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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남북한 합의서 국회 비준동의 촉구를 위한 포럼현장을 가다


12월 5일, 전국적인 눈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서울에서도 걸을 때마다 움푹파인 자국이 보일 정도로 눈이 내렸는데, 제가 취재차 가게 된 국회에서도 한동안 내린 눈으로 그야말로 설경이었습니다.


이날 국회에서는 남북한 합의서 국회 비준 동의 촉구를 위한 포럼이 진행되었는데요, 포럼이 진행된 의원회관 신관은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습니다. 회의실은 때이른 폭설탓인지 자리가 많이 비어있었습니다. 발표자분들의 얼굴이 보이는 가운데, 저는 무대 정면쪽으로 자리를 잡고 배부받은 관련 자료들을 확인하며 포럼 발표를 들었습니다. 이날 포럼은 정종훈 교수(연세대, 평통기연 운영위원)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포럼은 평통기연(평화와통을을위한기독인연대)의 주최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남북합의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남북간 4대 합의문을 국회비준을 거쳐 <한반도통일대장전>으로 선포할것을 촉구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세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각 주제에 대한 해당 전문가들의 발표가 진행되었는데, 주제의 내용은 남북간 4대 합의문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국회 비준동의에 대한 검토, 남북 합의문 국회비준 동의를 위한 법학적 검토, <한반도통일대장전>로드맵 선포를 위한 법제도적 과제 검토였습니다.

유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남북간 4대 합의문(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선언)에 대한 배경과 주요 내용, 의의와 한계를 짚어가며 국회 비준 동의를 위해 검토했습니다. 지금까지 4차례의 합의가 있었음에도 그 합의문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원인을 알아야 올바른 합의문 수립이 가능하겠죠.

우선 지금까지 남북관계에서 맺은 합의서에 대해서 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유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의 내용을 통해 정리해 보면, [7.4 공동성명]은 1960년 대 말 당시 급변하던 동북아 정세를 배경으로 합의된 내용인데요, 결론적으로 남북의 각 정권의 권력기반을 강화했던 한계를 갖고 있었고, 국민적 여론수렴과 합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1991년에 당시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 및 체제전환 등의 세계사적 전환과 그에 따른 북한의 체제위기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비록 그 규정에 있어서 남북관계의 기본성격, 관계의 발전방향 및 원칙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었지만 그 한계를 생각해볼 때, 남한의 경우 국회의 비준동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의지가 결여되어 있었고, 북한의 경우 남북기본합의서의 이행의지 자체가 부족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 당시 김대중 정부 때 이루어졌던 [6.15. 선언]은 남북관계의 현실에서 사실상의 규범력을 발휘하였고 이 점에서 남북간에 현실의 규범력을 가진 최초의 문서였지만, 남한 내부의 국민적 공감대 또는 지지 확보라는 문제의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10. 4. 선언]은 남북관계발전을 위한 제도화의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문제점을 남겼습니다. 결국 지난 40년에 걸친 4대 합의문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국민적 지지의 토대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지요.

한명섭 변호사(한명섭 법률사무소)는 비준동의를 위한 법학적인 검토에 대해 발표했는데, 법적 쟁점들에 대한 해결은 간단하지가 않은데, 남북합의서는 분단국 구성체간의 합의서라는 특수성 문제와 일반 조약의 체결과 관련된 국내법적 문제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이 날 발표에서는 국회비준 동의를 얻기 위해서 국제조약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야하는지, 북한에서도 동일한 절차를 거치도록 요구해야 하는지, 과거 정부에서 합의했던 지난 4대 합의문은 소급해서 비준 동의하는 것이 가능한 지 등의 문제에 대한 답변이 이루어졌습니다. 우선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고 보았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는 합의서의 성격이 법적 효력의 창출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신사협정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세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남북한 양측의 각 합의서에는 비준의 시기에 규정이 따로 없는 이상 일반적인 법해석론의 문제로 돌아가게 되는데, 법의 일반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비록 불확정적 개념이기는 하지만 '상당한 기간 내에' 비준을 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 발표는 이장희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가 4개 합의문이 국회에서 비준 동의가 이루어지기 위한 절차와 그 적절한 시기, 그리고 여야의 합의를 통한 동의 등의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검토하는 자리였습니다. 이장희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는 [한반도통일대장전]로드맵을 공개적으로 선언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는데, 분단현실의 혼란 속에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다음으로 통일국가를 질서 있게 완성하는 실천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나침반이 필요하며 '[한반도통일대장전(Charter of Grand Design for Korean Unification)]'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또 [한반도통일대장전]로드맵이 국민 합의 속에 완성된 후 국회의 2/3 비준동의를 받게 되면 각급 교육기관은 물론, 사회교육기관에서도 통일교육, 평화교육 차원에서 널리 홍보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이러한 로드맵 선언이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고, 남북이 한반도문제의 능동적 주체가 되며 국제적으로 주변국과의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 이를 통해 동북아 다자안보협력회의로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각 발표자들의 발표 후에는 논평이 이어졌고, 3가지 주제에 대한 발표 후에는 사회자 진행으로 전체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때 이루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변호사, 학생, 대학교수 등 다양한 직종의 참가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한 질문자는 '이런 취지의 포럼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참 의미가 있는 것 같고, 앞으로도 자주 이런 포럼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포럼의 주최측인 평통기연(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에서는 이번 포럼과 성명서 발표에서 더 나아가 선거일 전에 양대정당 선대본을 방문해서 <한반도통일대장>을 정강정책으로 채택해줄 것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질의응답을 마친 후 사회자의 맺음인사로 포럼은 일정이 종료되었습니다. 저는 나오는 길에 오늘 열렸던 포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양대 정당을 포함한 차기 정부의 지도자들이 이번 포럼의 취지에 부응하여 남북한 합의서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통일에 대한 올바른 비전을 제시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변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