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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그날은 옵니다" : 뮤지컬 《언틸 더 데이》 희원 극단 인터뷰

 작년 7월 1일부터 시작하여 1년 동안 달려온 뮤지컬 《언틸 더 데이》(관련 기사: http://blog.unikorea.go.kr/2453)가 얼마 전인 7월 1일에 다시 오를 것을 기대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이틀 뒤인 7월 3일, 상생기자단이 공연에서 탈북에 실패하고 총에 맞아 운명을 달리하는 주인희 역의 김희원 단장님(이하 '희원')과, 탈북하여 남한에 도달했지만 헤어진 자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꽃봉오리 예술단의 간판 예술인 강순천 역의 양정윤 님(이하 '정윤')을 마지막 공연이 펼쳐졌던 대학로 동숭교회 엘림홀 근처 카페 에츠(et's)에서 만났습니다.



양정윤 배우(왼쪽)와 김희원 대표(오른쪽)


Q. 마지막 공연을 마치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희원: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을 보고 남긴 후기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자신만을 위해 기도한 것, 은근히 통일 안 되기를 바랐던 것, 열망 없이 사무적이고 관념적으로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반성했다는 글이 많았어요. 이러한 반응들이 공연의 열매라고 생각해요. 탈북하신 분들도 자신이 겪었던 일과 가족들, 북한의 현실이 생각나 정말 많이 우셨대요.

정윤: 다 채워야 하는 백지가 있다면, 지금 한 줄 쓰고 마침표를 찍은 기분이에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지만, 첫 단계의 마무리를 한 느낌이에요.


Q. 《언틸 더 데이》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희원: 원래는 2008년에 했던 《비지트》라는 극을 다시 하려고 했었어요. 그러다가 작년 2월에 인사동의 가나아트스페이스홀에서 열렸던 북한 정치범 수용소 전시회(한동대학교 북한인권학회 세이지 주최 《그곳에는 사랑이 없다》)에 갔었죠. 정치범 수용소에서 임산부의 배 위에서 널을 뛰며 강제로 낙태시키는 그림을 보고 큰 충격을 받고 몸에 열이 났어요. 그 뒤부터 인터넷에서 북한의 실상을 알아보며 박성업 씨(InsideNK 대표) 강의도 듣고, 로버트 박 씨 이야기도 알게 됐죠. 특히 로버트 박 씨가 우리나라에서 아무도 관심 없을 때 홀로 북한에 들어가서 많은 고통을 당한 것을 보고, 저도 북한의 실상과 북한을 향한 사랑을 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본격적인 각지의 북한 정치범 수용소 전시회의 신호탄 역할을 한
한동대학교 북한 인권 학회 세이지 주최 《그곳에는 사랑이 없다》


Q. 《언틸 더 데이》에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요?

정윤: 다른 작품을 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그때 선배님이 《언틸 더 데이》라는 작품을 만드는데 홈페이지 있으니까 들어가서 한번 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면서 “같이 하지 않을래?”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다른 공연을 하고 있는 중이어서 처음에는 거절을 했었죠. 그런데 대표님이 원래 한번 이상은 안 권하시거든요? 배우를 존중해주시는 편인데, 세 번을 저에게 권유하시더라고요. 마침 세 번째 말씀하실 때 한 작품을 마무리 지은 단계였고,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느껴져서 출연하게 됐어요.


Q. 공연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그러면서도 보람 있던 점이 있다면요?

희원: 유명한 배우 하나 없는 부족한 극단이라 그런지 대기업이든 대형교회든 관심이 없으셔서, 지원 하나 없이 빚내서 공연하는 게 힘들었고요, 그보다 기독교적 공연은 무료여야 한다는 선입견이 너무 힘들었어요. 무료가 아니라도 많은 할인 혜택을 바라시기도 했고요. 만약 무료 공연이나 혜택을 원하시면 나라에서나 교계에서 극단에 지원은 못 해도 공과금 할인이라든지, 식사비나 차비를 할인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밥 먹고 살아야 하는데, 사람이 땀 흘린 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대형교회들도 꼭 해당 교회의 건물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문화적으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투명하게 어디에 썼다고 밝힐 테니까요. 재정이 부족하니까 공연의 질이 낮아지잖아요. 최고급으로 보여드리고 싶은데 아쉽죠.

