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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장군님'이 계신 평양은 '불구자'가 없다

 

불구자(不具者).

북한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감이 굉장히 낯설고 불편하다. 작년 4월 한국의 국립국어원은 ‘불구자’를 ‘장애인에 대한 가장 차별적인 언어’ 중 하나로 지적했다. 남한에서 ‘불구자’는 굉장히 모욕적인 단어다.

 

 

북한에서 '불구자'란 없다. 북한은 ‘기아, 빈곤, 질병에서 해방된 지상낙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수도, 평양에는 이들을 찾아 볼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북한에서는 국제행사가 열리게 되면 중앙당으로부터 <정황처리>라는 자료가 내려온다. 외국인을 만났을 때의 대처법이 적혀 있다. 다음은 그 문서에 적힌 예화 중 일부이다.

 

 

  외국인 : 평양에 와서 벌써 여러 날 있으면서 많은 곳을 다녔다. 

               하지만 내 눈에는 장애인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장애인이라 그런지 평양의 장애인을 만나보고 싶다.

 

  대답 : 당신은 기아와 빈곤, 질병으로 가득 찬 자본주의 나라에서 왔다.

           그래서 먹고 입고 쓰고 사는 데서 근심 걱정 모르는 우리나라를 모르는 것이다.

           지상낙원에 어떻게 병신이 있겠는가?

           병신은 썩어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기는 필수적 희생물이다.

 

 

 

장애인 마라톤 대회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남북한장애인걷기운동본부 주최로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남북한 장애인 복지대회 및 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다. 올림픽공원 산책로 3.4km 코스에서 진행된 행사로 지체장애인과 시각장애인, 지적장애인 등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한국에서 장애는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되어서도 안 된다. 민주사회란 장애 여부와 상관 없이 차별 받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회다. 이 사회에서는 또한 장애인의 인권 보장과 복지 확대가 요구되고 실현된다. 한국 정부에서는 장애인에게 대중교통 무료, 공공시설 이용 무료, 기타 서비스 할인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미흡한 부분이 있겠지만, 장애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한 사회적 요구와 정부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 된다.

 

 

 

사진 출처: MBC뉴스 화면 캡처(2006.09)

 

북한에서는 '불구자'를 '병신'으로 바라본다. 북한의 '불구자'들은 사람대접을 받을 수 없다. '온전한 사람들'만이 모여 있는 지상낙원에서 그들은 있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계청년학생축전이 열린다, 평양 시내의 불구자들을 내쫓아라 

평양 시내의 '불구자'들은 1989년 7월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전후로 모두 시골로 쫓겨났다. 1988년 서울 올림픽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만들기 위해 북한은 대대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 중 하나가 바로 장애인을 평양에서 내쫓는 작업이었다.

 

 

세계청년학생축전(世界靑年學生祝典, World Festival of Youth and Students)

주로 진보성향 및 좌익계열의 청년과 학생들이 참가하는 축전.

 

▲ 1989년 당시 한국 대학에 나붙은 <평양 청년학생 축전 포스터>

사진 출처 : 동아일보(1989. 03. 13.)

 

1945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1차 세계청년회의(World Youth Conference)에서 세계민주청년연맹이 결성되었고, 1946년 제1차 이사회에서 국제적인 청년축전의 개최를 결정하였다. 1947년 7월 25일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 프라하에서 국제학생연맹(IUS)과 함께 제1회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개최하였다.

 

1957년 소련에서 개최되었던 제6차 모스크바축전은 축전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인 34,000명의 인원이 참가해 큰 성황을 이루었다. 이후 이러한 대회를 국가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공산권 국가들의 주도로 이루어졌고, 그 결과 공산주의 이념을 강조하는 대회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19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평양에서 열렸는데, 177개 국가, 22,000명이 참가하여 성황을 이루었고, 가장 많은 나라가 참가한 성대한 대회였다. 특히 그 직전 해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 1988년 하계 올림픽에 자극받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평양축전을 국가적인 역점사업으로 중점을 두어 성대하게 개최하였고, 올림픽보다 규모가 큰 행사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세계청년학생축전은 1959년 제7차 축전까지 격년제로 거행되다가, 그 후 4년마다 개최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1989년의 평양축전은 가장 많은 나라가 참가하여 성대하게 치러졌으나, 그 이후로 냉전 구도의 해체와 공산권의 몰락으로 대회 참가 인원과 참가국은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2001년 알제리 알제에서 개최된 제15차 축전은 대회 규모가 위축되었다.

