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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제3회 한국전략문제연구소-미국브루킹스연구소 국제회의 '한반도 통일시 동아시아 안정을 위한 한미를 중심으로 한 지역국가 협력' 세미나

 

지난 1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는 조선일보와 미 부르킹스연구소, 한국전략문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하고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가 후원하는 제 3회 한국전략문제연구소-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국제회의 ‘한반도 통일시 동아시아 안정을 위한 한미를 중심으로 한 지역국가협력 세미나(Cooperating for Regional Stability in the Process of Korea Unification : Contingency Preparations with the ROK-US as Anchor)‘가 진행되었습니다.

행사장(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 그랜드 볼룸) 전경

행사 첫째 날인 21일에는 이상희(前 국방부장관)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과 리차드 부시(Richard Bush) 부르킹스연 구소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소장이 개회사를 하였고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前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대 : 제도, 철학, 전망’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였습니다. 

22일에는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한 한미 정부에 대한 제언’이라는 주제의 라운드테이블 토론이 유명환 전 외교부장관의 사회로 비공개로 진행되었습니다.

  본 기사에서는 공개로 진행된 21일의 세션 1- ‘한반도 통일시 발생할 수 있는 불안정성과 대응전략’ 세션 2-‘한반도 통일시 지역국가들의 이해관계 차이와 협력방안 : 중ㆍ일ㆍ러를 중심으로’에서 발표되고 토론된 주제를 소개하며 한국과 미국이 바라보고 바라보게 될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정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이번 행사는 국내외적으로 유명하고 또한 영향력 있는 기관들이 주최하고 후원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중 주최기관의 '미 부르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는 세계적인 싱크탱크로 유명한 곳인데요, 잠깐 소개를 하자면 미국의 대외정책, 경제, 정부와 통치, 국제경제와 개발, 메트로폴리탄 정책, 국제관계 등 다양한 연구 분야를 가지고 있으며 과거 뉴딜 정책과 유엔 탄생, 마셜 플랜, G20까지 수많은 정책적 성과를 낸 싱크탱크입니다.   

미국 워싱턴 D.C(1775assachusetts Avenue, NW)에 위치한 부르킹스 연구소 (사진출처 : Wikipedia)

제가 전공학습을 하면서 책이나 논문에서 이름만 보았던 조나단 폴락(Jonathan D. Pollack,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 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과 에반스 리비어(Evans Revere,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선임연구원) 등도 현재 이 기관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며 행사에도 참석했습니다. 덕분에 기자는 책에서만 보던 그들을 실제로 보게 되었습니다.^^ 

왼쪽부터 Evans Revere,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이동선 고려대 교수,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 Jonathan D. Pollack, Bruce Klingner (사진출처=조선일보)

이번 국제회의에서는 한반도 통일시 발생할 수 있는 불안정성과 그에 따른 한미의 대응전략을 중심으로 한 여러 논의들이 오고갔습니다.  

이동선 고려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정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안정 및 불안정요인에 대한 이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한반도 통일이 동북아 국제정치의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1) 통일한국의 핵무장 가능성, 2) 완충지대의 소멸, 3) 영토분쟁 소지의 증대, 4) 통일한국 포섭경쟁, 5) 한국의 민족주의 강화, 6) 국제제도의 관념적 기반 약화 등을 들며 이와 같은 위기의 강도는 중ㆍ하에 미칠 것이며 고강도의 위기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에반스 리비어 부르킹스연구소 초빙선임연구원은 한반도 통일이 주는 불안정성 요인이 클 것이라 예상하며 북한은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통일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 한국이 펼치는 신뢰외교와 통일정책에 북한의 동의를 기대하지 말아야 하며 북한의 붕괴 및 흡수통일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조나단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한국은 스스로 현재의 위치에서 통일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준비가 되었는지 자문해야하며 분명한 것은 그 목표(통일)는 멀고 힘겨운 길이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한국과 북한의 정책목표와 그 기조가 상이한 현재 어떤 조치와 정책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며 여러 비용과 불확실성에 대해서 한국의 철저한 준비를 요구하였습니다.

모든 의견과 논의를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현재 한반도 정세와 향후 통일한국 형성기 및 안정기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자세한 회의 내용은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발행 『전략연구』 65호, 혹은 연구소 홈페이지 http://www.kris.or.kr/를 참조)

본 기자에게는 이번 국제회의 취재가 회의의 내용은 물론 참석자들의 발언 하나 하나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1 세션 사회를 맡으신 장달중 교수님께서는 서두에 ice breaking으로 예전에 만났던 독일 연구원이 해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이기의 내용인즉슨, 과거 영국의 총리 마가렛 대처가 독일을 방문하여 “나는 독일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독일이 한 개인 것 보다 두 개인 것이 좋다.”라는 농담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독일인들의 심정이 어떠하였을지 상상이 갑니다. 대처총리는 그러한 발언을 정말로 농담으로 꺼냈을 리는 없습니다. 과거 전쟁을 벌였던 독일이 통일 된 후 더욱 강성해질 것에 대한 견제와 의심의 눈초리를 담은 뼈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통일준비를 바라보는 한반도 주변국의 시선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마가렛 대처의 농담을 듣고 마냥 웃을 수 없이 ‘웃픈’이유입니다.

부르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동북아센터 선임연구원은 발제문에 대한 토론 중에“딸이 연애를 하는 것은 좋지만 누가 딸을 해치려 하면 총을 든다.”라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현재 높아지는 미국이 대북압박 수위가 남북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답변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께서는 ‘미국은 남북교류를 반대하거나 방해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북한이 한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에만 이를 제지할 것이다’라는 비유를 든 것이겠지만 저 비유속의 아빠와 딸 중, 누가 지켜주는 아빠이고 누가 보호받아야 할 딸인지는 당시 행사장에 모인 모든 사람, 그리고 이 기사를 보시는 모든 분께서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 혹은 인식에 대해‘국력의 차이가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생각하시는 (저와 같은) 분들께서도 이와 같은 표현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으실 겁니다. 냉엄한 국제질서 안에서 그리고 엄중한 한반도 상황 안에서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라고 여겨지는 한미동맹이지만 그 테두리 안에서도 우리의 힘과 능력을 꾸준히 키워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이번 국제회의를 통해 통일을 위해 한국이 준비해야 할 것과 인식해야 할 국제정세, 그리고 앞으로 출범할 통일한국이 동북아와 세계에서 차지할 위치와 해야 할 역할이 조금은 명확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통일은 거저 주어지는 당연한 것이 아닌 다각도의 정세분석과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하는 국가적 과업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주는 회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통일대박’ 언급이후 국내에서 부는 통일바람이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바람으로 끝날 경우, 통일한국의 꿈은 우리의 공허한 바람으로 끝날 것이라는 엄중한 현실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깊이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