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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독일 통일이 주는 교훈

 

독일 통일의 교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서독이 동독을 흡수한 지 어언 2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독일 내 동독민과 서독민간의 사회적 갈등은 여전하다. 독일통일은 한마디로 ‘정치·경제적 통합의 성공’과 ‘사회·문화적 통합의 실패’로 평가된다. 서독의 시장경제 시스템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동독을 흡수했고 실제 양독간의 경제적 격차가 빠른 속도로 해소된 점은 정치·경제적 성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통합의 이면에 실제 독일인의 삶과 생활 속에서 서로를 하나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며 소통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본다면 문제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소득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동서독간의 소득격차는 더욱 확대되었고 장기 실직율의 경우 동독이 서독인에 비해 1999년 기준 약 2배에 해당 있다는 점도 동독인이 공동체적 정체성을 획득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실업의 문제는 자연히 결혼율과 출산율의 저하로 나타나게 되었는데 1994년 동독지역의 결혼 건수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결혼율이 낮은 서독지역의 58%에 불과했다(도기숙「통일 이후 동독여성이 겪는 사회·문화 갈등」한국여성학 제21권 제1호). 또한 1989년에서 1993년 사이에 출산율이 69%나 줄었는데 이 수치는 1차 대전이나 2차 대전에도 보기 어려웠던 수치이다.

 

<서독과 동독>

 

통일 이후에 동독인이 겪은 사회적 충격은 고스란히 정신적 충격으로 내면화되었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체제에서의 지식과 사고방식 및 생활양식이 통일 이후 무의미하거나 저급한 것으로 취급되는 사회적 공기 속에 정체성의 혼란과 자기비하를 겪게 된다. 노동은 삶의 안정적 생활을 영위하는 차원을 넘어 근로자 개인의 삶의 정체성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통일 직후의 대량실업 사태는 그전의 완전고용상태에서 수동적 노동을 영위했던 동독인들에게 일종의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들의 정체성에도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2001년 동독인의 74%가 통일 독일 사회에 대해 여전히 2등국민으로 느끼고 있다고 대답했다는 설문조사(Gensicke, Thomas(2001) Deutschasnd Archiv 3/2001)도 이를 잘 드러낸다.

 

 

<베를린 장벽>

 

독일통일의 과정은 한반도 통일에도 하나의 좋은 교훈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이에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할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 독일의 통일은 그 체제나 방법론의 문제를 떠나 통일 이후 동·서독간 진정한 융화와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임시방편의 처방만으로는 분단의 상처와 적대 및 증오를 제대로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근원적 치유의 과정 없이 성취한 섣부른 외형적 통일은 내부의 상처를 더욱 키워 마침내 새로운 사회적 갈등과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지점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독일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민족사적 갈등을 미리 예방하고 공동의 번영을 위한 통일에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