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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이가연 씨의 가슴 맺힌 통일이야기, '밥이 그리운 저녁'에 담아내다

탈북시인 이가연


안녕하세요, 제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임혜민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엇이 먹고 싶으신가요? 저는 한동안 매콤한 음식을 먹지 못해서인지 매콤한 주꾸미 볶음이나 얼큰한 순두부찌개가 눈 앞에 아른거리는 듯합니다. 요즘은 SNS 상에서도 '맛집 탐방'이 유행처럼 번져서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는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먹을 것", "밥"이 그립다고 대답하는 독자 여러분은 별로 많지 않으실 것입니다. 먹을 것이 너무 흔한 요즘, 맛집을 고르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가 아니라 쌀밥을 하루 두 끼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저의 마음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도 '밥이 그리운 저녁'이 많았던 탈북 대학생 이가연 씨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탈북시인 이가연▲ 탈북 대학생이자 시인인 이가연 씨(출처:연합뉴스)  밥이 그리운 저녁▲ 이가연 씨의 시집(출처:네이버 책)

이가연 씨는 탈북 대학생으로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에 재학 중이며, 내년 3월에는 자신의 적성에 더 맞는 고려대학교 국문학과에 다시 입학할 계획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시로써 표현하였고, 한 재단의 후원을 받아서 시집을 내었습니다. 그녀는 작가가 되면서 '서울 문학의 집' 회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씨의 시집 '밥이 그리운 저녁'은 '북한 그 나라, 탈북, 그리움, 새하늘, 시인의 산문'이라는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북한에서의 고달팠던 삶, 탈북의 경험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한국에서 살면서 느꼈던 감사함 등을 보여줍니다. 이전에 북한의 실상이나 남북 분단의 상황을 녹여낸 뮤지컬연극 작품을 기사로 소개해 드린 바 있는데 이들과 비교했을 때 '시'라는 장르는 보다 함축적이고 절제된 표현에서 큰 여운을 느낄 수 있고, 여러 번 읊으며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씨의 어릴 적 소원은 쌀밥 한 그릇을 먹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에게 ‘저녁’이란 내일의 쌀 걱정을 하는 시간이었고, 그래서 무엇보다도 싫은 시간이었습니다. 어린마음을 일찍 철들게 했던 저녁이 올 때면 지금도 고향 생각이 난다고 하네요. 그래서 밥 한 그릇이 소원이었던 간절함을 ‘고향이 그리운 저녁’이라는 뜻으로 표현하고자 ‘밥이 그리운 저녁’을 시집의 제목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

쌀밥을 하루 2끼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더운물에 샤워할 수 있어서

절로 절로 눈물이 빛난다.

- '대한민국', 이가연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하루 세 끼의 쌀밥과 따뜻한 목욕물이 이가연 씨에게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사한 것이라니, 새삼 북한의 현실을 느끼게 하는 시입니다. 이가연 씨는 자신이 살던 동네에 있던 80여 세대 중 몇 명의 권력층을 제외한 보통의 사람들은 50% 정도가 옥수수 가루로 만든 풀죽을 먹고, 그나마 옥수수 가루로 밥을 해먹는 사람이 약 40% 정도였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처럼 실제로 '쌀밥'을 먹기가 힘든 현실은 열악한 북한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우리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고기도 보통의 북한 사람들은 일 년에 몇 번밖에 먹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씨는 김일성 명절이면 농촌에는 한 세대에 고기가 500g씩 보급되는데, 이 때가 겨우 고기를 먹을 기회였다고 말했습니다.

위의 시 ‘대한민국’에서는 한국에서 느낀 감사함이 절절히 드러나는데, 이 씨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대한민국’ 혹은 ‘한국’이라는 용어 자체를 몰랐다고 했습니다. 이는 북한에서 한국을 ‘남조선’이라고 칭하며 한국인들은 헐벗고 굶주리는 ‘미제의 앞장이’라고 교육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그녀는 동생으로부터 한국이 잘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고, 한국에 들어오기 전 중국에 있는 브로커의 집에서 뉴스와 드라마를 보며 한국의 현실을 비로소 보고 느꼈다고 합니다. 이는 이 씨로 하여금 비록 탈출 과정에서 온 가족이 죽거나 총살을 당하더라도 천국처럼 보이는 한국으로 가려는 마음을 심어주었습니다.

 

탈북시인 이가연▲ 출판 기념회 당시(출처:네이버 책) 탈북시인 이가연▲ 이가연 씨는 북한에서 매일 끼니를 걱정했습니다.(출처:YTN)

 옆집 연희네 가족은 온 가족이 굶어 죽었다

그들의 이름을 쌀독에 묻었다

땅에서 굶어 죽어 또다시 굶주릴까봐

쌀독에 묻었다.

- '쌀독', 이가연

'쌀독'은 이가연 씨 옆집에 살던 연희언니네 온 가족이 굶어죽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한 시입니다. 이가연 씨의 집 뒤에는 국가 소유의 밭이 있었는데, 연희언니네 가족은 먹을 것이 없어서 익지 않은, 새파랗고 작은 복숭아를 삶아 먹고 죽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한국에 온 뒤 행복하게 생활하면서 연희언니네 가족을 잊고 살았는데, 탈북망명자센터라는 단체에 들어가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다시금 그들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이가연 씨는 북한인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먹고 사는 것’이 생존에 가장 중요한데도 그 기본적인 것마저 북한에서는 보장되지 않는다며, 권력층은 호위호식 하는데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아직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북한인권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것에 용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북한인권에 대한 시나 수필을 써나가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 씨는 시집에 남북의 민감한 이슈 대신에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사와 기쁨, 외로움 등의 감정을 편하게 터놓고자 하였습니다. 통일문제를 정치·경제·문화·사회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단순하게 접근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녀는 남북한 주민들이 자신의 작품에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밥’을 소재로  하여 어렵지 않게 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이 씨는 앞으로도 밥을 주제로 시를 쓸 것이지만, 첫 번째 시집이 개인적인 감성을 담아낸 반면 다음 시집은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게 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나의 나이▲ 이가연 씨가 지은 시, '나의 나이'(출처:YTN)

이 씨가 생각하는 '한국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선택’이 불가능했고 목표를 향해 노력할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선택하고 성취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는 점이 행복하다"고 하며, 발을 뻗고 잘 수 있고 쌀밥을 배불리 먹고도 남길 수 있어서 행복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이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이 씨의 사연이 여러분에게도 '굶지 않을 수 있고, 노력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삶에 감사하고 북한 주민들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대학생 기자 임혜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