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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김현경 북한전문기자가 말하는 '김정은 시대 북한주민의 삶'

 흔히들 북한에 대한 정보는 베일에 싸여 있다고 말합니다. 또는 북한에 관한 정보가 넘쳐나지만 대부분 과장되거나 낭설이라고 하는데요. 북한은 여타 국가와는 다른 폐쇄 국가이므로 정보가 통제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온갖 추측보다는 수많은 정보 중 진위 여부를 따져 가름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렇다면 북한의 최근 동향은 어떠할까요?

 지난 4월 25일 흥사단 강당에서 우리의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 줄 아주 특별한 강연이 열렸습니다. 바로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이하 흥민통)와 도산통일연구소가 주최한 '제140회 금요통일포럼'인데요, 특별히 이번 포럼은 김현경 북한전문기자가 연사로 등장해 '2014년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러한 흥미로운 현장에 통일부 대학생기자단이 빠질 수 없겠죠? 그래서 6기 한솔 기자와 5기 김경준 기자가 포럼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지금부터 그 현장 속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 제140회 금요통일포럼 포스터 ▲ 금요통일포럼 현장


 먼저 국민의례 후, 서주석 도산통일연구소 소장대행의 개회사가 있었습니다. 서주석 소장대행은 포럼 취지와 순서에 대해 설명하고, '세월호 참사와 북핵, 복합위기에 포괄적 대응 필요'라는 제목의 제1회 흥민통 논평을 소개하였습니다. 앞으로 흥민통에서는 매월 열리는 금요통일포럼 때마다 통일논평 하나씩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위의 논평을 요약하자면, 얼마 전 발생한 진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국민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가운데 북한의 4차 핵실험 징후가 포착된 지금, 종합적이고 적절한 위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어 오늘의 연사인 김현경 기자가 등장해 특별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김현경 기자는 1986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 후 1989년부터 <통일전망대>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 사망 후 보도국으로 자리를 옮겨 통일부 출입기자로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 MBC 통일방송연구소 소장으로 재임 중입니다. 국내 최고의 북한전문기자이자 이 분야에선 내로라하는 전문가인 김현경 기자는 20년 넘게 <통일전망대>를 진행해 온 베테랑답게, 똑부러진 언변과 깔끔한 진행, 자신의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로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선전의 이면에 진실이 있다

 북한에 대한 정보는 크게 국내외 소식통, 탈북자들의 증언, 북한이 국영매체를 통해 보도하는 내용 등이 있는데요, 김현경 기자는 북한의 매체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매체를 떠올리면, 선전·선동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때문에 조금 의아했는데요, 이어진 그녀의 설명을 통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습니다. 김 기자는 "북한의 매체를 보면, 북한 주민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북한의 실상이 나오는데, 북한의 여러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조선중앙TV는 북한을 보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특강은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내보낸 보도사진과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4월 들어서 김정은 제1 위원장의 동향을 살펴보면, 여성 방사포 구분대 포사격훈련 지도(4.24), 공군 비행훈련 지도(4.22), 제1차 비행사대회 개최(4.15) 등 현장지도를 다니는 모습이 많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거의 하루걸러 현장지도를 다니고 있는데요, 북한이 우리나라에 비해 공군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김정은 시대부터 공군에 대한 언급도 많아지고 공군력 관련 현장지도가 많아진 것이 눈에 띕니다. 보도사진에서 북한의 여성 조종사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에서는 드문 모습인 것 같습니다.

▲ 금요통일포럼 현장

 2011년 말 김정은 시대가 개막한 이래, 김정은 제1위원장은 군심과 민심을 잡기 위해 종횡무진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젊은 지도자라는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일까요? 김 기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과제로 권력 안정, 체제 수호, 주민 지지 확보, 경제 부흥, 안보불안 해소, 대외관계 개선 등을 들었습니다. 물론 이는 비단 김정은 시대만의 과제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일단 현장지도 시 기차를 이용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다르게, 김정은 제1위원장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군인들과 스킨십을 하며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친근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수산사업소, 미림승마구락부, 통일거리운동센터 등을 시찰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놀이기구를 타는 모습까지도 매체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다른 김정은 시대의 특징은 '여성'에 대해 편애에 가까울 정도로 여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2012년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했으며, 3월 8일을 '국제부녀절'로 지정한 뒤 기념공연을 열었다고 합니다.

강연 뒤 쏟아진 날카로운 질문들

 김현경 기자의 화려한 언변 때문에 청중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시간 30분 가까이 이어진 강연에 열중했는데요, 강연이 끝난 뒤 김 기자와 청중 간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따르면 "역대 포럼 중 가장 많은 참석자에,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며 두꺼운 질문지를 들어보였습니다. 그만큼 흥미로운 주제였고, 훌륭한 강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석자들은 "북한군이 쓰는 공군기의 기종은 무엇이냐", "북한방송은 어떻게 볼 수 있느냐" 등 강연의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졌고, 김 기자는 이에 대해 한 치의 막힘없이 술술 답변을 이어나갔습니다. 특히 참석자로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다수를 이루는 가운데에 유난히 젊은 참석자들이 몇몇 보여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들은 모두 흥민통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일운동가를 양성하는 '대학생 통일아카데미'(이하 대통아) 5기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대학생들이라고 합니다.

▲ 금요통일포럼 현장

 대통아 소속 한 학생은 "북한의 대남비방방송을 보면 공공방송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비속어와 인신모독성 발언이 주를 이루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국가원수인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은 기분이 나쁘기까지 하다. 우리 정부 역시 이런 표현에 대해 즉각 비판 성명을 내고 당장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 종편과 같은 일부 방송에서 북한 못지않은 수위 높은 표현으로 대북비난방송을 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걸 보면 북이나 남이나 똑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언론인으로서 이러한 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는 날카로운 지적성 질문을 던졌는데요. 이에 대해 김 소장은 "나 도 북한의 대남비방보도를 보면 황당스럽다. 특히 나 역시 여자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통령을 두고 성(性)적인 표현으로 모욕을 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 그렇기에 그러한 표현에 대한 우리 정부의 비판 보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비판할 건 비판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일부 방송에서도 너무 수위 높은 표현으로 북한 관련 보도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표현 문제는 기본적인 방송의 '품격' 문제라고 생각한다. 남이나 북이나 서로 간의 품격 내지는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하며, 남·북한의 상호 비판 보도의 표현 문제에 대해 방송인으로서 솔직한 심정과 바람을 밝혔습니다.

백성의 하늘은 밥이다

 이처럼 북한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속적으로 주민들을 위문하고 장병들을 격려하며, 놀이공원을 단장하는 등 선전 목적의 내용을 많이 내보냄으로써, 대내외적으로 김 제1위원장이 새 시대에 걸맞은 개방적 지도자로 보이게끔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 지도층에 필요한 것은 이러한 거짓 선전, 과대 선전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밥'을 배불리 먹이는 것입니다. 조선시대 임금들은 '임금의 하늘은 백성이고, 백성의 하늘은 밥이다.'라는 말을 절대적인 진리로 여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북한은 주민들을 하늘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수탈과 억압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더 이상의 헛된 선전을 중단하고, 경제를 살리는 데 주력하여 주민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 북한 정권의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일차적인 과제에 그치며, 앞으로 북한 정권에 있어서 개선해야 할 부분과 과제는 매우 많습니다. 북한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시발점으로 북한의 여러 문제들이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이상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6기 한솔, 5기 김경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