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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북한학과 학생, 지중해를 가다 (2)] 터키와 북키프로스

 

안녕하세요. 상생기자단의  최수지 기자입니다.

[북한학과 학생, 지중해를 가다] 는 지중해에 위치한 또 다른 분단국가인 키프로스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는 기획 기사인데요. 지금까지 한반도 분단이 유일하다고 믿어왔던 우리에게 키프로스 사례는 낯설기만 합니다.

하지만 통일 논의에 있어서 '북한 문제'로만 한정짓는 기존의 프레임을 벗어나, 분단과 통일에 대한 새로운 정의, 그리고 통일을 넘어선 평화라는 가치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1편 또 하나의 분단국가 키프로스에서는 키프로스에 대한 소개와 분단 이유,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의 통일 노력 등을 다루어 보았습니다.

이번 2편 기사에서는 본격적으로 터키와 북키프로스에 대해 이야기해 볼 예정입니다,


이번 연수는 국내에 2곳뿐이 남지 않은 북한학과를 대표하는 두 학생이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와 함께했는데요. 먼저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을 알아볼까요?

 

6박 7일이라는 시간 동안 지중해에 위치한 분단국가 키프로스, 그리고 그 주변국가인 터키와 그리스의 입장을 알아보는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터키에서는 터키 외교부와 국제전략연구소, 그리고 GAZI 대학교의 국제관계학 교수와의 면담이 있었습니다.

 

터키는 1974년 키프로스를 무력 침공한 이후로 현재 북키프로스를 실질적으로 점령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또한 그 이후로 북키프로스는 단독으로 '터키 연방국'을 선언했지만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지 못했기에 고립국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1. 터키 외교부

#1. 키프로스는 결코 한 번도 완전히 통합(통일)된 적이 없는 상태다.
 1963년에 그린라인이 만들어진 이후로 이미 분단은 시작이 되었다. 인종적, 문화적으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한 국가 안에 2개의 지역권이 존재한다. 그래서 키프로스의 분단이라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터키계의 생존을 위한 분리였지 통일을 반대하는 개념은 아니었다. 

 

#2. 앞으로의 해결책 또한 '평화적인 공존'이 핵심가치가 되어야 한다.
 혹시 통일을 하게 된다면 느슨한 형태의 연방제가 될 수도 있지만, 그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가치는 두 지역 사회의 정치적 평등과 c-ownership(공동소유)가 핵심가치이다.
또한 한반도와는 달리 이산가족과 같은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에 섬 주변에서 발견된 가스개발 문제에는 남과 북키프로스, 터키, 그리스와 같은 관련국의 협조를 촉진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고, 주변국과의 갈등을 더 심시키는 위기의 촉발제도 될 수 있다.

 

#3. 한반도 분단과 키프로스 분단은 그 성격이 다르다.
 한반도는 하나의 민족(single people)이지만 정치적인 이유(political reason) 때문에 분단된 반면, 키프로스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민족(two people)이고 각자 다른 길을 가기 원하기(want to separate themselves) 때문에 분단이 되었다. 따라서 분단의 성격 면에서 둘은 다르다.

 

 

터키의 외교부는 사이프러스 문제에서 왜 터키가 주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주로 설명하였는데, 방문기관 중 가장 성실하게 우리의 면담에 답했다고 생각해. 

남사이프러스는 유럽연합에 가입된 반면에, 북사이프러스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방문을 통해 자신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하나라도 더 얻고자 하는 것 같은 절실함이 보였어.

우리가 방문한 다른 기관들이 대부분 대화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았다면, 터키의 외교부는 철저히 준비된 면담이 매우 인상적이었어.

(무엇보다도 미국or영국식 발음의 영어를 구사하는 분이 발표를 해준 것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었지)

 

 

 

 

 

아마도 터키와 터키계 키프로스(북키프로스)는 분단되기 이전 상태에서 자신들이 소수자(minority)였다는 사실에 많은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 같아.

또한 첫 면담이었는데, 통일 논의보다는 ‘평화적인 공존’이 이들이 공유하는 핵심 가치라는 사실이 처음에는 다소 충격적이었어. 하지만 평화라는 가치는 통일보다도 더 큰 범위이며, 때론 통일보다 더욱 안정된 상태를 지향하는 포괄적 가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나는 키프로스의 수도인 니코시아를 가르는 '그린 라인(Green Line)과 우리의 비무장지대(DMZ)를 비교하는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이번 면담이 굉장히 흥미로웠어.

