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에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통일IT포럼, 전자신문이 공동주관하는 남북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교류 활성화 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통일 관련 소식을 읽던 중 '남북 ICT교류'라는 개념이 새롭고 흥미 있게 다가와서 사전등록을 하고 참석하였습니다.
행정학을 전공하고 있는 저는 이따금 통일에 대한 법적·사회문화적 논의를 접할 기회는 있었지만 IT 분야에서 통일을 논하는 자리는 처음이었습니다. IT 산업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산업이지만, 동시에 "통일"이라는 주제와 접목시키기에는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예전에 보안 분야에 주목하여 통일 관련 공모전에 참가하였을 때에 농협 전산망 마비사태 등 사이버전에서 적대적 관계의 북한에 대해 생각해보았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생각지 못했던 분야에서의 통일 논의를 보며 예전과 다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왔습니다. 포럼의 모습과 그 강연 내용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IT산업분야에서 통일이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박수용>
박수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개회사에서 IT 기업 중 해외 진출을 넘어 해당 분야 남북교류에 기여하는 곳에 주목하면서, IT 분야는 차가운 산업 분야가 아니라 국민과 공감하는 기술이기에 통일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IT 기술은 모든 삶의 기반이 되는 기술로서 이 분야의 통일 의식을 남북 교류에 적용하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하였습니다. 박 원장은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통일을 향한 정보통신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고자 하였습니다.
통일연구원 최진욱 원장이 기조 강연을 맡아 현재 남북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북한은 현재 총체적 난국 상황이며 평양 아파트 붕괴는 계획경제의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 대박론'은 과거 통일을 비용 중심적 해석을 통해 바라보았다면 현재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편익을 우선 생각하는 추세로 바라본 것이라고 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후퇴 반복이 아니라 점진적이더라도 전진을 지향하고, 수단으로써 바라보지 말고 인프라와 신뢰 차원에서 통일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하겠지요.
독일통일 사례를 통해 본 한반도 통일의 경제적 가치 창출 <롤랜드버거 이석근 대표>
이어서 롤랜드버거의 이석근 대표가 한반도 통일의 경제적 가치 창출에 대하여 논하였습니다. 그는 통일 직전의 동독의 모습과 현재의 북한이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독일 통일 후 독일 내의 삶의 질 균등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일반화, 동독의 인프라 구축 등 어마어마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 것처럼 우리가 통일을 하게 되어도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독일 통일 과정에서 사회보장 등에 지출이 과다했던 점과, 통일 독일 6, 7년차부터는 하나의 경제로서 성장률이 저조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독일 통일은 대체로 성공적이었지만 아직 미완의 과제가 남은 것입니다.
그는 동독의 경제 개혁 과정에서 민영화와 구조조정 등을 통하여 THA(Treuhandanstalt)를 확립함으로써 산업·기업적 측면의 통일 시너지를 발현시켰다고 설명하였습니다. R&D, BIO, High-tech 산업을 육성하여 동독 경제를 미래 고부가산업기지화하는 전략 계획을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현실에 이를 적용하면 북한의 현재 수준을 고려하되, 통일비용에 주목하기보다는 편익 쪽으로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 퍼주기식의 지원보다는 폴란드식 인프라 구축을 지향하여 향후 북한의 잠재노동력과 천연자원을 이용하여 수입대체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요.
남북한 ICT협력 활성화 방안 <남서울대학교 최성 교수>
남서울대학교 최성 교수는 남북한 ICT협력 활성화 방안에 대하여 제안하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북한 지도부는 경제 회생에 대한 최선의 대안으로 ICT산업을 선택하고 있으며, 전통 산업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고 합니다. 북한은 급작스런 개혁을 원하지 않는 대신 ICT를 통하여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고자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도 원하고 대한민국도 원하는 분야가 ICT산업 협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의 통신시설들은 엄격한 국가적 통제하에 작동하고 있으며, 전국 480개 대학에 관련 학과 및 정보센터를 설치하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실정입니다.
독일 통일은 방송통신·과학기술을 이용한 동서독 간의 교류 끝에 얻은 결실입니다. 독일은 통일 이전부터 간접 교류를 지속하고 표준통합을 진행해왔고, ICT산업 협력관계가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도 이를 보고 ICT산업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교류를 지향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양과학기술대학교 정보통신 공학부 지원을 통한 ICT기술 교류·협력과 부설 R&D센터를 통한 기술공유 등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겠습니다.
최성 교수는 앞으로의 비전으로 중국 등 해외에서 ICT교류를 활발히 하여 남북 ICT산업 협력을 지원한 뒤, 장기적으로 북한 전 지역의 통신망을 현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실제로 동서독 통일 전 방송통신, 산업, 과학기술에 걸친 4대 표준 통일을 이룬 바 있다고 합니다. 최종적으로 남북한 방송통신망을 통합하고 ICT교역과 투자가 더욱 활성화된다면 독일 통일의 선례와 같은 자연스러운 통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CT교류, 부정적인 면은 없는가에 대한 고민 <패널토론>
끝으로 패널 토론에서 예상되는 문제점 등에 대한 깊은 고찰이 있었습니다. 북 ICT교류에 대해 이것이 북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만 북한 사이버 군사능력을 강화시켜 우리의 보안이 취약해진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보안이 걱정되어 남북 ICT교류를 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었습니다. 각 상반된 시각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실제로 대남전략으로써 전자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이에 기술지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위험이 있다는 것 입니다. 한편 긍정적인 시각쪽에서는 이와 같은 보완문제는 다른 ICT교류에서도 마찬가지로 가능한 일이므로 충분히 준비하고 극복해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대응했습니다.
전자신문 신화수 실장은 최근 삼성전자의 휴대폰 공장이 베트남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을 보며 생산요소적 측면에서 개성으로 그 공장을 옮겼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현하였습니다. 통일 이후 북한에 전략적으로 산업 개발 기지를 구축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김철완 박사는 동서독 방송통신 교류의 선례와 같이 남북 방송통신 교류는 서로의 정서를 통합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미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하여 한류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들 본다고 하며, NGO를 활용하여 ICT국제교류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라는 점을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남북 ICT교류 활성화 포럼은 100여 명의 해당 분야 전문가가 모여 앞으로의 남북 교류 방안을 논의하고, 실현 가능성을 고민하는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정치·경제적인 분야의 현실적인 통일 환경 구축이 필요한 것 만큼이나 문화적인 교류를 통하여 남북한의 정서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생 독자 중에서도 UCC 만들기를 통한 통일 활동에 참가하거나, 정보 보안 분야에서 열심히 수학하여 관련 분야에서 남북 교류를 준비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삶 속에서 늘 함께하는 IT산업을 활용하여 통일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던 자리였습니다. 이상 제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임혜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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