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통일부 어린이 기자단, 북한을 맛보다

통일부 어린이 기자단! 북한을 맛보다
-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북한 음식-쿠킹클래스’를 다녀오고


  지난 10월 6일 토요일, 종로 3가에 위치한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방문했습니다. 평소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북한 음식을 배우고 싶거나, 직업 교육을 받고자 하는 탈북자들이 대분이라고 합니다. 이날 연구원에는 북한 음식을 배우고 직접 만들기 위해 초등학교 5,6학년생으로 구성된 통일부 어린이 기자단이 방문했습니다.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을 운영하는 이애란 교수님은 탈북자 여성 중 처음으로 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이기도 하고, ‘통일미래의 꿈’을 통해 자주 소개되었던 분이기도 합니다. (2011/12/19 - 탈북 여성 박사 1호, 이애란 교수를 만나다 / 2012/04/20 - 봄나들이 도시락, 북한 요리로 채워볼까?)


▲ 어린이 기자에게 북한 음식을 가르쳐주고 있는 이애란 교수

   이날 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된 쿠킹클래스에서 이애란 교수님은 북한의 극(가난한 자가 먹는 음식-두부밥)과 극(부유한 자만 먹을 수 있는 음식-혼돈찜(북한식 만두))을 맛볼 수 있는 요리를 만들게 될 것이라면서 북한 주민들의 ‘삶’과 ‘음식’을 연결지어 설명해주었습니다.

   쿠킹클래스에 참가한 7명의 어린이 기자단은 물론이고 5명의 학부모들도 처음 북한 음식을 만들어보는 자리였습니다. 어린이 기자단이 만들어 볼 음식은 북한의 ‘두부밥'과 ‘혼돈찜'이었습니다. 이애란 교수님이 ‘두부밥'을 어린이 기자들에게 설명하면서 두부밥이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두부밥은 북한의 ‘민중의 음식’으로 유부초밥과 비슷한 모양입니다. 과거 북한에서 많은 사람들이 식량난으로 굶어 죽었던 1990년 대 ‘고난의 행군’ 시대에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합니다. 어린이들은 북한에서 ‘민중의 음식’으로 불리는 ‘두부밥’이 생각보다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어 놀라워했습니다. 

   이애란 교수의 레시피 강의가 끝나고, 어린이 기자들은 2개 팀으로 직접 북한음식을 만들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어린이 기자가 처음 요리를 해보았지만 이애란 교수님의 강의를 떠올리며 조막만한 손으로 재료를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밥에 식초, 설탕, 소금을 넣을 때 친구들에게 간을 물어보기도 하고, 만두피를 만들면서 친구 얼굴에 밀가루를 묻히며 어린이 기자는 북한 음식을 단순히 보고, 먹는게 아닌 만지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 '두부밥'과 '혼돈찜'를 만들고 있는 통일부 어린이 기자

   시간이 지나자 다양했던 재료들은 하나의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만들어졌다는 ‘두부밥’은 우리의 김밥만큼이나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어린이 기자들은 굶주림으로 많은 북한 주민들이 생명을 잃었던 ‘고난의 행군' 시절에 이런 맛있는 음식이 나왔다는 것에 오히려 놀라워 했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 이런 음식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북한 정부 통제가 약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 사람들은 살기위해 무엇이든 팔아서 음식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했고 장마당이 하나씩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결국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팔기 위해서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했고 손쉽게 만들 수 있었던 ‘두부밥’은 자연스럽게 ‘민중의 음식'이 되었던 것입니다. 

   어린이 기자들은 북한에서 극과 극이라는 음식인 ‘두부밥’과 ‘혼돈찜’을 손수 만들고 먹어보면서 우리 음식과 별반 다르지 않은 ‘같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사람의 눈은 진보적이고 사람의 혀는 보수적이다"라고 합니다. 이 말은 우리가 관광지에 놀러가거나 해외 여행을 가는 것처럼 눈으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보고싶어 하면서, 입맛은 평소 먹던 음식만 찾게되는 것을 비유적으로 뜻하는 말 입니다.


▲직접 만든 '혼돈찜'를 손에 들고 있는 통일부 오은지 어린이 기자
▲직접 만든 '혼돈찜'를 손에 들고 있는 통일부 오은지 어린이 기자

   북한 음식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찾아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을 찾은 어린이 기자들은 보수적인 혀 끝으로 ‘별반 다르지 않음'을 맛보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어쩌면 어린이 기자들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에서 ‘북한 음식'을 경험한다고 했을 때 이미 ‘다른 나라 음식' 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북한 음식을 경험했을 때 어린이들은 ‘다르지 않은 음식'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인식할 때, 여러 재료가 하나의 요리로 변해가듯 통일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하나의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며 기사를 마칩니다. 


윤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