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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 '변해가는 북한풍경'

 

안녕하세요^^

통일부 상생기자단 김강산, 박보람, 윤세라, 하승희, 홍아름입니다.

2008년 10월 31일부터 11월 16일까지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열렸습니다. 그 중 특별전 가운데 하나인 변해 가는 북한 풍경」전의 사진은 북한의 사진 컬렉션을 넘어 세계 최고의 사진가들이 빚어낸 작품전이었습니다. 쉽게 볼 수 없었던 북한의 모습들을 담은 사진들에 저희 기자단은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저희와 함께, 사진전을 둘러볼까요?

 

이번 사진전은 1950년대부터 2008년까지 촬영한 12명의 각각 국적과 세대가 다른 사진가들의 시각을 통한 그들의 목소리가 담겨있습니다. 1950년대 전쟁 중에 촬영한 마가렛 버크-화이트의 사진에서는 유교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농경사회의 모습이 보이고, 남과 북에 군사분계선이 생긴 뒤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크리스 마커의 서예가 초상사진 등에서는 권위에 존경심마저 느낄 수 있는 시각이 돋보입니다. 특히 1970년대 촬영한 남한 출신 사진가 김희중의 사진을 보면 아름다운 전원풍경과 가을 추수의 풍요로움 속 농민들의 표정에서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2000년대 이후 촬영한 국내외 젊은 사진가들의 사진에서는 단편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그들 사진 속에는 공통적으로 시대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전통과 인간의 존엄성을 엿볼 수 있어 밝은 미래가 기대됩니다.

 

 

 

1950년대 마가렛 버크-화이트 (Margartet Bourke-White USA, 1904-1971)

 

『라이프』지 최초의 여성사진가로 활약한 마가렛 버크-화이트는 포토저널리즘의 새로운 장을 연 신화적인 존재입니다.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전폭격기를 타고 취재를 한 최초의 여성입니다. 1950년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실상을 촬영했고, 1952년 한국전쟁을 취재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일생을 종군하며 인류에 헌신한 그녀가 기록한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풍경에는 너무나 평화로운 시골 농민들이 등장합니다. 사진 속 북한 주민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혹한 전쟁의 참상은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다만 우리네 한민족의 넉넉한 미소만이 있을 뿐입니다.

 

 

1970년대 김희중 (H.Edward Kim South Korea, 1940-)

 

김희중은 1973년 서방 기자 최초이자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기자 자격으로 북한을 취재한 사진을 전시했습니다. 전미 해외취재기자단 최우수 취재상 수상, 1979년 백안관 출입기자단 사진취재상 등 수상한 경력이 있습니다.

 

 

“취재가 끝날 무렵, 나는 휴전선에 가까운 호숫가에 누워 10월의 햇살을 받아들이며 한가로이 그동안의 취재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호수 건너편 언덕 위, 정자에 서너 명의 군인들이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로 보아 열다섯, 열여섯이나 되었을까.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겠다는 내용의 군가였지만 구슬프게 들렸다.

  저 어린 병사들도 집에 계신 부모 형제들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우리는 동족이면서도 이념의 차이로 남과 북이 갈라져 엄청난 피를 흘려 왔다. 만일 지금이라도 한반도에서 이 연약한 평화의 분위기가 깨진다면 저 이름 모를 어린 병사들도 희생을 당하리라 생각하니 슬픈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산골짜기에서 열입곱 나이의 어린 소위가 전쟁 도발에 휘말려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거두었으니 그가 바로 나의 형이었다. 다시는 이 땅에서 그런 비극이 재현되지 않아야 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김희중의 북한 취재 기사 中

 

 

1980-1990년대 구보타 히로지 (Hiroji Kubota Japan, 1939-)

 

“나는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며 사람들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사진을 찍고 싶다. 나에게 사진이란 아름답고도 사적인 무언가를 주고 받는 행위이다.”

