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들은 모두 탈북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
만약 북한 사람에게 탈출할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는 당연히 탈출을 감행하지 않을까?
북한 사람들은 가난한 조국때문에 항상 불안할거야.
한국을 포함한 외국 사람들이 의례짐작으로 하는 북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일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소개해드릴 한 독일 영화를 통해 북한 사람들의 '조국이냐 외부세계냐'의 갈등을 미루어 짐작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 영화는 1980년대 공산주의였던 동독 정부가 비밀경찰인 슈타지(Stasi)를 이용해 국민들을 감시하고 개인의 삶을 옥죄어오면서의 갈등을 다룬 영화로, 독일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바바라(원제: Barbara)'라는 영화입니다.
2012년 개봉.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 독자상’을 수상, ‘미국비평가협회상 외국어 영화 Top5’에 선정되었다.
주인공 동독 여의사 바바라. 항상 불안한 눈을 하고있다.
<조국의 감시를 받게되는 바바라>
동독의 여의사인 바바라는 베를린 공공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서독인인 남자친구를 따라서 외국으로 이주하기 위해 출국신청서를 냈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인민이 지불한 대가에 응해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출국 신청을 거절합니다. 그 당시 동독의 일반인들에게는 해외여행의 자유가 없었기 때문에 바바라의 출국신청은 곧 동독을 탈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반동분자로 찍힙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시골 병원으로 좌천당한 뒤 당국의 감시를 받게 됩니다.
좌천당한 공공병원에 출근한 바바라는 직속상관 의사인 안드레를 만납니다. 하지만 그 역시 국가로부터 바바라의 행동거지를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은 슈타지 중 하나였습니다. 안드레는 바바라가 시간을 비우거나 의심스러운 면이 있으면 시시각각 감시하고 있다가 불시검문을 합니다. 결국 바바라는 국가의 감시와 탄압으로 인해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살게 됩니다. 영화 내내 바바라의 불안한 눈빛과 포스터에도 나와 있는 쫓기는 듯 한 자전거로의 출근길은 그녀의 그런 심리를 잘 드러내 줍니다.
탈출 자금을 모으는 바바라
이러한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 바바라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 서독의 자유체계로 탈출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동독을 탈출할 생각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주로 돈을 몰래 숨겨놓거나 서독 남자친구와의 연락을 통해 탈출계획 등을 세우는데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여기서 바바라는 집에 숨겨놓는 것조차 불안해서 집 밖(예를 들면 바위 밑)에 돈을 숨깁니다. 자기 집, 그러니까 개인의 삶까지도 국가의 권력 아래 옥죄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바바라는 치밀한 계획 하에 '브로커'에게 줄 돈을 준비하는 데 성공하고, 바다를 통한 탈출계획과 날짜까지 잡게 됩니다.
<병원에서 찾은 동독에서의 행복>
한편 시골로 좌천되어 근무하게 된 병원에서 자신을 감시하는 직속상관 안드레에게 연정을 느끼게 되지만 자신은 곧 탈출할 것이고 서독에 남자친구도 있기 때문에 바바라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릅니다. 그런 엇갈리는 사랑이 진행되는 와중 꾀병으로 진단되어 퇴짜 맞기 부지기수인 '스텔라'라는 어린 노동자 소녀의 뇌수막염을 찾아냅니다. 유일하게 자신의 병을 알아준 바바라에게 스텔라는 마음속의 아픈 곳까지 털어놓게 되고 여태까지 사무적으로만 환자들을 바라보던 바바라는 스텔라에게 헌신하게 되면서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어렴풋이 느낍니다. 어차피 탈출하면 떠날 곳이기에 별 마음을 쏟지 않던 바바라에게 동독에 남아 지키고픈 대상이 생긴 것입니다. 또 안드레가 자신을 감시하는 경찰의 아내를 치료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존엄’과 자신의 선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가집니다. 그렇게 바바라가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깨달아 가고 안드레를 인정해주고 사랑을 피워갈 때에 서독의 남자친구에게서 소식이 옵니다. '내가 동독으로 넘어갈 테니 동독에서 행복하게 살자'고. 그 소식을 들은 바바라는 갑자기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자신이 사랑을 위해 탈출을 하고팠던 게 아니라 탈출을 위해 사랑을 빙자한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탈출 대신 남는 것을 선택한 바바라>
바바라는 결국 동독에서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내어 누리는 쪽을 택하게 됩니다. 안드레의 애인으로, 병든 사람들을 치료해야 할 사명을 가진 의사로서의 행복을 찾으며 나름대로의 행복은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에 동독에서 아무 희망도 행복도 찾을 수 없는 스텔라를 서독으로 탈출하는 배에 태워보내고, 자신은 동독에 남는 선택을 합니다. 아무런 삶의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던 바바라가 동독의 땅을 삶의 터전으로 인식하면서, 이곳에서 자신의 할 일에 소명감을 가지고 무책임하게 떠나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행복이 그저 먼 곳에, 또 그 먼 곳에 행복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선택이 동독주민들의 대다수의 선택이었으며,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기 힘들었던 그 시대 사람들의 고민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동영상은 이 영화 전체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벽에 걸려있는 그림은 렘브란트의 <툴프박사의 해부학강의>인데 해부학강의에서 나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덜란드 귀족들로 당시의 지배층을 의미합니다. 여기 누워있는 시체는 절도죄로 교수형을 당한 죄수로 피지배층을 상징합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여기서 툴프박사는 시체에 실수를 범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툴프박사의 권위적인 표정과 이론서를 중심으로 한 강의는 마치 체제를 보호하려는 동독 당국의 정치적인 폭력과 같습니다. 분단과 체제의 강요, 그리고 민족주의를 앞세운 검열의 폭력은 튈프 박사의 실수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바바라가 시체를 지그시 응시하는 것은 그녀가 동독을 떠날 시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과 이후에 선택하게 될 결말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
결국 바바라는 지긋지긋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는 자신의 조국을 떠나는 대신 상대적인 행복을 찾고 그 안에서 만족하며 조국에 남는 것을 택합니다. 대다수의 동독주민들이 바바라와 같은 선택을 한 것과 같이, 대다수의 북한주민들도 그 같은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라는 그들의 조국에 남아 삶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또 언론이나 직접 만나본 탈북민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한국이나 외국에 정착한 북한 사람들이 줄곧 조국에 대해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것도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이라는 나라가 우리가 생각할 때는 영화에 나오는 동독처럼 정부의 숨 막히는 감시뿐만 아니라 총살, 가난, 인권유린까지 제공하는 형편없는 나라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래도 행복을 주는 '나의 고향'이라고 사랑스럽게 조국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나라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통일될 한반도를 대비해서 이런 관점에서의 생각도 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무릇 해보았습니다. 한국과 북한이 비록 정치적, 경제적 차이는 있을지라도 국가 간의 우열을 가려 상대방을 열등하게 또는 월등하게 생각해야 하는 사이가 아닙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과 북한 국민들 간에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은 상대적 서열이 머릿속에 들어앉아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편견이 통일이 됐을 때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북한은 지금 사실이기도 하지만 세계정세에 의해 '세계 악'으로 또는 '최빈국' 등으로 비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나라인 우리라도 먼저 그들은 가치중립적인 국가로 바라봐 준다면 통일에 두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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