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 13장 13절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 으뜸은 사랑이어라!’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여러분은 오늘 사랑하고 계신가요? 선선한 바람에 꽃향기도 나고. 점점 날씨는 싱그러워지는데 다들 도서관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고 계신 건 아니죠? 시험 기간이라 바쁘시겠지만 하루쯤은 연인과 봄의 풍광 속을 거니는 것도 공부만큼이나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들 데이트 할 사람 한명씩은 있으시잖아요? 그죠?)
그런데 여기 인생의 가장 중요한 미덕을 지키지 못한 채 외롭게 늙어가는 영혼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에서 온 순백의 남자. 송광민 기자입니다.
“글쎄요. 여자들이 절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요. 인기 없는 스타일이라서. 또 북한에서 왔잖아요...”
송광민 기자는 왜 연애를 하지 않느냐는 제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소심하고 말주변 없는 자신의 모습을, 고지식한 북한 남자의 이미지를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하지만 제가 느낀 송광민 기자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3살이나 많은 늙은 형을 서울 한복판으로 불러내 ‘통일 영상’을 찍게 할 만큼 마초적이고, 사람들의 웃는 모습이 좋다며 제 몸 던져 개그를 펼칠만큼 유머를 아는 남자였습니다. 그저 그 매력을 충분히 어필할 기회가 부족했던 것뿐이었죠.
뿐만 아니라 북한 남자에 대한 남한 여성들의 인상도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주변 여대생 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무려 7명이 ‘은밀하게 위대하게’나 ‘추적자’ 등의 첩보영화에서 본 북한 남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만나보고 싶단 의향을 내비쳤습니다. 또 설문에 응한 여학생 모두 ‘국적이나 이념보다 사람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탈북민과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쩌면 송광민 기자가 저같은 남한 평범남보다 훨씬 연애에 유리할지도 모른단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물구나무를 서서 윗몸 일으키고 있는 북한 첩보원 김수현>
민심을 알아챈 저는 바로 송광민 기자를 위한 특별한 소개팅을 준비했습니다. 형으로서 동생의 행복한 웃음을 보고 싶어 그런 것도 있지만 어쩐지 소개팅에서 통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가까워지는 둘의 모습에서 통일에 대한 가능성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북한 남자와 소개팅이라니. 뭔가 떨리네요.”
소개팅 상대는 마음씨도 외모도 퍼스트 클래스를 달리는 경희대 여신 박수린 양! 놀랍게도 수린 양 역시 이번 소개팅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어쩐지 둘이 대화하는 내용이 청소년 성장 드라마 같더라니.) ‘마음이 통하는 인간적인 사람’을 이상형으로 꼽은 그녀는 이번 소개팅으로 인간 송광민과 더불어 북한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과연 그녀는 인간 송광민을 어떻게 느꼈을까요? 궁금하시죠? 그래서 대망의 소개팅 날, 여러분의 알권리를 위해 이웅,정동영,박지화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소개팅 장소로 찾아왔습니다. 통일 이야기를 끈적하게(?) 들려줘보자는 열정 하나로 모인 사람들이었습니다. 뜨거운 날씨에도 열심히 카메라를 들고 활약해준 그들의 노고 덕에 수줍은 첫 만남부터 두근대는 몰래카메라까지 모든 순간을 프레임 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만남의 주선자로서 정말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특히, ‘북한 사람도 나랑 전혀 다를 것 없는 청춘이다’ 라는 사실을 제일 크게 깨달았습니다. 그들도 나처럼 봄바람에 설레고 사랑을 꿈꾸는 청춘이라는 걸 북한이란 단어에 가려 잊고 있었습니다. 오늘 공개하는 이 영상은 특별한 그날을 기록한 ‘북한 소년, 연애하다’ 의 티저입니다. 송광민 기자가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독자 여러분들도 저처럼 북한과 통일에 대해 조금이나마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8기 통일부 기자단 김영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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