 

아시아 최초의 매그넘 사진가인 그는 1975년 사이공 폭격을 목격하면서 아시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수년간의 시도 끝에 중국 입국 허가를 받은 후 1979년부터 1984년 동안 20만 장이 넘는 사진을 남겼습니다. 김일성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웠던 까닭에 그간 북한을 여행했던 여느 사진가들보다도 자유로운 촬영이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구보타 히로지의 사진은 때론 정답고 때론 지쳐 있거나 무심한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북녘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세상에 부러울 것 없어라”는 슬로건이 떠오릅니다. 평양은 명소지만 시골 사람들은 허가 없이 구경 갈 수 없는 곳입니다. 오직 당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자들만이 실제로 세상 어딘가에 부러울 것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해외로 여행할 수 있습니다. 구보타 히로지도 수도 평양에서 아주 멀고 전혀 다른 느낌의 시골로 두루두루 여행 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외국인 사진가입니다. 그래서 그가 기록한 사진은 어떤 면에서도 훌륭할 뿐만 아니라 희귀합니다.

 

 

1980년대 마리오 암브로지우스 (Mario Ambrosius Germany, 1959-)  

 

  

서독에서 출생하여 서베를린 대학에서 문화인류학과 일본학을 전공한 마이로 암브로지우스는 지구상 유일하게 같은 동족이면서도 각각 남한과 북한으로 분리되어 있는 우리의 모습, 분단의 아픔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1987년 북한을 여행하면서 그는 끊임없이 감시당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많은 제약과 어려움 속에서 우리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독일인 사진가의 눈에 비춰진 북한의 모습은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990-2000년대 석임생 (Seok Imsaeng South Korea, 1952-)

 

1952년 경남 창녕 출생인 석임생은 1997년-2004년까지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KEDO) 사진실 소속으로 북한 신포 경수로 건설현장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와 일상에서의 혼란스러운 모습들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는 처참한 현실을 그대로 묻어 두는 것은 사회와 역사에 대한 도리가 아니며, 북녘 동포들의 생활상을 남한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북한의 일상을 꾸준하게 기록했습나다.

 

그의 사진이 특별한 이유는 10여 년 가까운 기간 동안 북한에 머물면서 북한 당국의 일상적인 감시와 통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북한의 모습인 농촌과 도시, 자연의 모습,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필름에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사진에 담겨 있는 북한의 사람들은 비록 어렵게 살고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다정스럽게 다가오는 우리 고향의 이웃들이었다. 비록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진 작업이기는 하지만 나의 사진에는 꾸며지지 않은 북한의 일상이 ‘재현’되어 있다.”

 

- 석임생, 『북녘 일상의 풍경』, 서문 中

 

 

 

2000년대 야니스 콘토스 (Yannis Kontos Greece, 1971-)

 

그리스 출신의 포토저널리스트 야니스 콘토스는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서사하라, 시에라 레온, 북한 등 비교적 굵직하고 장시간을 요하는 사진취재를 맡아 왔습니다. 2005, 2006년 두 번에 걸쳐 북한을 여행한 그의 사진 속에 나타난 장면들은, 현재 우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기묘하고 납득이 가지 않는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칼리슈니코프를 들고 지나치는 소녀들, 광고판 없이 고층 빌딩으로만 채워진 채 10일 동안이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침묵이 흐르는 대도시의 밤, 지나치게 큰 코를 가진 적으로 묘사해 무섭기보다는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미군 인형, 그리고 그것을 부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주민들의 일상. 이러한 삶은 수십 년 전 우리의 삶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2000년대 이장욱 (Chang W. Lee USA, 1968-)

 

이장욱은 1968년 한국출생으로, 미국 『뉴욕타임스』에서 활동하며 인정받은 다큐멘터리 작가입니다. 그는 2001년 『뉴욕타임스』의 아프가니스탄 내전 특집과 9.11 테러 취재 특종으로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이번 2008 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시인 「변해가는 북한 풍경」전에서 그의 사진이 갖는 특색은 대학 초기까지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서양의 사진가들이 경험하지 못한 북한에 대한 한민족으로서의 동포애를 몸소 경험하였고,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받은 세계 일류 사진기자로서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감시와 통제를 극복하며 촬영하였다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이 있기에 세밀한 북한 사회의 모습을 애정 어리면서도 정확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기록하여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http://www.daeguphoto.com

원문내용 : 변해 가는 북한 풍경 <큐레이터 임영균 엮음/ 도서출판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