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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조선녀성’으로 본 북한의 가족담론

안녕하세요! 상생기자단 5기 박찬미입니다.

북한의 ‘조선대백과사전’에서는 가족을 “결혼과 피줄에 의하여 가장 가깝게 련결되여있는 사람들의 작은 집단”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사전에서는 노예소유자사회와 봉건사회에서 착취계급의 가족관계는 “남녀 간에 절대적인 지배와 무조건적인 굴종, 가족성원들간의 경제적 및 신분적 예속 관계”이며, 자본주의적 가족관계는 “부부혈육간의 관계가 랭정한 금전관계로 나타나고 그들의 인격적 가치는 교환가치”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반면에 북한에서 가족은 “부부간, 부모자식간, 형제자매간 등 가족성원들사이에는 리기적타산이 없는 순결하고 뜨거운 혈육의 정이 흘러넘치는 관계”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계가 가능한 것은 북한이 “온 사회가 하나의 사회정치적생명체로 결합된 사회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당국의 설명이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이탈주민 16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가족의 주인은 가장이다’에 동의한 사람은 93.9%, ‘부인은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에 동의한 사람은 86.5%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북한 당국이 가족 간의 평등한 관계가 유지된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이 북한주민에게 그대로 내면화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남기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이야기들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이탈주민이 증언하는 북한 가족은 전통적인 가부장을 중심으로 한 남녀 간의 성역할 분업이 엄격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과 달리 정권수립 초기에 북한에서 발간한 자료들을 보면, 가부장 중심의 가족관계를 해체하고자 하는 시도가 나타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분명히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북한 가족이 변화하였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는데요. 가족이 사회의 세포라고 규정하며 사회의 기층단위로서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사회의 변화 및 정책의 변화는 북한 가족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 면접을 통해 북한 가족을 분석하는 것은 생활의 구체적인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당사자의 기억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와 그들이 경험했던 시기에 한정된 가족의 모습만 파악하게 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선녀성’은 북한의 가족담론을 살펴보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문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선녀성’이 ‘조선민주녀성동맹’의 공식 기관지로 북한의 주요정책에 대한 기사를 포함하고 있으며,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가정에 관련된 기사를 가장 많이 게재하고 있는 잡지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연구의 특성상 공간문헌은 북한의 정책이나 이념에 대한 자세한 접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조선녀성’의 분석을 통해 북한의 가족담론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떠한 특징을 가지는지, 북한의 특징적인 가족유형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이야기하기에 앞서 ‘조선녀성’에 나타나는 북한 가족의 공식담론 분석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만큼 창간호 이후 2008년 12월까지 기사 전체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구할 수 있는 자료는 1956년 1월부터 1967년 10월까지, 1971년 5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자료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1977년 1월에서 1978년 12월 사이 발간호의 경우 자료 확보의 어려움이 있어서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이야기의 대상은 1956년 1월에서 2008년 12월 사이의 발간호 중 누락호를 제외한 ‘조선녀성’ 총 409호입니다.

 

 

북한의 가족담론은 시기별로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각 시기는 1950~1960년대, 1970~1980년대, 1990~2000년대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1950~1960년대 가족담론은 정권수립 이전 형성되었던 전통적 가족개념을 타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의 주제별 가족담론은 ‘가족 구성원의 역할’, ‘결혼의 조건’, ‘행복한 가정의 조건’, ‘가정경제’, ‘가정부인의 사회 진출’, ‘가정교육 방식’, ‘가정 영역의 확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설명하는 기사는 여성이 가정에서 전담하게 되는 역할을 ‘안해’, ‘시어머니’, ‘며느리’, ‘어머니’, ‘시누이’, ‘올케’로 구분하여 각 역할에 따라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의 역할’에 해당하는 기사 뿐 아니라 각 주제별 기사와 주요 내용도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의 사회주의 사회가 건설된 만큼 새로운 사회에 적합한 가족유형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1970~1980년대 주제별 가족담론은 ‘모범가정’, ‘가정혁명화’, ‘가족구성원의 역할’, ‘가정경제’로 나타납니다. 이 시기는 북한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든 시기로 1980년대를 기점으로 가족담론은 크게 변화합니다. 1970년대 가족담론은 혁명화된 가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1950~1960년대의 가족담론과 유사하게 나타나는데, 주로 가정 내에 아직 남아있는 봉건 유습을 해체하고자 하는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사회정치생명체론’의 영향으로 이 시기의 가족담론은 전통적 역할수행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됩니다.

