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양다혜기자입니다. 벌써 7월도 모두 지나가고 날씨는 점점 무더워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더운 여름 날 여유롭게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상상, 다들 한 번 쯤은 해보셨겠죠? 미술은 작가 개인의 세계관뿐만 아니라, 그가 속해있는 사회에 관한 정보와 환경을 알려주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미술은 어떠한 발전 과정을 거쳐 어떤 세계를 이룩하고 있을까요? 다 함께 미술관을 거니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북한의 미술 세계에 대해 알아봅시다!
북한에서 <미술>은 어떤 개념일까요? 김일성의 교시를 내세운 『문학예술사전』에 따르면, 북한에서 미술의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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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카프미술 |
들어가기 전에! 카프(KAPF)란 무엇일까요? 일제시대 활동했던 문학예술가 조직으로, KAPF란 명칭은 'Korea Artista Proletaria Federatio'의 머리글자를 딴 것입니다. 계급의식에 입각한 조직적인 프로문학과 정치적인 계급운동을 목적으로 하였습니다.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
북한 조선미술가동맹 중앙위원회 기관지 <조선미술> 1957년 5월호에 개재된 카프 특집을 살펴보면, 북한미술에서 카프미술의 위상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9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공통적으로 카프의 프로미술을 북한미술의 기원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카프미술의 중요한 작업은 조선공산당 당원으로서 카프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김복진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카프 설립의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였고, 1927년에는 카프의 방향전환과 아나키스트들을 배제한 조직개편을 하고 카프미술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였습니다.
특히 강호의 글 <카프 미술부의 조직과 활동>은 북한 카프미술의 방향을 잘 말해줍니다. "카프 미술은 카프 창건자의 한 사람인 조각계의 선구자 김복진 동무가 자기의 창작 사업을 통해 부르죠아 미술의 반동적 이데올로기와의 투쟁을 전개하면서 현실을 사회주의적 리상과 맑스-레닌주의적 미학의 견지에서 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하게 된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1920년대 후반의 진보적인 출판미술인 카프미술은 미술 창작 실천을 가능하게 하고, 프롤레타리아 미술 발전에 영향을 미쳤으며, 대중의 계급 각성에 이바지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당의 올바른 지도자가 없었고, 일제의 야수적인 탄압이 강화된 사정 등으로 순탄하게 발전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 카프미술의 위상은 1950년대 이후 크게 축소하였고, 반면 항일혁명미술의 위상이 점차 확대되었습니다.
문학시간에 카프문학을 통해 먼저 '카프'의 개념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카프 '미술'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는 부족한 상태였는데요, 이처럼 계급의식을 실천하기 위해 미술의 영역까지 포함하여 적극적인 운동을 벌였던 당대의 시대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북한의 항일혁명미술 |
1970년 초 항일혁명미술은 북한미술에서 유일한 혁명전통이자 사회주의리얼리즘의 단 하나의 기원이 됩니다. 하지만 문학이나 연극분야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인 1961년 무렵에 소위 항일혁명문학, 연극이 북한문학의 기원으로 들어온 것과는 달리, 미술에서 그 존재가 승인 된 것은 훨씬 후대인 1970넌대 초입니다.
1960년대 말 수령의 지도를 받은 것만이 혁명전통이 될 수 있는 유일사상 체계의 확립과 더불어 항일무장투쟁시기 수령의 항일혁명과 직접 연루된 미술의 등장이 요구됨에 따라 비로소 항일혁명미술의 개념이 등장하였습니다. 1971년 9월 <조선예술>에서는 항일무장투쟁시기 미술 활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항일무장투쟁시기의 미술부분에서는 직관선전의 힘 있는 무기로서 선전 포스터, 삐라 등 선동적인 선전미술이 크게 발전하였다. 한장의 그림은 생생한 인상력과 강력한 호소성을 가지고 대중에게 커다란 혁명적영향을 주었다."
1970년대 초에 만들어진 항일혁명미술의 개요는 이후 북한미술담론에 수용되어 전파되었고, 북한미술의 기원으로서의 위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혁명의 도구로 미술이 사용된 점을 통해 북한 사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미술을 통해 나타나는 효과가 이처럼 상당한 정도라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문득, 미술의 순수성과 이념성 사이에서 내면적인 갈등을 겪었을 예술가들의 고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양자 모두 미술의 세계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으로 보이네요!
북한의 조선화 |
북한에서 조선화가 부각된 시기는 1960년대 말 유일사상체계의 확립의 전후입니다. 이 시기는 항일혁명미술이 북한미술에서 유일한 혁명전통이자 사회주의리얼리즘의 기원으로 정립되는 시기와 같습니다. 1966년 10월에 발표된 김일성 교시 <우리 미술을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 내용을 담은 혁명적인 미술로 발전시키자>가 있습니다. 여기서 김일성은 북한 미술계의 가장 강력한 규범으로 "조선화를 토대로 우리 미술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를 원칙을 천명하였습니다.
김일성은 주체시대 북한미술의 토대가 될 조선화의 특성을 채색화, 인물화 위주이고, 힘 있고 아름다우며 고상한, 그러면서도 선명하고 간결한 것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예술에 있어서 천편일률적인 규범을 제시하고, 특정 개인만을 우상화 하는 것은 예술 본연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조선화라는 개념을 정립하여 그 나름대로 '고유한 방식'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한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서구예술 개념과 기법의 도입으로 우리 미술의 독창성이 문제시 되는 점을 생각할 때, 북한 미술의 개성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기능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북한미술의 현재 |
2002년 <북한미술전>에 의하면, 1970년대 이후 민족적인 특성을 살리고 인민들의 감정과 부합되는 것을 기본으로 그린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최근의 작품들을 보면 작가의 개별주의나 독창성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일방적인 주체미술론에 근거한 조선화 중심이었던 북한 미술이 이제는 변화하기 시작해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대표작으로는 신우영의 「금강산 비봉폭포」, 공훈예술가인 문정웅의 「산선암의 가을」, 장희로의 「 구월산 월정사의 가을」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문정웅 <산선암의 가을>, 2007
북한의 미술에 대해 조사하면서 가장 신경쓰였던 부분이 바로 작가 개인의 세계관과 개성이 크게 제한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북한 미술의 변화의 바람에서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집니다. 물론 미술을 비롯한 예술은 단지 미적 순수성 추구뿐만이 아니라 당대 사회에서 특정 기능과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역할이 주요한 기능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예술 본연의 독창성이 기본적으로 배제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도구일 뿐이지 더 이상 예술로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한 미술의 최근의 변화가 더욱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무더운 여름 날 저와 함께한 북한 미술 산책, 어떠셨나요? 남한과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북한의 미술 세계를 보고 신기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한의 공고한 사상교육이 미술에까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앞으로 통일을 준비하며 극복해가야 할 분야가 적지 않다는 현실을 다시금 체감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의 미술에도 독창성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 등장할 작품들에서는 북한 고유의 미적 감각과 개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 참고 자료 :
- 글 :
리재현, 『문학예술사전』, 사회과학출판사, 1972. 『북한미술전』카탈로그, 광주시립미술관, 2002.
홍지석, 북한미술의 기원 : 카프미술, 항일혁명미술, 그리고 조선화, 한국민족문화학회, 2010.
전영우, 「북한미술 현황 연구 : '조선화'를 중심으로」, 한국조형교육학회, 2012.
- 그림 :
홍지석, 북한미술의 기원 : 카프미술, 항일혁명미술, 그리고 조선화, 한국민족문화학회,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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