정윤: 또 다른 선입견이 있어요. 사람들이 북한의 이야기나 어려운 이야기를 대하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아 해요. 도움을 청하러 가면 “왜 지금 이 시기에 이런 어두운 작품을 하려고 하느냐, 누가 보러 온다고 이런 작품을 하느냐?”, “사람들 보기 싫어한다, 왜 만들려고 하느냐” 이런 식으로 반응하셔서 굉장히 마음이 아팠어요. 즐겁고 재미있는 뮤지컬만 무대에 올려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다루어야 하고 전해야 할 내용이고, 그래서 만들어야 할 내용인데, “《요덕스토리》도 있는데 또 북한 뮤지컬을 올려야 하냐”고도 했어요. 사랑이라는 주제 하나로도 무수한 작품이 나오고, 코믹한 장르도 많이 나오는데, 북한 관련 뮤지컬이 꼭 하나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어요.

  하지만 관객 분들이 공연을 보시고 좋은 후기를 남겨주시거나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만들길 잘했구나, 공연하길 잘했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1년 동안 공연을 해오면서 기존에 해왔던 다른 작품들보다 확실히 힘들긴 힘들었거든요. 금전적으로도 어려웠고요. 그런데 그런 말들을 듣고 나면, ‘잘 했구나, 계속 해야겠구나’란 마음이 들어요. 점점 하면 할수록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는, 저만의 사명감을 느꼈어요. 실제로 그렇진 않겠지만, 제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희원: 만약 《언틸 더 데이》를 대기업이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조건으로 밀어줬다고 해도 유명해질 수는 없었을 거예요. 이 꽃봉오리 예술단이 춤이 기본이어야 하는데, 대신할 사람이 없어요. 양정윤이란 배우가 어릴 때부터 뿌린 대로 거둬서 노래, 춤, 연기 삼박자를 고루 갖추었기 때문에 강순천 역에 가장 적합한 배우에요. 다들 북한에서 왔냐고 물어볼 정도에요. 춤도 우리나라에서 나성아 선배님이랑 양정윤 두 사람이 가장 잘 춰요.

정윤: 굉장히 주관적이에요.

희원: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 정말로 그 둘이 제일 잘 해요.

정윤: 예전에야 잘 했죠.


탈북 전 심경이 표정에 드러난 순천의 마지막 춤사위(사진 제공: 희원 극단)


희원: 지금도 잘 혀(해)~. 정윤이는 자기 관리도 철저해요. 다른 것을 다 차단하고 연기에만 집중하고요.

정윤: 원래 그렇게 살진 않아요.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는 그렇게 살았어요. 원 캐스트라서 대신할 사람이 없으니까, 제가 병이 나거나 공연을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큰 피해를 주잖아요. 그래서 관리를 하면서 집-공연장-집-공연장만 1년 동안 다녔어요.

 

Q. “기적의 《언틸 더 데이》” 후원 콘서트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희원: 대관료를 못 내서 처음에 공연했던 문화일보 홀에서 나가게 될 처지에 놓였어요. 그때 극동방송 라디오의 유정현 전도사님이 공연을 보시고 지인들에게 SNS로 홍보해주시고, 진행하시는 《유정현의 내 영혼의 클래식(FM 106.9 MHz, 월 ~ 금 PM 10:15 ~ 11:00)》에도 홍보해주셔서 “기적의 《언틸 더 데이》” 후원의 날을 만들어주셨죠. 그래서 여러 분들이 대관료 지불을 도와주셨고, 또 많은 분들이 공연장을 찾아주셨어요.

 그리고 극동의 박수훈 과장님께서 방송국에 호소하셔서 많은 인터뷰를 잡아주셨고, 덕분에 많은 분들이 《언틸 더 데이》를 알아 공연을 보러 와주셨죠.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Q.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정윤: 처음에는 걱정했죠. 힘드니까요. 동생도 속으로 걱정했을 거예요. 언니가 돈도 못 벌고 고생하고 있으니까요. 공연을 보고 나서는 걱정하는 말들이 없어졌어요. 이해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마음으로 많이 응원해주고요. 이제는 동생에게도 제가 안 하면 누가 하겠냐는 마음이 있어요.


Q. 북한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있었나요?

정윤: 역사나 북한 문제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조금 관심이 있기는 했었어요. TV나 책을 볼 기회가 있으면 관심가지고 보는 정도였는데, 작품을 하면서 마음이 많이 커지게 됐죠.


Q. 무대에서 본 서로의 모습은 어떤가요?

희원: 순천이 꽃제비를 안고 노래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다음 장면에서 제가 관객들을 웃겨야 하는데, 우느라고 제 노래를 망친 적이 있어요.


고아가 된 꽃제비의 엄마가 되어주는 순천(사진 제공: 희원 극단)


정윤: 주인희가 숨겨진 가족사를 알고 주명식에게 오열하는 것을 듣고 나서, 다음 장면에서 제가 선관에게 도시락을 갖다 주기가 힘들었어요.


