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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한류열풍에 빠진 북한을 파헤치다! -동아대 강동완 교수 인터뷰

남한 드라마에 열광하는 북한 - 201439일자 매일경제

북한 한류열풍 소녀시대 투애니원 모르는 사람 없어” - 2014328일자 티브이 데일리

탈북자들, 한류 동경하다 자식들 미래 위해 북한 탈북 - 2014318일자 조선일보

 

온 세계를 뜨겁게 달궈온 한류(韓流) 열풍! 이제는 이 한류 열풍이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라는 북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류 통일의 바람」의 저자이자 북한연구의 권위자인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강동완 교수를 만나 북한 내 한류와 통일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 안녕하세요, 강동완 교수님! 통일부 대학생기자 박일훈입니다. 북한 내의 한류현상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 탈북청소년들과 함께 ‘천국의 계단’이라는 드라마의 세트장이 있는 무의도에 간적이 있어요. 그때 같이 간 친구 중에 20대 청년이 한 명 있었는데, 북한에서 보던 드라마의 세트장에 직접 오니 감회가 새롭다고 그러더라고요. 한국에서 계속 살았던 저도 못 본 드라마인데 말이죠. 그런데 이후에 이 친구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 중 상당수가 한국드라마를 즐겨본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한류가 남북한 양쪽 사람들 간의 이질감을 줄여주는 좋은 교차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 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Q : 남한과 완전히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자란 북한주민들이 남한의 콘텐츠에 공감하면서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 북한에서 접할 수 있는 콘텐츠라곤 텔레비전을 통해 매일 반복되는 정치적이고 지루한 선전방송들 뿐인데, 남한 드라마와 영화는 사랑을 얘기하고 또 그 내용이 재미있거든요. 그리고 북한정권으로부터 남한은 썩은 자본주의에 물들어 노숙자들이 넘쳐나는 가난한 곳이라고 교육받아왔는데, 한류콘텐츠 속 남한은 지금까지 배워온 바와는 너무나도 다르거든요. 그런 점 때문에 북한정권에 대한 배신감을 느낀 주민들이 한류콘텐츠를 통해 북한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갈증을 해소한다고 생각합니다. 


Q : 한류콘텐츠가 북한 내에서 어떻게 유통되는지 궁금합니다.

A : 중국과의 국경에서 가까운 신의주와 혜산 쪽에서 밀수를 통해 한류콘텐츠를 북한 내로 반입하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그리고 밀수꾼들에게서 압수한 한류콘텐츠를 당 간부들이 판매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렇게 북한 내로 들어간 한류콘텐츠는 보통 쌀 1kg보다도 비싼 가격으로 판매됩니다. 굶주리고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그런 비싼 가격에 한류콘텐츠를 구매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건 북한엔 극빈곤층만 있을 것이라고 잘못 생각해서 생기는 오해라고 봐요. 북한에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여러 계층들이 있어서 한류콘텐츠를 구매할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이 있어요.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와 CD밖에 없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엔 USB와 EVD플레이어(Enhanced Versatile Disc, CD와 DVD뿐만 아니라 USB에 담긴 파일도 직접 재생할 수 있는 제품으로, 2005년 이후 북한에 우리돈 6만 원대의 저가로 대량유통됨)를 통해서도 한류콘텐츠가 유통되고 있어요.


Q : 한류콘텐츠를 접하는 주민들을 북한당국은 어떻게 단속·처벌하고 있나요?

A : 북한에서는 우리로 치면 검찰·경찰·공무원 등이 뭉친 것으로 볼 수 있는 그루빠를 통해 단속에 나서고 있어요. 2004년 2월에 조직된 109그루빠가 가장 대표적이죠. 단속에서 적발되면 원칙대로라면 북한형법 제193조(퇴폐적이고 색정적이며 추잡한 내용을 반영한 음악, 춤, 그림, 사진, 도서, 록화물과 전자매체 같은 것을 허가없이 다른 나라에서 들여왔거나 만들었거나 류포하였거나 비법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자는 2년 이하의 로동단련형에 처한다.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5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 성록화물을 반입하였거나 보관, 류포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와 제194조(퇴폐적이고 색정적이며 추잡한 내용을 반영한 음악, 춤, 그림, 사진, 도서, 록화물과 전자매체 같은 것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그러한 행위를 한 자는 2년 이하의 로동단련형에 처한다.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만 5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에 따라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한류콘텐츠를 몰래 접하는 주민들의 수가 너무 많아서 유포자가 아닌 단순시청자의 경우에는 약간의 뇌물만 받고 석방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한류콘텐츠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뇌물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단속을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Q : 북한 내에서 한류가 북한사회와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 북한에서의 한류는 북한 사회변화의 촉발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한의 말투·헤어·패션 등을 따라하면서 남한을 동경하게 하게 되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의식구조가 변하게 된다고 봅니다. 이러한 의식구조의 변화는 북한주민들이 정권의 거짓말을 자연스레 인식할 수 있게끔 하는 동시에,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고 생각해요.


Q : 한류콘텐츠가 북한주민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있나요?

A : 남한드라마는 시청률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을 많이 담고 있어요. 그걸 보고 남한사회엔 폭력이 난무하고 바람둥이들도 많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자신이 접한 콘텐츠를 통해서만 남한을 바라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본 장면 하나를 기준으로 남한사회 전체를 판단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는 거죠. 그리고 드라마 속에 나오는 화려한 모습만을 기대하며 남한으로 왔다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실망해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Q :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부는 한류와 북한 내의 한류의 차이점을 꼽는다면?

A : 아시아권에서 부는 한류는 대중문화적인 측면에서만 그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북한에서의 한류는 대중문화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왜냐하면 한류를 통해 외부세계를 접한 북한주민들은 자기들 체제에 반감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반감은 남북분단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끔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 북한 내 한류연구를 위해 북한이탈주민 100명을 만나 심층면접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연구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A : 아들이 친구들과 방안에서 한국드라마를 보는 동안 밖에서 망을 봐주느라 조마조마했다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당의 감시가 두려워서 그랬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아이들이 방 안에서 보고 있는 드라마를 얼른 보고 싶은데 망을 보느라 그럴 수가 없으니, 그 내용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조마조마했던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북한 내 한류의 위상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드라마 시청이라는 당연한 문화적인 인권도 누리지 못하는 북한주민들의 현실에 슬픔을 느꼈습니다.


Q : 마지막으로 통일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통일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 통일 이후에 남북한이 함께 만들어낼 큰 시너지 효과를 생각해보면,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이 통일을 새로운 기회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미래에 통일의 시대를 살아갈 대학생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때 통일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척에 있는 우리와 같은 민족이 북한정권 밑에서 고통 받으며 자유를 박탈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우리 대학생들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