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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톡톡바가지

'격동하는 동북아의 미래', 청중이 질문하고 문정인 교수가 답하다

  창비학당에서 특강이 열렸습니다. <전쟁과 평화, 상식으로 보다>란 큰 주제 하에 세 번의 특강이 열렸습니다. 1강에서는 '충돌하는 군사력, 균형인가 과잉인가'란 주제로 국방연구원의 서주석 책임연구위원의 강연이 열렸습니다. 이후 2강에서는 '북한, 그 행위의 게슈탈트'란 주제로 서훈 이화여대 북한학과 초빙교수의 강연이 열렸습니다. 


 그 중 마지막 강연인 문정인 교수님의 특강을 들었습니다. 문정인 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님은 <격동하는 동북아의 미래>란 제목을 가지고 강의를 진행해나갔는데요, 이 날 특강의 방식이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강연실에 청중들이 모여 있었는데, 문정인 교수님은 30분 정도 짧게 강연을 하시고는 청중들의 질문에 즉답하는 방식으로 1시간 반 남짓의 시간을 채워갔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그에 대한 문정인 교수님의 답을 짧게 혹은 20분 정도의 세미강연처럼 듣는 방식이 매우 새로웠습니다.

  1.  


 이 날 강연에서는 크게 세가지 정도의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우선 동북아의 부상하고 있는 국가인 중국과, 미중관계에 대한 궁금증, 또 '보통국가화'되고 있는 일본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그 첫번째 질문들이었습니다.


[청중] G2 관계에서 동북아 정치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문정인 교수] ‘G2’란 용어를 중국은 안 쓴다. 미국도 공개적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이 표현을 쓰지 않는다. G2라는 건 미중관계를 얘기하는 것인데, 미중관계가 진화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중국의 국내정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중국의 외교적 두 방향의 태도는 도광양회와 유소작위가 있다. 중국은 아직도 도광양회인지, 아니면 이젠 유소작위의 태도를 취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논쟁이 있다. 시진핑의 메시지는 양면적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의 위협, 대국굴기란 것은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GDP가 높다 하지만, 1인당 GDP는 아직 중진국 문턱에 들어간 수준이다. 또 빈부격차, 중앙-지방 격차, 연안지방-내륙지방 격차, 부정부패, 환경오염, 자원부족, 농민공 등의 문제를 봤을 때 중국의 능력을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

 미국의 미중관계를 바라보는 국내 정치의 두 학파가 있다. 첫째는 중국의 부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태평양은 넓으니까 미국과 중국이 양두체제로 나가자는 상하이 학파다. 헤리 케신저는 중국에 대하여란 책을 썼다. 키신저는 어느 국가가 더 패권의 역사가 깊냐는 물음을 던지며 아편전쟁에서 2000년대 초까지나 기울었지, 그 외엔 역사적으로 전세계의 패권국가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워싱턴 주류는 크로 학파다. 중국의 부상은 결국에 패권을 지향하는 부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충돌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중국의 부상을 지연시키고, 중국을 포위할 수 있는 우방국과의 동맹세력을 강화·구축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볼 때 미중관계라는 것이 미국에 키신저와 같은 상하이 학파가 주류가 되고, 중국이 화평발전론을 편다면 조화롭다. 그러나 중국이 대국굴기론을 펴고, 미국이 크로 학파적인 접근을 펴 나간다면 한국의 선택이 상당히 어려워진다.

 

한국의 선택과 관련하여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강한 미국, 주저하는 중국 혹은 강한 중국, 주저하는 미국이다.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전쟁은 커뮤니케이션이 없을 때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중국이 군사 부문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충분하다고 본다. 군사 부문에서 다양한 수준에서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관계라는 것은 미국과 중국 각자의 국내 정치와 관련 있다. 시진핑 주석이 부정부패 같은 문제가 풀기 어려워진다면 국외정치의 한 카드를 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동북아 정세에서 중요하게 바라볼 건, 국내정치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세력균형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 현실은 국내정치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다.

 

[청중] 일본이 보통국가가 되면 징병제를 다시 부활시킬 것인지 우려된다.

[문정인 교수]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객관적 현실인데, 그걸 확대.재생산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은 이미 보통국가. 지금까지 구축해놓은 무기체계가 상당 수준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정통성이다. 일본이 공식적으로 보통국가를 인정해달라고 하면, 그에 걸맞은 책무를 다 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의 잘못을 인정하고 독도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 등 말이다. 

난 일본이 군국주의로 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본의 재무장과, 군국주의로 가는 것은 다르다고 본다. , 1930년대 만주사변 때처럼 군부가 권력을 잡아서 왕을 모시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확률은 제로다.

 지금 나오는 모든 것이 보통국가의 행세다. 과거 평화국가로서의 행보는 아니다. 되돌리긴 쉽지 않다. 협상에 있어 새로운 범위를 인정할테니, 일본의 책무를 다할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보여 달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론 한미동맹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청중] 한미동맹이 나아갈 방향은 어떤 것인가?

