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대학생 통일법 연구회 네 번째 강의가 열렸습니다. 본 강의에서는 중앙대학교에서 국제법을 가르치고 있는 제성호 교수가 "통일 이후 동북아 주변국과의 법적 관계"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통일 이후의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국제법적 논의를 바탕으로 통일 이후에 일어날 일들을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대학생 통일법 연구회(출처:북한인권학생연대) ▲ 제성호 교수(출처:동아일보)
제성호 교수는 한반도 통일 시 주변국가의 이해관계를 잘못 건드린다면 통일이 지연될 수 있음을 역설하였습니다. 더불어 통일 이후 동북아 주변국과의 법적 관계를 전망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개념으로 강의 서두에 "국가 승계"를 제시하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국가승계>란?
일정의 영역을 통치하는 국가가 교체하여 영역의 국제법상의 책임이 일국(선행국)에서 타국(승계국)으로 인계되는 것. '국가상속'이라고도 한다.
국가승계의 형태는 다양하며 국제결합에 의한 신국가의 형성, 일국의 영역에서 국가로서의 분리독립, 국가영역 전체의 타국으로의 합병, 일부 국가영역의 타국으로의 할양 등이 있으며, 또한 문제가 되는 권리ㆍ의무와, 조약ㆍ동산ㆍ부동산ㆍ문화재 등 다양하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21세기 정치학대사전, 한국사전연구사)
국가승계와 관련한 국제조약에는 1978년 체결하고 1996년 발효한 '조약에 있어서 국가승계에 관한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on Succession of States in Respect of Treaties)'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당사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통일 이후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을 해결하는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독일은 법에 조약승계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였습니다. 양 독일 통일조약 11조는 조약경계 이동의 원칙(Moving Treaty Frontier Rule)을 명시하였습니다. 이는 서독의 조약을 동독에 확장 적용하고 동독의 조약은 그 효력이 소멸되는 것을 뜻합니다. 실제로 동독이 체결했던 조약 2,600여 개 중 약 80%인 2,213개는 통일과 함께 그 효력이 소멸하였고, 이는 통일 독일 관보를 통해 고시되었습니다. 통일조약 12조 3항은 동독이 가입한 다자조약에 관하여 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독과 코메콘과의 조약은 사회주의 성향을 띄므로 상당 부분이 소멸되었습니다. 이는 정치적 성격의 조약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순수 경제적 성격을 지닌 일부 다자조약은 존속되었습니다. 또한 양자조약 중 국경조약은 현상을 인정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강연을 준비하는 제성호 교수▲ 일석기념관 세미나실에 모인 학생들과 제성호 교수
먼저 통일을 이룬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하여 남북이 통일되었을 때 분단 시기 한국이 체결한 조약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헌법에 따르면 한국은 내용적으로 흡수·병합형 통일을 지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약경계 이동의 원칙이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북한의 조약은 독일의 선례처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습니다.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의 협조를 이끌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입장이 현명할 것입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통일 이후 한반도 전 지역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북한을 적국으로 보는 조약이므로 통일 이후 한반도 전 지역에 이를 확대해서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미국과 중국이 대치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이 남북 통일을 한사코 반대하려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정책적으로 판단하여 예외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 시 주한 미군의 역할을 변경하여 중국과 러시아를 적국으로 대하지 않고, 동북아 지역의 평형(equilibrium)을 만드는 중간자·안정자적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북이 통일되었을 때 분단 시기 북한이 체결한 조약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우선 북한이 체결한 조약 중 정치적 조약, 북·중 동맹 조약, 경제적 조약, 중국의 정치성을 강화하는 조약은 모두 소멸시켜야 할 것입니다. 순수 경제조약은 잠정적으로 과도기를 가지고 당사국과 협의를 거쳐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또한 양자조약에 대해서는 통일독일의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북·중, 북·러 간 국경조약에 대해서는 당사국과의 합의가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국경조약에 대해 논의할 때에 적용할 수 있는 원칙으로는 운항이 가능한 하천의 경우 가장 깊은 선을 기준으로 한다는 'thalweg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경의 가운데에 놓인 다리 등의 시설은 공동으로 관리·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중국은 청나라 시절 남만주 철도 부설권과 푸순 탄광 채굴권을 일본에 넘겨주고 간도 영유권을 받았다.(출처 : 네이버지식백과) ▲ 조선 숙종 때 세워진 백두산정계비에는 간도가 우리의 땅이라고 새겨져 있다.(출처 : 네이버지식백과)
통일 이후 영토에 관하여 인접국가와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로 간도 문제가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1991년 북·중 국경조약을 부인하고 숙종 때의 백두산정계비를 인정해야 간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양합니다. 제성호 교수에 따르면 통일이 되었다고 해서 당연히 간도·녹둔도 등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통일독일과 폴란드 간 조약을 참고하면 분단 이전의 영유권이 당연히 승계되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영토조항(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은 '간도'를 규정한 적이 없어서 자승자박적 요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간도 문제를 다툰다면 통일 시 중국의 협조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다만 1930년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조약을 보면 분단시기 두 예멘 모두가 부정한 사안을 통일예멘이 다시 협약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간도 문제를 다툴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찾을 수 있을 뿐입니다.
북한의 국유재산 및 채권은 흡수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일본이 역사적인 이유로 한국에 배상하는 일이 있다면 북한도 통일 이후 일본에 배상청구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북한과 일본 간에는 청구권 문제가 이미 거론된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과 일본의 국교를 정상화할 때 북한을 거론하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일본이 부인하더라도 북한의 권리는 주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대외채무 승계 및 부담 문제는 신의칙에 따라 승계해야 한다고 합니다. 국유재산과 채권을 승계하는 이상 이를 부인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처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취한 입장입니다.
끝으로 핵무기 처리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당사국이며, 북한도 이를 탈퇴하고자 하였으나 NPT는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통일 한국도 핵을 보유하지 않아야 하며 화학무기도 폐기해야 합니다.
제성호 교수의 강연을 들으며 통일 이후 동북아 주변국과의 법적관계에 대해 배우고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 베트남, 예멘의 사례를 참고하여 통일 한국의 국가승계를 준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이는 통일 과정에서 이해당사국의 협조를 구하는 데에 필수적이며, 나아가 통일 이후에 일어날 분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전공 수업으로 법학 강의를 수강해 온 대학생으로서 통일과 관련한 법적 논의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배워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여러분이 관심을 가진 분야는 통일이 되었을 때에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요?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네요.
이상 대학생 통일법 연구회 4강에 다녀온 제7기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임혜민이었습니다.
<출처>
1. 북한인권학생연대(http://www.youngnk.org/board/bbs/index.php)
2. 동아일보-[시론/제성호]통일의 날 앞당기는 대북정책(http://news.donga.com/3/all/20080225/8547880/1)
3. 네이버 지식백과-국가승계(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726299&cid=126&categoryId=126)
4. [국회보 2014년 4월호]통일을 대비하는 헌법(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23&oid=358&aid=0000001796)
5. 네이버 지식백과-간도와 독도(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57690&cid=3065&categoryId=3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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