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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평양에 등장한 앱스토어, 그리고 북한의 경제 실험

"내각을 비롯한 국가경제지도기관들에서 현실적 요구에 맞는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을 확립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내밀어 모든 경제기관, 기업체들이 기업활동을 주동적으로, 창발적으로 해나가도록 하여야 합니다. 각급 당조직들에서 경제관리방법을 개선하는 사업이 당의 의도에 맞게 진행되도록 당적으로 강하게 밀어주어야 합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2015년 신년사)

 

평양에 등장한 오프라인 앱스토어

온라인 쇼핑몰 '옥류' (조선신보)

 최근 국내외 언론 매체에서는 북한 경제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조짐에 주목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각각 지난 4월 1일과 2일 '인민봉사총국'에서 운영하는 '옥류'라는 이름의 북한의 온라인 쇼핑몰('전자상업 봉사체계')을 소개하였습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상품을 검색하여 카드('전자결제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국내 언론은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테른(Stern)의 1일자 기사를 인용하여 닐스 바이젠제(Nils Weisensee)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의 인터넷은 차단되었지만 평양에는 오프라인 앱스토어가 등장하여 상점을 직접 방문하면 스마트폰에 프로그램을 내려 받을 수 있다는 사례를 들며, 북한에서 경제 개혁과 개방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지만 기업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지난 4월 3일에는 BBC, 3월 21일과 30일에는 워싱턴포스트가디언에서 같은 맥락의 내용을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 제1비서의 체제가 시작된 2012년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라는 이름으로 이른바 '6.28방침'을 공표하기도 하였고 작년에는 "현실 발전의 요구에 맞게 우리식경제관리방법을 확립할 데 대하여"라는 김정은 노작이 국내 언론에 소개되어 소위 '5.30 조치'가 알려지기도 하였습니다. '6.28 방침'에는 농업과 경공업에서 근로의욕을 자극하기 위한 요소가 담겨있고 '5.30 조치'에는 경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고자 하는 지침이 담겨있습니다. 

 

북한 경제의 좌표아직은 원점 근처에

  '옥류'와 앱스토어의 등장, 근로의욕을 자극하기 위하여 분배 방식을 개선하는 모습, 그리고 경영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방향을 살펴보면 마치 북한이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중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1) 소비자 중심의 경제 문화가 확산하는 현상이 곧 시장에 기반을 둔 거래 관계로의 완전하고 공식적인 이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 (2) 기업의 자율성 확대 방침이 북한 전역에 적용되었는지 여부가 구체적으로 확인이 되지 않는다거나 아직 공개적인 발표를 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3) 생산수단의 사유화가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제 체제의 이행을 평가하기 어렵고 이른 면이 있습니다. 통일부는 작년 9월 정례 브리핑에서 "일반 언론에서 5.30 조치라고 보도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앱스토어가 등장하고 피자나 햄버거 음식 문화가 확산되고 수입물품이 장마당에서 팔리는 등의 변화는 유통에서의 자본주의화(시장화)를 의미할 수 있겠지만 생산에서의 자본주의화, 즉 기업가가 만들고 싶은 상품을 자율적으로 만드는 데에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분배에서의 자본주의화, 즉 물건을 팔아 번 돈을 본인이 챙길 수 있는지 여부도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기에 주목하여 관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통도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생산과 분배가 경제 성장과 혁신의 결정적 요소인 만큼 아직은 북한 경제가 획기적으로 변화하였다고는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 경제 실험의 성패는?

황해도 사리원시의 협동농장 (노동신문)

 북한은 이미 2000년부터 2009년까지 경제 실험을 진행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필두로 경제 개혁을 시도하였지만 결국 정치적 제약 속에서 경제 개혁의 의제를 선택하고 개혁 속도를 적정하게 조절하는 데에 실패하여 원점으로 회귀한 바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경제 살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통일연구원의 박영호 선임연구원은 지난 4월 14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주최 학술 회의에서 "사회주의체제 수립 이후의 오랜 믿음체계, 통치구조, 익숙해진 기존의 정책결정과 집행과정, 정책 선택 등은 새로운 방식의 생산양식과 그에 동반하는 믿음체계와 가치, 통치구조로 쉽게 대체되기 어렵다"라고 주장하며 북한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중국과 베트남 등이 기존의 정치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 체제를 이행하는 데에 성공한 사례와 같이 북한도 또한 현재의 정치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 체제만 자본주의로 이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 조금씩 추진한 것으로 보이는 경제 개혁의 내용은 중국 개혁개방 초기의 것을 닮았기도 합니다.

 북한과의 지속적인 경제 교류를 해온 멕쿼리 대학교의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Andray Abrahamian)씨는 지난 2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북한 경제 실험의 성공을 위해서는 세 가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첫째로는 종잣돈이 부족하여 기업 경영을 시작하고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금융(돈을 서로 빌리고 빌려주는 것)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둘째로는 경영자의 시장 대응 능력이 부족함을 지적하였습니다. 즉 기업의 경영자가 시장의 상황이 어떠하고 이에 따라 얼만큼의 생산물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 주체적으로 판단을 내릴 줄 아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셋째로는 농업 부문에서 설비 개선과 비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돈을 원활하게 빌려주기 위해서는 투자 대상 기업의 상태를 알 수 있고, 계약 관행이 양호하고, 사업을 위한 기반 시설이 잘 갖추어져야 합니다. 특히 서로가 규범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원활한 금융과 투자를 위해서는 중요하다는 점에서 최근 개성공단 임금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기도 합니다. 경영자의 시장 대응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생산수단을 사유화하고 기업에 자율성을 주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인데 북한 경제가 이러한 방향으로 변화할지는 더 지켜보아야 합니다. 

경제 실험 과정과 그 결과에서 우리는

(1) 북한이 경제 체제의 좌표를 조금씩 움직이려 하는 과정에서 남북 경제 교류 및 협력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2) 북한에서 중국·베트남·싱가포르와 같이 정치적 권위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결합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체제가 앞으로 완성되면 남북 관계와 교류·협력의 모습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나갈지는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고민거리와 과제가 되었습니다.

평양 장천지구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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