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임혜민입니다. 지난번에 필라델피아 한국전쟁 추모공원을 다녀온 것에 이어 이번에는 워싱턴 D.C. 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에 다녀왔습니다. 필라델피아가 미국의 옛 수도였다면, 워싱턴 D.C. 는 현재 미국의 수도이지요. 이렇게 의미 있는 두 도시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기리는 추모공원과 기념관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뜻 깊게 느껴집니다. 두 도시 모두 해당 기념시설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명소 주변에 마련해 놓아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을 찾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출처:구글지도) ▲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출처:구글지도)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은 스미스소니언 재단의 박물관이 모여 있는 내셔널 몰, 백악관, 링컨 기념관 등 워싱턴 D.C. 내에서도 핵심적인 관광지들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 있고 유명한 링컨 동상을 보고 나서 오른쪽 길로 1분만 걸어가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놀랍지 않은가요?
저의 경우에는 함께 여행한 지인들의 관심사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제가 관심이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 방문으로 짧은 여행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것이 기우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워싱턴 D.C. 관광 필수 코스'를 지나치면서 잠깐 들러도 충분할 정도의 위치에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이 위치해 있어서 여행 일정을 소화하는 데에도 전혀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워싱턴 D.C.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꿀 팁"이 될 수 있겠죠? 이처럼 접근성이 높은 곳에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이 있으니 한국인으로서 이곳을 방문하고 우리의 과거를 되짚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Freedom Is Not Free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이 당시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19개의 동상입니다. 기념관에 들어서자마자 군장을 짊어지고 총과 칼을 든 장병들을 보며 숙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특히 지친 기색이 역력한 장병들의 표정에는 두려움이나 쓸쓸함 등의 감정이 나타났습니다. 실제 사람 크기의 동상이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모습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당시의 장병들과 함께 기념관을 거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념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실제 전쟁상황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큰 희생을 치루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기념관 안쪽으로 들어서면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커다랗게 새겨져 있던 "Freedom is not free"라는 문구였습니다. 이는 지금 한국에서 당연하게 보호되고 있는 자유라는 가치가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시사합니다. 현재 휴전 상태인 한국에서 국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수많은 젊은이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이 또한 통일이 되지 않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치루는 크나큰 대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자유로운 삶이 보장되기 위해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자유는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는 전쟁을 겪고 휴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에 경종을 울립니다.
- 지금 우리가 누리는 삶은 누군가의 희생 덕분이었습니다.
그들의 옆을 지나 기념관 안쪽으로 들어오니 성조기 하나가 게양되어 있었습니다. 그 아래에는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국가의 부름에 응한 미국의 아들과 딸들에게 미국은 경의를 표한다.(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휴전 이후 한국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생존을 걱정하기보다는 평범한 삶을 누리고 때로는 보다 나은 삶을 동경하며 불만을 가질 때도 있지만,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가진 지금의 삶 역시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누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남과 북이 대립하고 있던 상황에서 참전했던 타국의 장병들이 치룬 희생과 그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에는 이들을 기리는 화환 여러 개가 놓여 있었는데, "당신들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We remember you forever.)"이라는 메시지를 보며 아직도 분단 상황에 놓여 있는 한국의 현실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나 지금도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이유로 분단 상황에 대해 무감각해진 것은 아닌지, 우리의 역사를 잊고 지낸 것은 아닌지 경각심을 품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을 나서며 한국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실종자, 포로, 상이군인의 수가 미군과 유엔군으로 나뉘어 새겨져 있는 비석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비석마다 상상하기도 힘든 큰 숫자가 새겨져 있던 것을 보며 누군가의 아버지, 아들, 형제, 친구들이 죽거나 다치는 등의 비극을 겪고 그들을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도 고통 받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비극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범위를 좁혀서 한국의 이산가족만 생각해 보더라도 그 아픈 개개인의 사연들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안타까운데, 전 세계적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은 더 큰 비극일 것입니다.
기념관 주변에는 베트남 전쟁, 세계 2차 대전 등 미군이 참전했던 다른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기념관도 마련되어 있으니 이들을 둘러보고 과거를 떠올려보는 것도 워싱턴 D.C. 여행 중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한국의 과거를 떠올려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상 대학생 기자 임혜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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