가족사를 알기 전 봉수교회에서 '위대한 김정일'을 노래하는 인희(사진 제공: 희원 극단)


희원: 저희 둘은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려고 옷 갈아입을 때를 제외하고는 분장실에 안 들어가요. 순천이는 하수 의자에, 저는 상수 바로 옆에서 대기해요. 저희가 상수쟁이, 하수쟁이죠.[각주:1] 그렇게 1년 동안 꼭 기도하는 마음으로 무대를 지켜봤어요.

정윤: 《언틸 더 데이》라는 작품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만들어낼 수 없어요. 솔직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 겪어보지 못한 상황들을 어떻게 가늠해볼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제 마음이라도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야지만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분장실에 들어가지 않아요.

희원: 그게 무대에 설 때의 매력이고요.

정윤: 배우의 기본이기도 해요.


Q. 꽃제비를 안고 노래하시는 장면에서 양정윤 님 눈에서 눈물이 보였습니다. 그때 마음이 많이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살아서 다시>를 부를 때 절로 기도가 나왔습니다.


"살아서 다시 우리 만날 수 있도록" 남한의 병실에서 명식을 위해 기도하는 순천(사진 제공: 희원 극단)


정윤: 그런 마음으로 관객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지금까지 공연을 올릴 수 있었죠.


Q. 올해 초 공연과 그저께(7/3) 공연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정윤: 관객들에게 조금 더 설명해주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바꾼 거예요. 왜 주명식이 탈북을 결심했는지가 초연에서 덜 드러난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여러 의견을 수렴해서 주명식이라는 인물을 부각시키고, 결심의 과정을 납득할만하게 그려냈어요. 그리고 제 부분에 있어서는, 초연에서는 주명식과의 아이를 가졌는데, 대표님의 생각에는 순천은 정말 맑고 깨끗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 장면을 뺐어요.

희원: 후기도 좋지 않았거든요. 조소하거나, 순천의 모습에서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있었죠. 애초에 잘못된 설정이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고, 결혼 질서를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어 바꿨어요.


Q. 강순천이 남한에서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띠를 두르고 활동하는 장면도 빠졌습니다.

정윤: 그것도 주명식의 마지막 장면을 살려주기 위해서 빠진 거예요.


"살아서 다시 행복해질 수 있도록" 처형을 기다리며 순천을 그리는 명식(김학준 분)(사진 제공: 희원 극단)


희원: 명식에게 몰아줬어요. 다음번에는 순천이를 부각시켜야겠어요.

정윤: 원래는 삼중창이었거든요. 명식과 순천과 미카엘 세 명이 나와서 각자의 다짐을 말하면서 마무리하기로 했었죠. 하지만 주인공의 죽기 전 심경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전해주기 위해 빠졌어요.

희원: 9월을 기대하세요.

정윤: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니까요. 


Q. 북한말은 어떻게 익혔나요?

희원: 배우들이 알아서 배웠어요. 저는 북한말 많이 안 해요. 가끔 북한말을 너무 안 해서 반성을 해요.

정윤: 희원 언니는 가끔 충청도 사투리가 나와요.

희원: 정윤이가 북한말을 가장 잘한다는 말을 들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정말 북한 사람이냐고 묻죠.

정윤: 저도 북한말을 긴가민가하면서 하는 거예요. 완벽하지 않잖아요? 다만 가능한 자료를 많이 찾고, 많이 들었어요. 영화, 다큐멘터리, 외국에서 촬영한 영상들, 인터뷰들에서 잠깐잠깐 나오는 북한 사람들의 말투와 억양을 포착했어요. 《남북의 창(KBS1, 토 AM 07:50 ~)》을 날마다 봤고요. 지금도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비슷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하는 거예요.


또 다른 북한말의 달인이자 5개 국어에 능통한(?) 안내원 김선관(박정권 분, 왼쪽)과 선관의 안내를 받아 북한(?)을 촬영하는 미카엘 최(국중웅 분, 오른쪽)(사진 제공: 희원 극단)


