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탈북민 A씨의 희망 이야기

탈북민 A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김형정 기자


여러분들은 주변에서 탈북민을 본 적 있나요? 탈북민이라고 해서 여러분과 다른 사람이거나 특별한 사람은 아닙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힘쓰는 국민 중의 한 명입니다. 오늘은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 한 사람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눈 내리는 추운 겨울 천안의 한 카페에서 탈북민 A씨와 김형정, 이으뜸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통일부 대학생기자인 저희도 탈북민들과의 대화 시간은 많지 않아 처음에는 약간 긴장을 한 상태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는 동안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에 빠져 있는 저희들의 모습을 보았는데요, 여러분들도 그 이야기에 함께 빠져보실까요?




는 2010년 4월에 대한민국에 입국했습니다. 2004년 중국에서 북송되었고, 2007년에는 한류문화를 접하게 되어 우연한 계기로 탈북을 결심하였습니다. 탈북을 하여 처음으로 온 곳은 국정원인데요, 국정원에서 다양한 조사를 받는 동안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주는 국정원 관계자들에게 힘을 얻고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나원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4주간의 하나원 생활, 하나원에서는 옷도 새것으로 주고, 신발도 새것으로 주고, 간식도 잘 챙겨주니 한국이 다 친절하고 베푸는 나라인 줄 알았고 정말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한국은 다 잘 살고 부유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원 생활이 끝나고 취업을 하기위해 배정받은 지역은 충남, 제가 충남을 선택한 이유는 들어가고 싶은 ○○기업 계열사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도 취업하기 힘들어서 고생하는 시점에 탈북민이 취업하는 것이 쉬울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일단 아르바이트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에 집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일이 서툴러서 실수도 많이 하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인정많은 편의점 사장님께서 많이 이끌어주시고 힘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조금씩 모으면서, 가고 싶었던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였습니다. 그 기업에 들어간 사람들을 찾아보고 그 사람들을 통해 이력서도 적어보고 면접도 보게 되고, 그렇게 ‘언젠가는 연락이 오겠지’라고 생각하고 마냥 기다리던 찰나, 일을 하러 오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드디어 가고 싶었던 기업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마음에 신이 나서 열심히 근무하겠다는 다짐도 하며 출근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기존에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들의 텃세와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차별과 소외, 일이 힘든 것보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이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일화가 회사 상사인 조장과의 트러블이었습니다. 저는 남들이 뭐라고 하던 제가 일하고 싶었던 곳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처받지 않고 회사를 잘 다니고 있었는데, 조장이 저를 유독 차별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 동료가 와서 조장이 “회사에서 알아서 자를 것이라고 하던데 저 친구는 꽤 길다?” 라고 말했다고 전해주었습니다.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들어왔지만 동료들은 그런 사실을 모른 채 계약직인줄로만 알고 저를 무시한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 조장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무례한 발언을 하는 등 저를 정말 힘들게 했습니다. 저는 참다못해 소장에게 면담을 요청하였습니다.

“소장님이 결정해주세요. 조장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불쾌한 언행을 했습니다. 근무시간 외 사적인 시간에 이런 식으로 사람 불러서 이런 말해도 되는 것입니까?”라고 하자 소장님은 조장이 잘못한 것 같으니 이해하라고 하시며 ‘조장해임’이라는 주제로 전체 면담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하지만 조장에게도 사연이 있었습니다. 원래 평사원이었으나 사람이 없어서 조장으로 데려왔던 것인데, 초기에 부담이 심해 스트레스가 쌓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스트레스를 저에게 다 푸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조장자리에는 그 사람이 적당하지 않다고 제 의견을 밝혔습니다.

는 이렇게 조장과의 트러블 때에도 소장님의 도움과 이제 막 남한에 정착한 저의 상황을 감안해서, 가능한한 근면성실한 직원으로 생활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장 사건의 경우 굉장히 불쾌하고 탈북민으로서 차별을 받는다는 기분이 들어 속이 상했습니다. 

그 후, 저는 입사 1주년 기념으로 야간근무 시간에 전 직원에게 야식을 제공하였습니다.  

“여러분이 절 좋게 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여러분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라는 말을 전하였습니다. 언젠가부터, ‘내가 먼저 웃는데 저쪽에서 내게 침을 뱉을까’ 이런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사람들에게도 먼저 미소 짓고 다가가니 주변에서도 저에게 잘 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다 내려놓고 주변을 바라보니 비로소 저의 과오도 있었다는 것들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하는 동안 이런 저런 경험들이 있었지만, 입사한 지 어느덧 2년 10개월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3년 적금을 들어놓고 매월 꾸준히 불입하고 있으며 멋진 승용차와 저의 집을 가져 제가 꿈꾸었던 것들 다 이루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끔 제 자신에게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참 대단하다. 나에게도 이런 능력이 있구나! 힘들게 이렇게 살아왔어도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살아오다 보니까 결국 주변에서 인정을 해주는구나.’ 그리고 남한에 와서 홀로 남게 될 줄 알았는데, 제 주변에는 늘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저 혼자 잘 나서가 아니라, 옆에서 알게 모르게 날 도와줬던 사람들 덕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지금 저의 회사에 계신 소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소장님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기 전엔 널 내보내지 않겠다. 넌 내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다. 정당하지 않은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절대 남에게 발언하지 않고, 나서지 않고.” 이렇게 저는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탈북민이라 이러한 관심을 받고 모든 것을 누리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탈북민이라고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저만의 소신대로 꿋꿋하게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렇게 지금의 제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탈북민들에게는 저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고, 탈북민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저도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데 여러분들은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하루빨리 통일이 온다면 좋겠지만, 통일이 오기 전 탈북민들에 대한 인식개선과 탈북민들의 마음가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전제되어야 대한민국에 평화통일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통해 모두가 희망과 용기를 가지는 대한민국이 오길 바랍니다.

어떠신가요? 탈북민 A씨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으셨나요? 실제 탈북민 A씨뿐만 아니라 많은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러한 탈북민들을 응원하고 더불어 우리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겠죠? 오늘 하루도 파이팅하며 이상 통일부 대학생기자단 이으뜸, 김형정 기자였습니다.


 

#이으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