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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북한 교과서를 통해 알아보는 남북한 언어 차이

 

 

 

학생들에게 언어적 측면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책은 아무래도 교과서일텐데요.

인터넷 사용 증가로 비속어 혹은 은어가 많이 양산되고 있긴 하지만

'언어의 쓰임'을 배우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교과서이기 때문입니다.

 

언어의 쓰임이란 곧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합니다.

때문에 60년이라는 세월동안 각기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남과 북의 언어 쓰임도

당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을텐데요.

오늘은 북한 교과서를 통해 현재 남과 북의 언어 쓰임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남한 말로 풀어본 북한 교과서 문장

 

수학)

[북한-고등중 4학년]제형에서 두 옆변가운데점을 맺은 선분을 제형의 중간선이라고 부른다.

→[남한]사다리꼴에서 두 측변이등분점을 잇는 선분을 사다리꼴의 '중간선'이라고 부른다.

 

ː'선분'은 남북한이 같이 쓰는 말이지만, 그 외에 북한의 '제형'은 남한에서 '사다리꼴',

'옆변'은 '측변', '가운데점'은 '이등분점'으로 쓰고 있다.

 '중간선'이란 삼각형에서 두 변의 이등분점을 연결한 선분을 뜻하는 북한말로

 남한에서는 쓰지 않는 용어다.

 

 

지리)

[북한-고등중 4학년]구라파주는 평원이 우세하고 산지가 적은 대주이다... 남동부의 두나이강류역에도 비교적 큰 총적평원이 있다... 서구라파서부는 골프 스트림과 서풍의 영향으로 겨울철은 온화하고 여름철은 비교적 서늘하며 비가 철별로 고르게 내린다.
→[남한]유럽은 평원이 많고 산지가 적은 대육이다. 남동부의 다뉴브강 유역에도 비교적 큰 충적평야가 있다...서부유럽의 대서양연안 지역은 북대서양해류와 편서풍의 영향으로 겨울이 따뜻하고 여름은 비교적 서늘하며 강수량도 연중 고른 편이다.

 

ː구라파는 유럽을 음역한 것으로 남에서는 사라지는 추세에 있는 말이다.

'우세하다'는 남에서 '세력이나 힘이 상대방보다 강함'을 나타내는데 쓰기 때문에

여기서는 어색한 표현으로 느껴진다.

'두나이강'과 '골프스트림'은 남에서 쓰지 않는 말이라 뜻을 모르면 해독이 안되는 부분이다.

'두나이강'은 '다뉴브강'을 체코어로 읽은 것이고,

 '골프스트림'은 '만류', 즉 '걸프스트림'을 북한식으로 표기한 말이다.

 

국어)

[북한-고등중 1학년]일남이는 고기를 잡느라고 물참봉이 된 바지를 억이 막혀 내려다 보았다.
     "야, 너 물고기구 뭐구 어서 바지나 짜 입어라."
     "일 없어. 난 오늘 물고기를 꼭 잡아야 해. 못 잡으면 꽝포쟁이가 되거던..."

→[남한]일남이는 고기를 잡느라고 물에 흠뻑 젖은 바지를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내려다 보았다.
  "야, 너 물고기고 뭐고 어서 바지나 짜 입어라."
  "괜찮아. 난 오늘 물고기를 꼭 잡아야 해. 못 잡으면 허풍쟁이가 되거든..."

 

ː'물참봉'은 물에 흠뻑 젖은 모양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남북한 공통어이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말이다.

 '억'은 '가슴이나 마음속'을 나타내는 북한말로  '억이 막히다'는 너무나 엄청난 일을 당하여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북한의 관용구이다.
'-구'는 연결어미로서, 남한에서는 '-고'를 쓴다.

'-구'는 남에서도 입으로 말할 때는 발음하기 쉽지만 표준으로 인정되는 말은 아니다.

 

 

MBC 우리말나들이

 

 

◆특이한 어투 모음

 

값이 눅다 = 값이 싸다
: '눅다'는 '값이나 이자가 헐하거나 싸다'는 뜻의 고유어.

 

 

그날부터 아침, 점심, 저녁 번지지 않고 화분에 물을 흠뻑 주군 하였습니다.
: '번지다'는 시간이나 차례 따위를 지나거나 거른다는 뜻.

 

 

나는...하기 위해 춤식, 효자로 더욱 튼튼히 준비하겠다.
: 특별히 낯선 단어가 없는데도 이 문장이 낯선 까닭은 어휘 용법이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준비'의 사전적 의미는 '미리 마련하여 갖춤'으로써
어떤 주체가 무엇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다.

즉, 남에서 '준비하다'는 타동용법으로 쓰이기 때문에 객체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북에서는 '나는 무엇으로 준비하겠다.'라고 표현하니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연합뉴스

 

◆특이한 외래어 모음

고뿌 : 컵
어원인 네절란드의 [kop]을 일본에서 고뿌로 받아들인 것을 그대로 씀.

 

깔리포르니아 : 캘리포니아
남에서는 'ㄱ,ㄷ,ㅂ' 계열의 파열음에는 된소리 표기를 하지 않으나 북에서는 허용한다.

 

단마르크 : 덴마크 [Danmark]
덴마크어로 읽는다.

 

땅크 : 탱크

 

뛰르끼예 : 터키

 

뜨락또르 : 트랙터

 

라지오 : 라디오

 

마쟈르 : 헝가리

[Magyar]는 중앙아시아에서 넘어와 정착한 몽골족에 속하는 마쟈르에서 나온 말.

 

뽈스카 : 폴란드

 

삐레네이반도 : 이베리아반도

 

스웨리예 : 스웨덴

 

 

 

말과 글이 달라지면 그만큼 동질성 또한 약화된다고 합니다.

남북한 언어를 놓고 조금만 생각하면 '아~ 이 단어구나!'하고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하듯이 언어 또한 변하여 종국에는 서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한 언어의 실질적인 비교분석과 공동연구 등이 이루어져서

앞으로 다가올 하나됨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