Q. 탈북하신 분들을 실제로 만나서 배우신 적은요?

정윤: 공연 보러 와주시는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죠. 특별히 찾아갈 기회는 많지 않았어요. 그리고 탈북하신 김영순 선생님(최승희 무용 교육원 원장)이라고 계세요. 그분이 초연 때 몇 번 와주셔서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저희가 안무를 만들어놓고 선생님께 교정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 기회가 두세 번 있었죠. 정베드로 대표님(북한 정의 연대)도 오셔서 수용소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어요. 이러한 분들을 통해 북한에 대해 보다 더 이해할 수 있었죠.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희원: 부산부터 시작해서 경상도 투어가 잡혔어요. 아직 결정이 안 된 일정들도 있죠. 극동방송 공연장에서도 요청이 들어왔고, 캐나다 한인사회에서도 겨울에 와달라는 요청이 있어요. 캐나다 측에서는 후원을 받으려고 하니 기획안을 보내달라고 했어요. 캐나다 공연은 꼭 이루어질 거예요. 전라도, 제주도 등지에서도 투어하고, 미주에서도 공연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원을 받아서 무대, 영상, 의상, 효과의 질을 높여서, 9월에 한 번 더 중극장에서 공연해서 서울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때는 연주를 라이브로 할 거에요. 전자 기타, 베이스, 드럼, 신디사이저 그리고 대금, 해금 다 준비되어 있어요. 악기팀은 섬기는 마음으로 사례비를 조금만 받고 같이 울면서 연주하고 싶대요. 순천이 노래 때 많이 울 것 같아요.

정윤: 저희는 이렇게 공연을 보신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정말 바라기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가장 먼저인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너무 관심이 없고, 외면하고, 알려고 하지 않고 살아가는데, 그래도 저희 작품을 보신 분들은 마음에 북한과 통일에 대한 관심과 생각이 생겼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니까요. 저희는 그런 이유 때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 뮤지컬이라는 분야에 최선을 다하여 북한을 향한 마음을 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라, 공연을 계속 하고 싶어요.


Q. 캐나다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났는데요, 6월 22에 "제 9차 북한 자유 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 의원 연맹 총회(추후 기사 참조)"에서 한 아프가니스탄 국회의원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걸 몰랐고, 자신도 이제야 처음 알았다고요.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방안이 있겠냐고 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제안은, 《언틸 더 데이》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해외 공연입니다.


제 9차 북한 자유 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 의원 연맹 총회(추후 기사 참조)


희원: 좋죠. 전광판 오른쪽에 자막을 넣을 거예요. 의역을 해서 우리가 웃는 타이밍에 같이 웃도록 다 준비해놨어요.

정윤: 가장 필요한 건 지원이죠.

희원: 그렇다고 유명한 배우를 쓰면 돈을 주겠다는 거래가 들어오면 싫어요. 자존심 상해요. 그 유명한 사람이 북한에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요. 지금까지 힘든 자가 힘든 자를 도우면서 해왔어요.

정윤: 한 마음을 가진 배우들끼리 모여서, 똑같은 힘과 똑같은 마음으로 노를 저어서 목적지까지 가고 싶어요.

희원: 이제까지 대기업의 협찬이나 후원이 없었어요. 관객 분들이 CD를 사고, 후원금을 보태주셔서 여기까지 온 거에요. 모두가 하나가 되어 달려온 거죠. 그래서 관객 분들께 감사드려요. 더 감사한 것은, 관객 분들이 같이 울고, 북한을 돕는 단체를 찾아서 기부한 거예요.


Q. 다시 공연 부분으로 넘어와서, 의상이나 세트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희원: 세트는 자체 제작했는데, 많이 부족해요. 꽃봉오리 예술단의 4단 변복 의상은 방법을 물어봐서 디자이너에게 부탁해서 제작했어요. 그런데 천이 시폰이었어야 했는데, 많이 두꺼워서 모양이 이상하게 되었죠. 다른 의상 대부분은 희원 극단 뮤지컬 갈라 콘서트 팀 의상이에요.


춤을 추면서 여러 번 옷을 바꿔 입는 꽃봉오리 예술단


Q. 인상적인 대사가 있다면요?

희원: 지하교회 교인이 한 “남조선 교회가 우리를 위해서 기도한다”는 말이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말이죠. 게다가 그들이 남한을 위해서 기도해요. 이 장면에서 관객들의 양심이 많이 찔렸다고 해요.


Q. 탈북해서 남한에 들어오신 분들을 직접 만나면서 든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정윤: 중학교 1·2학년쯤 되는 아이를 만난 적이 있어요. 남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됐대요. 여러 가지를 물어봤죠. “언제 왔어? 잘 지내? 학교는 잘 다녀?” 그러다가 “친구들이 잘해줘?”라고 물었더니 대뜸 하는 말이, “많이들 무시하죠.”라고 얼굴을 굳히고 한숨을 쉬는 거예요. 겉으로 보기에는 티 하나도 안 나는, 오히려 남한 아이들보다 더 예쁜 아이였어요. 그런 아이를 북한에서 왔다고 무시하고, 놀리고, 뒤에서 수군거린 거죠. 어린 아이들조차 차별한다는 현실이 정말 마음 아팠어요.


