 반 친구들 모두 들뜬 모습이었다.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수줍은 모습으로 등장한 그의 첫 인사는 “반갑습네다” 대신 “오게 되어 굉장히 영광입니다”라는 서툰 서울말이었다. 이렇게 아랫동네(남한)를 찾은지 다섯 해가 되었다는 그를 우리는 이화역사관에서 반갑게 맞았다.

 

 

 

이번 학기에 같이 북한학 수업을 들으며 알게 된 일본친구 에이카. 마침 통일부 상생기자단 활동도 함께하게 되었다. 새터민 김광진씨와 여대생들만의 특별한 만남. 한일 두 여대생이 재조명해보았다.


수정 : 에이카! 그날 김광진씨를 만나보니 어땠어? 나는 북에서 건너온 사람이라면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남쪽 땅으로 왔을 거라는 기존의 고정관념과 다른 케이스여서 인상깊었거든.


에이카 : 일본TV를 통해 북한사람들이 국경수비대 몰래 힘들게 강을 건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김광진씨 같은 경우에는 해외근무를 하다가 도중에 남한으로 왔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조금 놀랬어요.

 

수정 : 맞아. 특히 배고프고 살기 힘든 사람만 북한을 떠나는 게 아닌,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혹은 체제와 이념을 받아들이기 불편해서 고향을 떠나 남한을 찾아왔다는 분이라 새로웠던 것 같아. 그리고 이 분은 엘리트였잖아~


에이카 : 그러게요.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와서 동시통역사도 하시고 외국계은행에서 근무하셨던 분이 왜 탈북을 결심하셨을까요? 아마도 해외활동을 하면서 남한소식을 자주 접한 것 같아요. 김광진씨도 삼성과 현대건설이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알고 계시는걸 보면 발전된 남한의 모습을 북한의 엘리트 계층은 이미 알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일본대학생 에이카 기자

 

 

수정 : 내 생각도 자본주의바람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 그렇기 때문에 체제의 위협을 느낀 북한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을 언급했겠지. 그렇다면 북한사람들은 유학하기 힘들지 않을까?


에이카 : 집안내력부터 시작해서 8촌까지 다 본다는데요~  나는 내 팔촌도 모르는데……. 하하하☺


수정 : 사실 나도 그래~ 잘못해서 정치범이 되면 감옥과 비슷한 수용소에 들어가야한다고 수업시간에 들을 것 같아.


에이카 : 에휴 이렇게 숨막히게 사는 북한사람들도 연애는 할까요?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요?

 

수정 : 할 거는 다 하지 않을까~ 숨어서 하니까 그렇지! 내가 김광진씨에게 실제로 북한여성들은 예쁘냐고 물어봤더니 북한의 북쪽에 있는 강계 지방 사람들이 비교적 예쁜 것 같다고 하시더라. 예로부터 ‘강계미인’이라는 얘기도 있다는데 정말 남남북녀라는 말이 맞나봐.


에이카 : 그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이름을 ‘정일’ 혹은 ‘일성’으로 지을 수 있을까요? 일본에서는 일반 국민들도 왕가명으로 짓기도 하던데.


수정 : 와! 재미있겠다~ 그렇게 되면 너도나도 그런 이름을 원할텐데, 아쉽게도 북한에서는 그러지 못한대. 예전에는 몇몇 있었지만 모두 계명하게 했고 대신 ‘성일’,‘태양’이라는 이름이 많다고 들었어.


에이카 : 저는 또 흥미로웠던 점이 TV를 보면 북한사람들 상의에 빨간 뱃지를 달고 다니던데 다 똑같은 줄 알았거든요. 김광진씨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 종류가 있더라고요. 당기가 그려져 있는 뱃지는 중앙당을 비롯한 당일꾼, 공화국기(인공기)는 일본조총련, 이 외에도 당원이 아닌 청년조직이 달고 다니는 청년동맹 뱃지까지. 종류는 다양해도 신분과 지위에 관계없이 달고 다닌 수 있다고 해요.


수정 : 응! 나도 그렇게 많은 종류가 있는지 몰랐는데. 이번 기회로 북한에 대해 많이 배운 것 같아.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북한은 일부분에 불과했다라는걸 깨달았어. 여러 종류의 탈북과 그 경로가 있는 것처럼 말이야.

 

 

한국대학생 서수정 기자

 

 

에이카 :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김광진씨와 같이 이야기를 나눈 반 친구들도 그분과 대화를 하면서 놀라워하는 표정을 보았는데 ‘아직 남한대학생들도 북한에 대해 많이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에 아쉬웠어요.


수정 : 나도 같은 남한학생으로서 반성해야할 부분이야. 요즘은 주변국가는 물론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서양학생들과도 교류하는데 왜 같은 땅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는 왕래가 힘든지……. 우리 더 적극적으로 북한에 관심을 가져야 되겠어!

 

에이카 : 맞아요! 아직도 한국과 일본 간에 여러 가지 문제가 남아있지만 한일교류로 인해 인식이 바뀌었듯이 북한과도 갈등이 해소되었으면 좋겠어요.


수정 : 이제는 남한이니 북한이니 일본이니 이렇게 서로 경계 지어 대립구도로 가는 것 보다 모두 함께 잘 살았으면 좋겠어!



새터민 김광진씨와의 만남 후, 한일 두 여대생이 나눈 이야기. ‘엘리트 새터민’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에이카와 수정학생은 김광진씨가 남한친구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을 되새겨 본다.


“우리 대학생들도 북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언젠가는 통일이 될 반쪽 땅. 친척과 친구이듯 북한도 같다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요. 우리는 같은 뿌리잖아요”

 

‘통일’, ‘새터민’, ‘우리’...... 그렇게 ‘윗동네’를 생각해 본다.



통일부 제1기 상생기자단

서수정 기자 sjsuh.unikorea@hanmail.net

에이카 기자 dreamingmusi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