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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한 여름 밤, 통일을 꿈꾸다> ④ 북한이탈주민의 문화갈등과 문화통합

안녕하세요, 8기 대학생기자단의 이일심, 홍다혜 기자입니다. 송파도서관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인 <한 여름 밤 통일을 꿈꾸다>의 마지막 강의가 7월 30일 열렸습니다. 이번 강의는 첫 번째 수업을 진행했던 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의 전영선 교수가 ‘북한이탈주민의 문화갈등과 문화통합’을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역시 독일의 통일 후 모습을 살펴 보는 것이 우리의 통일 후 모습을 예측할 수 있는 주요한 방법이겠죠? 전영선 교수도 역시 <머릿속의 장벽>이라는 책을 통해 독일의 문화 갈등 및 통합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책 <머릿속의 장벽> (출처:네이버)


<머릿속의 장벽>은 서울대와 독일 브레멘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한 김누리 교수가 쓴 책인데요, 이 책의 핵심은 독일 통일의 ‘비관적인 측면’이라고 합니다. 성공적인 정치 경제적 통합에도 불구하고 사회문화적 갈등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동독 여성들은 통일이 되자 피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특히 육아에 대한 부분에서 많이 충돌이 일어났다고 하는데요, 서독 여성들은 육아를 노동으로 생각했지만 동독 여성들은 그를 여성의 권리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시스템 자체가 동독은 출산장려정책을 펴서 자녀를 갖는 것을 권장했던 반면, 통일 이후에는 육아 문제가 고스란히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치관의 차이도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면, 동독은 직장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통일이 되고 시장경제로 전환되면서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평가 기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갈등은 독일어로 동쪽을 뜻하는 ‘ost’와 과거에 대한 향수를 뜻하는 ‘nostalgia’가 합해져 동독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인 ‘오스탤지어(ostalgia)’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였다고 합니다.

동서독 사회문화 갈등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설명하는 3개의 모델이 있는데요, 먼저 동독의 문제라는 ‘기형 테재’가 있습니다. 동독이 권위적인 것을 강제하다 보니 자율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잊게 했으므로 동독식의 사고방식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2번째로는 서독의 통합정책에 문제가 있어 정책의 전환이 원활하게 전환되지 않았다는 ‘전환 테재’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동서독의 문제가 아니라 동독 주민들이 세계화된 세계에 준비 없이 편입되는 과정 속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식민화 테재’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동독의 문화적 식민화는 자본주의의 시장 원리에 따라 진행되었고, 그 결과 동독 문화를 초토화시켰다는 것입니다. 전영선 교수는 우리가 통일이 된 이후에도 이러한 사회문화적 갈등 문제가 필연적으로 재발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우리가 통일이 된 이후의 모습을 상상하기 위한 방법은 독일 통일의 사례를 보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죠. 바로 북한이탈주민의 남한사회 적응 여부를 보고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불리는 북한이탈주민은 남한사회와 어떠한 사회문화적 갈등이 있을까요? 

먼저 북한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퀴즈 프로그램인 ‘전국 소학교 알아맞추기 경연’에서 나온 문제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알아맞추기 경연 (출처: sbs뉴스)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해방 후 첫 설날에 만경대 고향집을 찾은 날에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일 장군님은 백두산서체로 어떤 글을 쓰셨는가?” 

이것이 바로 소학교 아이들에게 낸 문제였는데요, 답은 “김일성장군 만세!”였습니다.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답을 맞혔습니다. 

아래와 같은 문제도 있었습니다. 


△알아맞추기 경연 중 출제문제 (출처: sbs뉴스)


혹시 답을 아시는 분 계신가요? 남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중에 답을 아는 사람은 없겠죠?

이것을 통해 우리는 북한의 교육체제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학생들은 남한의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내용과는 상당히 다른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알아맞추기 경연 (출처: sbs뉴스)


전영선 교수는 이에 덧붙여 교실의 분위기도 다르며, 남북에서 배우는 위인이나 인물들, 그리고 역사적인 평가도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조선이 계급사회였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우리가 좋아하는 이순신 장군도 요새는 조금 변했지만 옛날에는 민족을 위한 충성이 아니라 이씨 왕조를 위한 개인적인 충성이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배우는 것들이 다른데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습득된 가치관이나 문화는 새로운 문화로 쉽게 바뀌지 않는 보수성과 관성이 있습니다. 음력설의 전통이 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문화는 가치관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강제적인 문화 이식은 반발과 저항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은 중립이나 백지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인 정치이데올로기 교양을 통해 내면화된 인식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의적인 선택으로 인해 남한에 왔다고 해도 예기치 않은 곳에서 문화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적응을 어렵게 하는 것은 남한 사람들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문제도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큰 사람들은 그 거부감을 북한이탈주민에 전이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정보를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적 차원의 경험이나 검증이 아니라 검증의 절차 없이 확대 재생산 되거나 방송언론 등을 통해 이미지가 확대된 것을 보고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태도가 형성됩니다. 즉, 매스컴은 개인의 특성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보고 접근하므로 북한에 대한 방송 보도에서 호전성이나 경제적 결핍이 강조되면 사람들은 북한이탈주민을 후진국에서 온 사람으로 인식하고 무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 강연 중


통일한국의 사회문화 통합정책은 남북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전영선 교수는 이를 위해 통합의 주체와 통합대상의 문화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문화감수성(intercultural sensitivity)

국가적으로나 민족적으로 문화 간 장벽을 넘어서 효율적으로 긍정적인 관계를 수립하고 자민족중심주의를 추월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기 위한 능력을 의미한다. 문화감수성은 문화 간 의사소통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로, 선의의 의사 표현이 선의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감수성은 세계적 추세인 다문화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통일과 상관없이 필요한 자세이겠지요?

문화감수성에는 6단계가 있습니다. 부정단계인 부정-방어-경시와 긍정단계인 수용-적용-통합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부정단계를 최소화하고 긍정단계로의 신속한 이동을 통해 사회문화적 갈등을 최소화해야 할 것입니다. 

통일과정에서 발생할 통일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원만한 내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 북한이탈주민의 경험을 살려 통일에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탈주민을 통해 통일과정에서 발생할 여러 문제들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와 가치관은 단시간에 통합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리미리 잘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일심, 홍다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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