[문정인 교수] 동맹은 목적 그 자체가 아니다. 현실주의 이론에서 동맹을 볼 수 있다. 국제관계는 기본적으론 무정부적이다. 무정부적인 상태에서 한 국가의 지고의 가치는 생존이다. 생존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력갱생, 즉 군사력이다. 강한 국가가 패권국가를 지키려 해도, 약소국이 스스로를 지키려고 해도, 동맹은 두 측 모두에게 필요하다. 동맹은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한미동맹도 마찬가지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 ‘한국에서 미군 철수하겠다.’고 한다면, 그 순간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다. 또 중국과 건설적 관계 개선해야 한다. 일본과 협력하면서 새로운 동북아의 지역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동맹의 항상 최고의 가치가 아니다. 가변적인 것이 아니란 마음으로 미국과 협상하면 우리가 항상 불리해지는 것이다.

 

[청중] 한미동맹은 필요하고, 군사동맹이 필수적이다. 군사동맹이 유지되려면 연합훈련이 필요하다.

[문정인 교수] 집단방위패러다임(collect defense)은 동맹에 기초를 둔 집단방위체제다. 미국이 원하는 방향이다. 동맹은 공공의 위협과 적이 있고, 거기에 대항하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아시아신안보협력을 내세운다. 집단안보보장체제다. 근거는 유엔헌장에 있고, 시발은 국제연합이다.

 한국의 선택은 이 두 방향 중에 어느 체제에 가느냐다. 동맹은 결국 도구적이고 한시적이다. 동맹을 계속 유지하려 하면 항상 공공의 위협과 적이 있어야 하니까, 없을 땐 만들어야 한다. 영구적 불안정 상태가 된다. 아니면 유럽의 NATO처럼 모든 국가가 한 편이 되는 방법도 있다.

 동북아의 다자안보협력체제를 강화시키면서 공공의 안보, 협력안보, 포괄안보를 추구하는 것을 선호한다. 친미, 반미, 반중이 아니라, 미래의 살아나갈 생존공간 속에서 우리에게 뭐가 더 좋은 것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내부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통일 혹은 동북아의 미래에서 한국외교가 갈 방향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청중] 통일 관련해서 북한 내부의 개혁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북한 노동당 자체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문정인 교수] 우리 사회에 통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노태우 대통령 때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지금까지 가장 옳은 방법이라고 본다. ‘법률적 통일은 하나의 주권을 가진 채 남과 북이 통일하는 것이다. 중간 단계로서의 국가연합의 단계가 있다. 남도 북도 주권을 가진 국가로 하나의 통합을 이루는 것이 이 개념이다. 이것을 사실상의 통일이라고 부른다. ‘국가연합을 하는 것도 하나의 통일이다. 이 후에 남과 북이 국민투표로 결정하면 된다.

 

[청중] 남북협상, 북미협상에서 체결을 해도 정권만 바뀌면 협상이 종이쪼가리에 그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아무리 국제관계여도 일정 정도의 구속력을 가져야 하는데, 남북합의서가 일방에 의해 무산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문정인 교수] 통일도 과정이지만, 평화도 과정이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국제정치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안전의 개념이다. 누가 날 공격하지 않는다거나 누군가 침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지는 것이다. 종이 한 장 서명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류 협력을 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과정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도 북의 마음을 사야 하지만, 북도 우리의 마음을 사야 한다. 결국 평화를 가능케 하고,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시민밖에 없다.


[청중] 대북 정책의 주도권이 한국에 있는가 미국에 있는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가?

[문정인 교수] 대북관계의 축은 대한민국 정부에 있다고 본다. 미국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 정부밖에 없다. 강대국 결정론에는 반대한다. 남북관계에서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 북한이 곧 망하거나 굴복할 것이라는 것은 시간이 우리 편이란 것을 전제로 한다.

 

[청중] 격동하는 동북아의 미래에서 한국 외교는 어떻게 가야 하느냐?

[문정인 교수] 여러 가지 주장들이 있다. 하나는 미국과 같이 가는 균형전략(Balancing Strategy)이. 주변에 큰 국가가 부상하게 되면, 약한 국가가 희생 크게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멀리 있는 국가와 동맹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혹은 편승전략이다. 중국이 부상이 사실이고, 미국이 쇠퇴하는 것도 사실이니 중국에 편승하자는 주장이다. 최근 이야기 되는 미국도 중국도 믿지 못하니까, 우리가 핵무장하자는 주장도 있다. 영세중립국 주장도 나온다. 

 미국, 중국에 지나치게 기대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 (한국이) 외교적으로 새로운 협력과 상생의 공간을 만드는 또 평화와 번영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시각에선 한국의 이와 같은 역할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 편 가름의 외교를 해선 안 된다. 우리 스스로의 평화와 협력을 만드는 정치지도자가 필요하다. 


 격동하는 동북아의 미래를, 새로운 협력과 상생의 공간을 만드는 한국 주도의 방향을 만들 수 있고 만들어야 한다는 문정인 교수님의 결론이 인상 깊습니다. 청중이 질문하던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간 패권경쟁,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한미동맹에 대한 이슈들은 우리 사회의 관심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