1990~2000년대의 가족담론은 90년대 이후 시작된 경제난의 영향이 많이 반영되어 나타납니다. 이 시기의 주제별 가족담론은 ‘총대가정’, ‘가정’, ‘행복한 가정의 조건’, ‘가정 영역의 확대’, ‘영예군인 가정’, ‘가정혁명화’로 나타납니다. 각 주제별 기사에서는 경제난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문제를 가정의 역할을 강화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정이 사회문제 해결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이유로 ‘선군사상’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 북한의 가족담론은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가족의 역할을 강조하고, 당국이 제시한 ‘선군사상’에 적합한 가족 개념을 확립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조선녀성’에서는 북한의 특징적인 가족유형으로 ‘대가정’과 ‘혁명적 가정’이 나타납니다. ‘대가정’과 ‘혁명적 가정’의 모습은 각 시기별로 그 의미와 영역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우선 1950~1960년대의 ‘대가정’은 혈연가족을 중심으로 조합과 인민반을 포함하였습니다. 공산주의 사회를 지향하는 북한이 온 사회를 하나의 대가정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개념으로 그 당시에는 개별 가정을 중심으로 ‘대가정’의 영역이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1970~1980년대는 ‘사회정치생명체론’의 등장으로 ‘사회주의 대가정’의 개념이 형성되었습니다. 이 시기 ‘사회주의 대가정’은 김일성과 당을 어버이와 어머니로, 대중을 자녀로 하여 국가 전체를 하나의 가정으로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 가정의 영역에 포함되어 있던 ‘혈연가족’은 이 시기에 들어와 대중의 영역에 포함되어 국가라는 가정의 ‘자녀’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90~2000년대 북한의 ‘대가정’은 선군사상의 영향으로 인해 군대를 가정의 영역으로 포함하였습니다. 예전에 국가라는 가정에서 어머니의 역할을 하던 ‘당’의 존재는 나타나지 않았고, 대신 ‘군대’가 새로운 가정의 영역으로 등장하였습니다.

다음으로 1970~1980년대의 ‘혁명적 가정’은 각 가정이 ‘김일성주의’로 표현되는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수령의 교시와 당의 정책을 관철하는 사회주의적 가정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가족담론의 47.1%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혁명적 가정’의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 ‘혁명적 가정’은 ‘혁명적 군인가정’으로 바뀌어 등장합니다. 이 시기의 혁명화 된 가정은 자녀를 모두 군대에 보내고, 군대 원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선군사상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대별 북한의 가족담론 분석을 통해 사회의 변화 및 정책의 변화가 북한의 가족담론에 영향을 미쳐왔음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1950~1960년대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한 가족의 역할을 강조하는 기사가 많았고 1970~1980년대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가정의 역할에 대한 기사가 주로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1990~2000년대는 각 가정이 군대를 위해 생활하자는 내용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 이유는 사회적 화두가 가족담론에 영향을 미친 결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지속적으로 ‘조선녀성’에 이러한 내용이 나타난다는 것은 북한이 사회문제를 정권 자체에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가족의 사회적 역할 강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임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가족담론을 보면서 남한의 가족담론과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요. 언젠가 우리 한반도가 통일을 이루고 나면 남북한의 가족담론이 서로 같아질 날이 다가오겠지요? 우리가 통일을 이룬 그날에는 북한이 혁명적이고 사회적인 것이 아닌 민주화 되어있고, 조금 더 평화적인 가족담론을 이루고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정보>
-'조선녀성'에 나타난 북한의 가족담론 분석(2010): 김미주
-새터민 정착과정 실태조사(2007): 국가인권위원회
-현대 북한사회와 가족(2003): 박현선, 한울아카데미
-북한이주민(2009): 윤인진, 집문당

<사진>
-http://www.slowalk.com/1040
-http://www.bkl.or.kr/kboard/kboard.php?board=news6&act=view&no=179&page=1&search_mode=&search_word=&cid=&PHPSESSID=6fb2d437129472a00bd9378d594f7375
-http://www1.dailynk.com/korean/read_photo.php?cataId=nk03100&num=50370&page=78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pa1983&logNo=164253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