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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삼겹살이 혐오식품? : 북한의 양극화된 돼지고기 인식

출처 : 맛있는 삼겹살 구이를 찾아서, 조선일보 (12.6.28)  

여러분 삼겹살 좋아하십니까? 너무 당연한 질문이라고요? 맞습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라는 관용적인 표현이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삼겹살을 좋아합니다. 어찌나 삼겹살을 좋아하는지 대패에서부터 고추장양념, 와인숙성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무궁무진하며 심지어 그 수요가 과잉돼있는 상황이라 외국으로부터 삼겹살 부위만 따로 수입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삼겹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만장일치의 선호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삼겹살에 대한 북한에서의 인식은 우리와는 달리 양극화돼있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北고위층 "돼지고기를 어떻게 먹어?"

 북한에서 우리처럼 고기를 많이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소위 ‘고위층’인 사람들. 그런데 그들은 오리고기나 양고기는 선호하지만 놀랍게도 돼지고기라 하면 소스라치게 혐오해한다고 합니다.

 아니? 오리고기나 양고기를 좋아하는 건 이해가 되겠는데 돼지고기를 안 먹었으면 안 먹었지 왜 그 맛있는 것을 ‘혐오’씩이나 하는 것일까요? 그들이 무슬림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이런 호불호의 원인은 어디에서 기인된 것일까요?


北고위층이 가진 돼지고기 혐오의 원인

 사실 어떤 짐승의 고기이냐에 대한 호불호의 차이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현상입니다. 무슬림들의 돼지고기 기피, 힌두교도들의 소고기 기피, 그리고 만주족들의 개고기 기피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들인데 사실 이 모든 금기들은 종교나 역사적인 전설과 결부돼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껍질을 조금만 벗겨보면 모두 그 지역의 경제적 구조와 엮여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양돈에 적합하지 않은 중동지역의 기후, 소의 노동력이 필요한 인도 특유의 농경구조, 개의 후각을 필요로 하는 만주지역의 수렵체계가 그러한 각각의 터부를 낳은 것이지요. 

 북한의 경우에도 이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북한체제는 오랜 자력갱생의 구호로 말미암아 경제가 파탄에 이른 상태입니다. 그래서 근대적인 생산 환경을 가진 산업이 전무하다시피한데 특히 1차 산업의 경우에는 그 조악함이 가장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양돈업(養豚業)은 가장 처참한 상황입니다.

 돼지는 소나 닭과 달리 사람이 식성이 비슷한 가축. 허나 당장 사람이 먹을 것도 부족한 마당에 돼지에게 사료를 만들어 먹일 수 없는 노릇이라 대신 죽처럼 삶은 인분(人糞)을 먹인다고 합니다. 근대화 이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양돈방식이 아직도 북한에서는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먹이로 인분을 먹이는 사육환경. 이러한 환경에서 위생은 단연 엉망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분을 먹이로 하기에 북한 내 대부분의 돼지들이 촌충(寸蟲)에 감염돼있어 잘못하면 먹고 배탈이 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기에서 인분 냄새가 고약하게 난다고 하니 북한의 고위층들이 돼지고기를 꺼릴 만하겠지요?


北대다수 주민 "돼지라도 좋으니 진짜 고기 좀 먹어보자!"

 하지만 그러한 혐오는 오직 앞서 말했듯 북한에서 대량으로 고기를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소위 ‘고위층’들만의 것. 낙후된 생산 환경으로 만성적인 농수산물의 공급부족에 시달리는 대다수 주민들에게 있어서 돼지고기의 위생은 전혀 연연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턱없는 수준의 과소공급으로 인해 없어서 못 먹는 고기일 뿐이지요.

출처 : 북한 인조고기 등장…"매콤? 뭐라 표현하기 힘든 맛“, 엑스포츠 (12.9.18)

 때문에 대다수 주민들은 기름을 짜고 남은 콩 찌꺼기로 만들어낸 인조고기라도 먹으며 고기에 대한 열망을 달랜다고 합니다. 선진국의 많은 채식주의자들이 건강을 생각해서 먹는 콩고기가 북한주민들에게는 고기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를 달래기 위해 먹는 대체재인 것입니다.


통일 : 돼지고기에의 양극화된 인식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길

 지금까지 북한 내에서 돼지고기에 대한 인식이 상반돼 있음을 알아보았습니다. 삼겹살을 혐오하는 북한 고위층과 삼겹살을 먹고 싶어 하는 북한 대다수주민들! 어떻습니까? 북한체제 내의 모순이 아주 심각할 정도로 극(極)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드시지 않습니까?

 한 산업에 있어서 산출물의 양은 생산요소에 따라 결정되고 그 산출물의 질은 기술수준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리고 그 기술수준이라는 것은 후방산업(특정 산업의 산출물을 위한 투입요소들을 생산하는 산업)들의 발달수준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북한체제는 오랜 자력갱생에의 강경한 고수로 인해 생산요소와 후방산업이 완전히 붕괴된 상황. 따라서 산출량과 산출질 모두 최악인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최악의 상황은 한 생산물에 대한 양극의 인식을 낳고야 말았습니다. 

출처 :돼지고기 최고의 찰떡궁합은 상추, 세계일보 (12.8.14)  

그러므로 이러한 체제모순을 타파하기 위해선 북한체제의 본질적인 변화 즉, 국제적 고립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우리가 내미는 상생공영으로의 통일이라는 손을 잡는 것입니다. 

 한쪽은 더럽다고 안 먹고 한쪽은 없어서 못 먹는 이 기묘한 모순! 통일 대한민국이 하루라도 더 빨리 와야 할 여러 까닭 가운데 하나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