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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북한학과 학생, 지중해에 가다 (3)] 그리스와 남키프로스

 

안녕하세요. 상생기자단의  최수지 기자입니다.

[북한학과 학생, 지중해를 가다] 는 지중해에 위치한 또 다른 분단국가인 키프로스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는 기획 기사인데요. 지금까지 한반도 분단이 유일하다고 믿어왔던 우리에게 키프로스 사례는 낯설기만 합니다.

하지만 통일 논의에 있어서 '북한 문제'로만 한정짓는 기존의 프레임을 벗어나서, 분단과 통일에 대한 새로운 정의, 그리고 통일을 넘어선 평화라는 가치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1편 기사 또 하나의 분단국가, 키프로스에서는 키프로스에 대한 소개와 분단 이유,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의 통일 노력 등을 다루어 보았습니다. 또, 2편 기사 터키와 북키프로스에서는 터키와 북키프로스의 입장을 들어보았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외교부 사이프러스 담당 국장그리스 외교정책재단 사무총장과의 면담이 있었습니다.


그리스는 현재 국제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키프로스 공화국(Republic of Cypurs)', 즉 남키프로스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는 최근 유로존 경제 위기로 인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인데요.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수많은 철학자들을 배출해 낸 서양 문명의 발원지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리스는 400년동안 터키의 지배를 받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터키와 많은 갈등 요소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1974년 터키의 북키프로스 무력침공과 점령에 대해서도 매우 '공격적인 외교'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따라그리스는 터키와 가장 가까운 이웃이지만 가장 먼 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터키와 그리스가 키프로스 문제를 대하는 서로 다른 관점을 살펴보는 중인데요. 지난 기사에서 터키의 입장을 알아보았다면, 이번에는 그리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1. 그리스 외교부 사이프러스 담당관

 

#1. 키프로스 문제의 핵심은 1960년대에 체결한 3대 조항(국제적 조약)에 대한 터키의 의무 위반이다.

터키는 군사적 침공을 했고, 현재 공인 받지 못한 정부(북키프로스)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침공 이후 북키프로스로 이주한 터키 이주민의 숫자는 본래 그 땅에 살던 주민의 수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사이프러스 문제는 터키가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고 터키군을 철군(현재 4만명의 터키군이 주둔하고 있음)시키며 통일하면 해결된다고 본다.

 

#2. 그리스는 기본적으로 1체제 1국가 2민족 안에서 소수가 적절히 대표된 체제를 원해왔다. 하지만 2004년 발표한 UN측의 키프로스 통일 방안인 아난 플랜(Annan Plan)은 북측을 과잉 대표함으로써 그리스의 이익과 맞지 않는다.

아난 플랜은 여러 면에서 우리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경제적 보상, 즉 북키프로스에서 추방된 남 거주자들의 재산권 보상 문제 등이 불완전하다. 보상 재원 마련 또한 불투명하다. 예를 들면 경제적 가치가 있는 해안가는 반환에서 제외했으며, 보상 비율에 대한 합리적 결정 또한 미흡해서 결국은 세금의 형태로 남사이프러스가 부담하게 되었음.

#3. 키프로스 시민사회 차원에서의 평화 구축 운동에 대한 그리스의 생각은 다소 비판적이다.

기본적으로는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에 찬성(generally in favor of movements of the relations of civil societies bet. the Turkish Cypriots and Greek Cypriots)한다. 하지만 이것은 특별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하나는 합법적인 공식 연방(one is a legal governmental federation)이지만 또 하나는 불법적인 단체(illegal organization)이기에 본질적으로는 다소 비판적인 인식(critical recognition)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만약에 북키프로스의 독립적인 행동이 굳어져 대만 모델(Taiwan model)이 되면 최악의 경우가 된다. 대만 모델은 현재 세계의 많은 제3국에 의하여 인정을 받아 합법화되었고, 사실상의 대통령도 있지만 ‘하나의 중국 정책 (One-China policy)’에는 반하는 것이고, 결국 독립국으로 거듭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북사이프러스 내부에서도 원래의 주민들과 터키에서 이주해 온 주민들간의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어.

