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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북한의 무더위를 날려주는 맛 탐방 이야기 ③ 북한의 보양식

안녕하세요, 제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임혜민입니다. 여러분은 이번 복날에 어떤 음식을 먹을 것 같습니까? 저는 작년 초복에 아버지와 함께 생애 첫 보신탕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복날 인기메뉴인 삼계탕 또한 정말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입니다. 무더운 여름, 기력을 보충하는 보양식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은 북한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복날에 어떤 음식을 즐겨 먹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 복날 인기음식, “단고기”

#임혜민▲ 북한에서도 복날에 보양식을 먹는다.(출처:MBN) #임혜민▲ 평안북도에서는 보신탕이 주요 보양식이다.(출처:MBN)

“단고기”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초등학생 시절 남북한의 말을 나란히 두고 비교해보는 시간에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일컫는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북한에서는 개고기가 영양가가 높고 고기의 맛이 ‘달다’는 이유 때문에 이를 단고기라고 부릅니다. 북한에서 단고기는 복날 보양식으로 단연 인기가 높은 실정인데, 조선신보에 따르면 "연중 제일 더운 계절인 삼복에 들어서면서부터 평양시안의 단고기집(보신탕집)들이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북한에서는 우리의 시청 격인 평양시 인민위원회의 주최로 ‘단고기 요리품평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품평회에는 북한 각 지역의 품평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식당들이 대표로 참가했는데, '단고기장'(보신탕), '단고기 등심 찜', '단고기 다리 찜', '단고기 내포(내장)요리' 등 다양한 요리가 출품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식당의 요리법은 평양의 단고기 식당에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임혜민▲ 보양식으로 인기 있는 보신탕


대학생기자인 저 또한 시험기간에 친한 친구들과 함께, 혹은 복날에 아버지와 함께 보신탕집을 찾곤 하는데, 북한에 이토록 다양한 ‘단고기’ 요리가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토끼탕 한 사발 하실래요?

#임혜민▲ 북한의 지역별 보양식(출처:MBN)

삼계탕과 보신탕은 많은 한국인들이 복날에 즐겨 찾는 음식이라 새삼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자연스럽게 먹는 보양식 중에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토끼탕’이 있다고 하네요.

북한 여성들과 남한 남성들이 함께 꾸려가는 TV 프로그램 ‘남남북녀’와 ‘잘살아보세’에는 토끼탕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나온 바 있습니다.

‘남남북녀’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인 박수애가 토끼고기로 보양식을 만들 수 있다고 소개하자 박수홍이 당황하며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임혜민▲ 토끼 고기로 보양식을 만드는 박수애와 이에 놀라는 박수홍(출처:TV조선)  #임혜민▲ 토끼 고기로 보양식을 만드는 박수애와 이에 놀라는 박수홍(출처:TV조선)


또한 ‘잘살아보세’에서는 남자 출연자들이 보양식의 정체를 모르고 맛있게 먹다가 그것이 ‘토끼탕’이었음을 알게 되어 놀랐습니다. 구멍 난 토끼장을 고쳐주고 토끼를 보살펴 주며 토끼에게 애정을 쏟았던 샘 해밍턴은 “아침에 시끄러운 수탉이나 잡아먹지 소리 없는 토끼를 왜 잡았냐”며 투덜거렸다고 하네요.

한국과 북한은 같은 한반도에 있지만 기후, 문화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렇듯 식문화에서도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를 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북한 통치자들이 즐기는 보양식

#임혜민▲ (출처:채널A)

 북한의 통치자들은 어떤 음식으로 몸 보신을 했을까요? 김일성은 고기가 연하고 부드러운 송아지로 곰탕을 즐겼는데, 소고기보다 더 맑은 국물이 나온다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방 직후에 나온 김일성의 사진 등을 살펴보면 보신탕을 즐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김정일은 넉넉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고급 음식에만 눈길을 준 것이 아니라 옥류관 냉면과 같은 평범한 음식도 즐겼다고 합니다. 김정일은 통치자로서 옥류관에 빈번하게 출입하는 모습을 보이기 곤란했는데, 배달시켜 먹는 맛은 금방 내어 온 냉면 맛과 달라서 옥류관에 직접 가는 편을 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옥류관을 잘 살펴보면 김정일이 시선을 피해 들어갈 수 있는 뒷문과 경비병들이 보초를 설 수 있는 나무 등이 있다고 하네요. 또한 여름철에 부족할 수 있는 전해질과 수분을 보충하는 물김치나 깍두기 또한 김정일이 즐긴 보양식 중 하나입니다.


#임혜민▲ (출처:채널A) #임혜민▲ (출처:채널A)

하지만 김정일이 평범한 음식만 즐긴 것은 아닙니다. 김정일은 이란산 캐비어, 덴마크산 돼지고기, 태국산 망고 등 별미 음식을 구해오도록 시키고 샥스핀을 특히 좋아하는 미식가였다고 합니다. 김정일은 정력에 도움이 되는 해구신을 챙겨 먹었다고 하는데, 해구신은 물개의 생식기라고 합니다. 해구신을 구하는 전문 잠수부까지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 어려운 북한주민들의 선택은?

살펴본 바에 따르면, 북한에는 토끼곰, 닭곰, 염소엿 등의 다양한 보양식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 어려운 형편의 북한주민들은 여름철 보양만을 생각해서 가축을 잡기 힘듭니다. 이러한 때에는 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민간 보양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하네요. 민간 보양식에는 고기를 주재료로 만든 곰탕처럼 영양분이 많지는 않지만 영양실조로 인해서 위급한 상황에 처한 북한주민들에게는 민간 보양식이 요긴하다고 합니다. 이는 찹쌀, 계란, 콩기름, 팥 같은 기본 재료들을 간단히 조합하여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한남수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대표는 “기운이 없을 때에는 호박씨 껍질을 벗긴 뒤 가루로 만들어 따뜻한 물에 타 먹었다. 그럴 때면 달콤한 맛에 조금은 힘을 차렸다”라고 회상했습니다. 한편 일반 호박과 다른 동글동글한 약호박의 속을 파내고 꿀과 마늘 등을 넣어 찐 음식, 기름, 꿀, 달걀, 찹쌀을 섞은 약과 등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기거나 복날에 몸보신을 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옥수수가 주식인 지방에 유행하는 ‘펠라그라’ 병에 걸린 사람을 구제하기 위하여 돼지 살코기, 꿀이나 옥수수 엿, 기름, 찹쌀, 붉은 팥을 한데 넣어 끓인 민간 보양식을 만든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민간 보양식조차 자주 해먹기 어렵다는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을 들으면 북한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녹록치 않은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다양한 보양식은 북한의 실상이 어떠한지를 시사합니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복날에 보양식 식당을 찾기도 하고, 응급 식품으로서 민간 보양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는 점은 북한주민 간의 격차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통일 미래에는 지인들과 북한에서 복날에 ‘토끼탕’을 맛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져봅니다. 이상 대학생 기자 임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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