Q. 다음 주에 있는 "IVF 한반도 평화 포럼(추후 기사 참조)"에 미리 읽어가야 할 자료가 북한 이주민들이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정착해가고 있는가, 어떤 도움을 받고 있으며 도움에 어떻게 느끼는가, 그리고 어떻게 남한에서 도와줘야 하는가를 알아본 내용이었습니다. 자료에는 남한에서는 재정적 지원을 위주로 하지만, 북한 이주민들은 정서적·신앙적·사회 관계적 필요와 정보 부족 등을 호소하였습니다. 또한 취직이 안 되는 이유나 남한에서 살아가기 힘든 이유를 조사했는데, ‘탈북자라는 이유로’가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정윤: 남한에서 적응하기 위해 북한에서의 어릴 적 추억이나 향수를 숨기고 살아간다고 하더라고요. 편의점에서 일하는 분이 하는 말이, “아, 내 속에 북한스러운 게 아직 이렇게 자리 잡고 있었구나” 자꾸 기억이 되살아나는 걸 겪으면서 ‘이런 걸 생각을 해도 되는구나', 이런 생각까지 들었대요. 학교 다니고, 남한에서 적응하면서 ‘북한스러운’ 것들을 꽁꽁 숨겨놓고 사나 봐요.

  그래서 우리 작품 같은 북한에 대한 뮤지컬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북한에서 어떻게 살았으며, 왜 탈북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그 삶과 마음을 많이 알려야 해요.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 되었으니까요. 다방면에서 노력이 이루어져서 우리가 그들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한다면, 그분들이 남한에서도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거에요. 아직까지 탈북을 해서 남한에 와도 힘들게 살아가는 것 같아요. 얼굴을 자신 있게 드러내고 살아가는 탈북민을 몇 명 못 봤어요.


Q. 다음 주(07.09 ~ 07.13)에 포럼에 가서 북한 이주민들이 당당하게 가슴 펴고 살 수 있는 방안들을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할 텐데요, 그곳에서 건전한 방향이 나올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추후 기사 참조).


싱가포르 학생들과도 함께 한 IVF 전국 리더 대회: 한반도 평화 포럼에 참가한 33명의 '피스 메이커'들(추후 기사 참조)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희원: 이 시기가 남한의 이기심으로부터 돌이킬 수 있는 기회라고 봐요. 우리에게 양심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북한 문제에 무관심해서는 안 됩니다.

정윤: 외면하지 말았으면 해요. 북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고통을 당하고, 인간답게 살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런 사실을 알고 안타까움과 그들을 향한 생각들이 마음 속에 깊이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미카엘이 촬영한 증언자(서정식 분)의 정치범 수용소 증언 재연


희원: 그 마음이 있어야 통일이 될 거에요. 지금 통일됐다가는 북한에 있던 사람들이 더 왕따당할 거예요.

정윤: 통일이 되도 문제잖아요. 그들이 원망하지 않을까요? 통일이 되면 “너네 이렇게 잘 사는데 왜 우리 안 도와줬어?” 이럴 것 같아요.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사진: Tadeusz Browski 저, 『우리는 아우슈비츠에 있었다』, 정보라 역, 파란미디어)


 과거 히틀러와 그의 추종자들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비롯한 반인륜적인 범죄 행위들을 저질러, 근본적인 인간 존엄성을 배반하고 모독했습니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경험은 가능했으나 이해는 불가능했던 역사라고 표현했습니다. 지금 북한의 현실이 그때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족에게 자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태인에게 집중되었던 나치의 만행을 넘어서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북한 주민들이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그날까지 그들의 현실을 알아가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언틸 더 데이》를 통하여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여 한 방울 정제된 눈물이라도 흘릴 수 있다면, 북한 동포들을 돕기 위한 작은 섬김이라도 결단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북한을 생각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곳곳에 전해질 수 있다면 한반도 통일의 그날은 보다 빨리 찾아 올 것입니다.



* 희원 극단 후원 및 문의: 1544-4355, 국민은행 575701-01-321234(예금주: 희원 극단)

* 다음 시간에는 기사에도 언급했던 “제 9차 북한 자유 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 의원 연맹 총회” 기사와 “IVF 한반도 평화 포럼”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1. 상수/하수. 무대의 좌우를 가리키는 무대 용어. 객석에서 볼 때 오른쪽이 상수, 왼쪽이 하수.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