 

가장 최근에 거행된 축전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개최된 제17차 축전이었다.

 

출처 : 위키백과

 

평양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모두 평양 시내에서 시계 수리나 도장파기, 자물쇠통 수리, 신발 고치기 같은 일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갑자기 일터를 잃고 시골로 쫓겨난 그들은 살길이 막막했다. 산골엔 그들이 먹고 살아갈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키가 작아도 불구자

북한에서는 키가 작아도 '불구자'로 취급당한다. 키가 작은 '불구자'들은 무인도로 보내버린다. 인민반장은 "키가 작아 병신 같이 보이는 사람을 골라내라"는 지시를 받는다. 인민반장은 당에서 준 선전해설문을 돌린다. 선전 해설문에는 '키 작은 사람들을 키 크게 하는 약을 개발했으니 모두 모이라'고 적혀 있다.

 

선전해설문을 믿고 사람들은 순진하게도 많이 모인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인민반장은 그 중 유난히 키가 작은 사람들을 골라 뽑아 배에 태운다. 이 배는 무인도로 가는 배다. 배는 남자 배, 여자 배로 나뉘어 서로 다른 섬으로 간다. 남자, 여자로 나뉘어졌으니 아이도 낳을 수 없다. 키 작은 아이를 낳을 수도 없으니 당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엘리트 불구자도, 전상자도 예외란 없다

엘리트, 전상자라고 해서 차별의 멍에를 벗어날 수 없다. 평양사범대학(김형직사범대학) 물리학과 교수에게는 딸이 있다. 그녀는 하반신 마비에 정신지체가 있어 학교에도 못 가고 집에만 있었다. 하지만 축전 때문에 교수는 딸과 함께 산골로 쫓겨나게 되었다. 이에 대학에서는 그의 뛰어난 실력을 인정해 중앙당과 김일성에게 문의서를 올려 보냈다. 며칠 후 당에서는 "그토록 실력이 뛰어나면 촌으로 보내지말라."며 "대신 그의 병신 딸은 집에서 한 발짝도 밖으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 집안 벽장 속에 살 공간을 마련해 주고 그 곳에서만 살게 하라"고 회답했다.

 

 

전상자도 예외는 아니다. 평양사범대학 어문학부의 한 교수는 전쟁 때 싸우다가 다리를 다쳤다. 그는 당세포비서(북한최하위 당조직의 책임자)였다. 그러나 그는 평양에서 산골로 쫓겨 나기에 이르렀다. 전날까지 영예군인(상이군인)이라고 칭송하다가 하루 아침에 불구자란 이유로 내쫓은 것이다. 억울했던 그는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직접 글을 보냈다. 중앙당에서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내려가지 않아도 되지만 "축전 행사기간은 물론 출제 전후 1개월 동안 집 밖으로 나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중앙당 지시대로 교수는 한 달 동안 강의도 못하고 집에 있었다.

 

 

 

▲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사진 출처 : 위키백과)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키 작은 사람들을은 '난쟁이 수용소', 심신 장애인들은 '49병동'으로 보낸다고 한다. 결혼은 허용이 되지만 출산이 불가한 '난쟁이 수용소'도 있다고 한다(출처 : UN 보고서, 2006). 이와 같은 북한의 장애인 차별은 20세기 독일 나치의 인종 차별 정책을 연상하게 한다. 아돌프 히틀러는 게르만 우월주의를 내세우며 유태인, 집시, 유색인종, 장애인, 동성애자 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시켰다. 그는 완벽한 게르만인을 양성시키기 위해 피가 섞이지 않도록 격리 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격리 수용소이다.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그 중 가장 잔인한 집단 학살 수용소였다.

 

 

북한의 '불구자' 수용소는 나치의 수용소 못지 않다. 처음부터 씨를 말린다. 장애 아동을 출산하면 평양시당에서는 아이를 데려가 물수건으로 죽인다. 키가 작은 사람도 가족들도 모두 잡아간다. 그 자식들이 키가 크더라도 난쟁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며 생육기능 마비 주사를 놓는다(출처 : 자유북한방송).

 

 

'불구자' 없는 북한 사회.

'장군님'이 계신 평양은 언제나 '불구자'가 없다.

 

 

 

 

 

 

- 자료 출처 : 김현식,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 김영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