그리고 키프로스의 분단 고착화는 이미 기정사실화되어있는 듯 보였어.
어쨌든 그리스는 북사이프러스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고, 불법이라고만 주장하여 협의를 회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스의 입장 또한 터키의 그것과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이 키프로스 내부의 평화를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

또 나는 한반도 통일 문제에 있어서도 민간 차원에서의 접근, 즉 시민 사회 통일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 연수를 가기 전에 키프로스 내부에서의 평화 구축 운동과 같은 민간 차원의 노력에 대한 논문을 읽은 적이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 질문을 했어.

이에 대한 답변은 '기본적으로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남북 키프로스 관계의 본질적인 모순으로 인해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어.

이런 점을 봤을 때, 우리도 민간 차원의 통일 노력에 있어서 주변국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기본 합의나 당사자간의 전제가 명확해야 함을 깨달을 수 있었어.

 

 

그리스 외교부는 그리스가 키프로스 문제의 주도권을 잡아야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는데, 터키와는 달리 현재의 국제 정세에 집중했고, 코피 아난의 안을 거부한 것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어.

터키가 역사적 배경에 의해 키프로스에 대한 우선권을 주장하는 반면, 그리스는 현재 상황과 이해관계에 의해 키프로스가 그리스의 문제라는 뉘앙스를 풍겼어. 특히 천연가스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가 없을 것이라는 태도도 보였지.

현재 국장은 그리스의 새 대통령의 키프로스 방문 문제로 매우 바쁘다고 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의례적인 일이라고 했지만 이 역시 단순 방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것 같아.

 

2. 그리스 유럽외교정책재단 사무총장 

 

#1. 키프로스 문제의 핵심은 남과 북 사이의 오해(misconception), 신뢰의 부족(lack of trust), 그리고 젊은 세대의 무관심 증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무관심이 심각한데, 함께 살아왔던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세대가 증가함으로써 이질성이 커지고 있고, 남과 북 사이의 공유된 기억(shared memories)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언어와 관습의 차이가 굳어졌고, 상호 간의 결혼(inter-marriage)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고착화된 상태다.
하지만 분단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taken for granted)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가 일시적(temperate)이며, 비정상적(abnormal)이라는 것이라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 문제 해결의 핵심은 남북 키프로스, 그리스, 터키, 그리고 국제 기구의 정치적 해결 의지(political will), 그리고 적합한 정치적 기회구조를 갖는 것이다.

키프로스 문제의 중심적인 당사자들을 꼽아본다면 우선 그리스계 사이프러스(Greek Cypriot), 터키, 그리고 국제적인 중재자(international mediater)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미국도 당사자라고 본다.

그리스가 생각하는 문제 해결의 전제 조건은 무엇보다도 당사자들의 정치적 해결 의지, 민주주의의 문제(problem of democracy), 그리고 리더십의 변화 문제(change of leadership)다.

터키는 국제 사회의 공식적 지지를 받지 못한 채로 불법 점령을 계속하고 있으며, 키프로스 문제는 현재 그리스 대외 정책 순위에서도 상당히 밀려난 상태이다. 그리스는 지난 38년간 키프로스 문제를 다루어옴으써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got tired of)라고 말할 수 있다.

 

#3. 남북 키프로스의 통일을 위해서는 상호간 교류를 통한 이해 증진이 필수적이며, 시민단체의 협력이 중요하다.

정보의 확산을 통한 전파(contamination and spread)가 중요하다. 그리스-터키 관계의 예를 들면, 그리스와 터키 사이에도 2000년 이후로 많은 시민단체 차원의 교류가 있었는데, 상호 이해가 증진하였고 적대감 해소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행 프로그램(small trips together), 신문 잡지 교류, 학생 교류, 스포츠 교류, 음악, 영화 교류 등을 통해 서로 다른 환경(different environment)을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사이프러스의 미래를 제시했다고 생각하는 방문기관이었어. 이 곳의 사무총장님은 그리스와 터키의 과거에 있었던 몇가지 문제를 제외하면, 키프로스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solvable)고 강조했어.

