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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남과 북이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어진 우리들의 통일이야기! - 북한 코미디 영화 '청춘이여!"를 보고

  지난 2월 13일 종로에서 통일을 바라는 청년들의 작은 모임이 있었습니다. 김다애 기자, 백승헌 기자와 함께 탈북 대학생을 초청하여 북한영화를 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기대 이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종각역에서 만나 간식을 사고, 스터디룸이 있는 종로 토즈로 가는 사이에 벌써 친해졌습니다. 작은 스터디룸에 모여 앉아 간식을 먹으면서 북한 영화 ‘청춘이여’를 보았습니다.

 

<북한 코미디 영화 '청춘이여' 장면들>

  ‘청춘이여’(1995)는 북한식 코미디 영화입니다. 평양의 한 가정집이 배경인데 (북한 친구들의 말로는 생활 모습이 일반 서민들과는 달리 아주 잘사는 편에 속하는 가정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그 집에는 첫째 아들 기호와 다섯 명의 딸 일옥, 이옥, 세옥, 네옥, 오옥이 있습니다. 

  아들은 역사 연구사가 직업이고 다섯 딸들은 각각 축구, 력기, 농구, 체조, 수영을 하는 체육선수들입니다. 여섯 자녀의 어머니는 아버지와는 달리 운동을 하는 딸들이 못마땅합니다. 그래서 아들 기호가 만나는 여자는 운동하는 여자가 아니라, 아주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일을 하는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이런 와중에 기호는 도서관에서 한 여자(은경)와 마주치게 되고, 은경이 수예사(수를 놓는 직업)라고 오해합니다. 은경은 사실 수예사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태권도 사범이자 네옥이의 태권도 선생님입니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기호와 어머니는 수예사 며느리를 맞을 생각에 기뻐합니다. 하지만 은경이 태권도 사범이라는 동네 아줌마의 말을 듣고 어머니는 아들이 두 여자를 동시에 만나고 있다고 오해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진진해 집니다.

(내용참고: 1기 박보람기자,  ’청춘이여’ http://blog.unikorea.go.kr/357,)

<영화를 보는 기자단과 북한친구들>

 

  영화를 보는 중간 중간에 북한친구 승호(가명)와 경원(가명)이가 웃기도 하고,‘오그라든다’는 표현을 하면서 어색해 하기도 했습니다. 또 북한 말이 낯설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김다애 기자를 위해서 말뜻을 설명해주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된 것은 순 우리말을 쓰는 북한 말에 (당연한 것이겠지만^^)남한의 말과 비슷한 말들이 꽤 많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혼쭐나다’는 뜻의 북한 말‘혼쌀나다’, ‘퍼뜩’과 비슷한 ‘피끗’,‘성숙하다’는 뜻의 ‘숙성하다’,‘오래되다’는 뜻의 ‘락후하다’등이 있었습니다.

  또 이런 말도 있었는데, ‘공을 차다’를 북한에서는 ‘뽈을 차다’라고 표현하고, ‘꼼수를 부리다’를 ‘오그랑수를 부리다’, ‘괜찮다’를 ‘일없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순우리말이 그대로 남이 있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했지만 뭔가 낯설지 않고 참 재미있었습니다.

 

<일러스트 김나래 작품>

 

  우리 친구 승호는 남한에 와서 참 고치기 힘든 말이 ‘괜찮다’고 말해야 할 때, ‘일없다’고 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예전에‘남한과 북한 친구가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그려놓은 책자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 책자에서는 남한 친구가 북한 친구를 도와주려 했을 때, 북한 친구가 ‘일없다’고 하자 남한 친구는 그 말이‘괜찮다’는 뜻인 줄 모르고 서운해 합니다. 승호의 입을 통해서 이 얘기를 들으니, 탈북한 친구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것 하나 하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 절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영화를 보고 난 뒤, 우리는 카페에 모여 앉아 영화를 보며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승호와 경원이는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와 함께 ‘대학생이 놀기 좋은 곳’을 추천해주었습니다(우리 남한친구들 보다 더 남한을 잘 아는 북한 친구들 모습에 우리는 모두 빵 터졌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함께 같이 놀러가 보기로 했습니다.^^). 어렸을 적 이야기, 공부하면서 어려운 이야기, 만나는 친구들 이야기를 하면서 더욱 가까워진 우리들은 ‘아는 오빠’, ‘아는 동생’이 되어, 서로를 ‘탈북대학생’, '남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기가 무색해졌습니다.

  이번 만남의 자리는 북한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북한의 모습을 이해하고 또 나아가 북한의 사회화 남한의 사회를 비교하면서 공부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진행된 모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무언가를 배워야 한다’,‘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두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이 날, 20년 전 코미디 영화를 한 편 보며 함께 웃었을 뿐인데, 정말로 서로를 이해하고 싶어졌습니다. 옛날 영화를 보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북한 친구들과 영화의 배경,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면서 신기해하는 남한 친구들이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북한 영화 ‘청춘이여’를 보았던 우리 청춘들의 모습이 다음에 올 통일 세대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상 7기 진가록 기자였습니다.

 

기사 참고

- 1기 박보람기자, ’청춘이여’

- 독서신문 책과 삶, “일 없습네다” 말뜻 오해로 등 돌리기도… ‘언어 통일’ 시급하다  

영화 참고

-통일부 북한 자료센터  

사진 참고

- mbc 방송 통일전망대 2008년 8월 25일 (347회 방송) 

- ‘언어의 장벽’ : 일러스트 김나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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