과거에는 남북에 있었던 갈등 때문에 현재의 젊은 세대들에게 상호간의 불신이 생겼다고 강조했어. 비록 과거의 문제들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들을 위해 서로가 통일을 위한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고 한 점이 인상 깊었어.

같은 공간에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생활권을 갖고 있는 키프로스이지만, 국제사회에서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연방제 형태의 통일이 알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

키프로스의 통일(혹은 갈등 해결) 이후에 그리스가 어떤 이익을 얻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더니 ‘우리는 사이프러스 문제를 놓아버린다’라는 예상 외의 답변이 돌아왔어.

키프로스는 엄연한 주권 국가이고, 사이프러스가 어떤 정책을 결정하면 그리스는 그들의 필요여부에 따라 지원을 한다는 것이었어. 그리고 터키에 비해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고,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에 신경 써야할 것이 많은 그리스 입장으로서는 하루빨리 골치 아픈 문제를 내려놓고자 하는 인상도 보였어.

 

 

 

 

 

 

 

젊은 세대의 무관심이 문제라고 말할 때 순간 내 눈이 번뜩이고 갑자기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어. 우리와 같은 고민 거리를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우리는 모두 분단을 잊은 채로 살아가고 있어. 전쟁을 겪은 지도 60년이 넘었고, 서로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어. 그런 점에서 키프로스는 이런 젊은 세대의 기억 단절과 무관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어.

비록 이 곳은 우리와는 달리 감성적인 논의가 나올 수 있는 '한민족적 요소'나 이산가족 문제와 같은 풍부한 분단 스토리가 부족하긴 했지만,통합이나 평화의 가치를 젊은 세대에게 알리는 노력에 있어서는 같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키프로스의 민간 차원의 통일 운동에 대해서 그리스 외교부와는 달리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 문화적이고 심리적인 측면에서의 통일 노력, 적대감 해소를 위한 교류협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속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어.

 

 

지중해 동북부에 위치한 섬나라인 키프로스 또한 1974년 이후 남북 분단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분단국임을 알아보면서, 우리가 마지막 분단국이라는 것이 얼마나 좁은 시각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키프로스는 주변국인 터키와 그리스의 갈등에서 시작된 분단 문제를 안고 있고, 지중해에서 가장 장기화된 사회갈등 사례로서 분류되고 있었습니다.

이번 연수를 통해 느낀 것은, 키프로스 분단 문제는 한반도의 그것과 비교할 수 있는 점이 충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단의 원인과 배경에 있어서는 우리와 차이가 있지만,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공식적으로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있고, 시민사회계 주도로 다양한 평화 공존 노력이 진행된다는 점 등에서 중요한 공통점 또한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키프로스 문제에 대한 국내의 관심과 인지도는 매우 낮다는 것이 아쉬웠고, 우리는 이것에 대해 북한학계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분단의 개념을 통일, 북한이라는 프레임에 한정짓지 않고 포괄적으로 바라본다면 앞으로 키프로스 분단 문제를 포함하여 통일과 관련된 보다 풍부한 논의가 나올 수 있습니다.

통일 논의는 좁은 범위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보다 더 인류 보편적인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하고, 세계 평화와 안녕이라는 차원에서 메아리쳐야 합니다.

또 정치적인 분야에만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새로운 통일 백신을 전염(Contagion)시킬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이제는 우리만의 갇힌 시각에서 통일 문제를 바라보는 ‘한반도 통일 자폐증’에서 벗어나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신선한 통일 논의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중해의 맑은 물결에서 건져낸 하나의 보물같은 이야기입니다.

이상으로, 상생기자단의  최수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