우리의 DMZ는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과 북으로 각각 2km씩 설정한 지대이지만, 키프로스의 완충지대는 좁은 곳은 20m정도부터 넓은 곳은 2km까지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 신기했어. 그리고 2004년 국경을 여러곳 개방한 이후로 키프로스인들끼리는 남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어. (외국인들은 남북 키프로스간의 자유로운 왕래가 불가능하지만!)

 

 

2. 터키 국제전략연구소

 

#1. 남북 키프로스의 사회경제적인 비교

- 기본적으로 남/북사이프러스 모두 관광산업을 하고(북의 경우 교육사업) 그 외의 산업기반은 취약함
- 심지어 식량도 자급자족 능력 없으며 모두 수입하는 실정
- 북쪽의 경우 인구 20만에 터키 주둔군 3만
- 인구 20만에 불과하지만 대학이 7개.
- 재정적으로는 터키 지원에 심각하게 의존.
- 남쪽은 EU회원국으로서 금융업이 있으나 그리스의 경제위기로 인해 마찬가지로 파산 직전.
- 남과 북 사이프러스는 이전에는 경제 격차가 1:5였는데 최근에는 1:2정도로 감소.
- 남쪽은 그리스를 포함한 서유럽에 닥친 경제위기로 위기를 맞고 있고, 북측은 터키경제 활성화로 경제지원 활발.

 

#2. 문제의 핵심 원인은 그리스계 키프로스가 다수(majority)이고 터키계 키프로스가 소수(minority)라는 데 있었다.

- 소수였던 터키계 키프로스는 그리스의 권위(Greek authority)에 대해 저항(resist)했다.
- 2004년 UN에서 내놓은 키프로스 통일 방안인 아난 플랜(Annan Plan)을 터키계는 찬성했지만 그리스계가 반대했다. 이로써 터키계는 이제 통일 문제의 교착 상태에 대한 근본 원인을 그리스계로 떠넘겨버렸다. 즉, “이제는 통일에 있어서 문제는 터키계가 아니라 그리스계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3. 키프로스 문제는 단독적 문제가 아니라(not a single issue) 국제 정치(international politics)가 작용하는 문제다. 

키프로스 이슈는 키프로스를 넘어선 이슈(beyond Cyprus Issue)로서, 지역 균형(regional balances)와 관련되어 있다. 북키프로스는 인구가 20만 정도밖에 안 되는 매우 작은 규모이고, 발달된 산업이나 경제가 없기 때문에 국제적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한반도 통일 문제가 훨씬 어렵고,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나라와 나라 간의 비교 연구(comparative study)라는 면에서 키프로스 문제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터키, 그리스의 정부기관, 연구소, 대학 등 여러 기관들을 골고루 방문하는 것은 어떤 문제를 놓고 같은 입장에 서있더라도, 당사자가 속한 기관에 따라 그 입장의 세부적인 내용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고 봐.

이번 연구소에서는 키프로스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어. 터키 국제전략연구소 사무총장님은 남북 키프로스의 현재 경제 상황에 기초하여 설명했는데, 현재 북키프로스가 경제적으로 남키프로스보다 약세이고 인구가 1/4밖에 되지 않지만, 유럽의 경제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그리스와 남키프로스를 10년 이내에 터키/북키프로스가 역전할 으로 보고 있었어.

천연가스 문제, 터키 주둔군의 문제에 대해서는 확답을 주지 않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했어. 예를 들어 영국이 두 개의 군사기지를 남키프로스에 갖고 있다는 점이나, 최근 키프로스 인근 해역에서 발견된 천연가스 개발권 문제는 지중해 주변국가들도 관련이 있다는 설명에서는 터키만의 관점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지.

 

 

 

 

 

경제적인 관점에서 실제 남북 키프로스의 경제 상황을 비교해보니 한반도 문제와의 차이점을 더욱 극명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비록 키프로스의 규모는 우리보다 작고, 이슈의 중요도도 낮지만, 최근 남키프로스 주변에서 천연가스를 발견하고 그것에 대한 공동 개발 문제가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우리의 남북 경협을 떠올릴 수 있었어.

한반도에서도 희토류와 같은 풍부한 북한 자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북한의 대중의존도가 높아지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우리와는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점이 유사했어.

터키의 입장을 들어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또한 한반도 분단 문제를 국제적인 시각에서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해.

 

 

3. 터키 GAZI대학교 Hasan 교수

(국제관계학과, Department of Intertnational Relations)

#1. 키프로스 이슈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통일'의 문제가 아니다.

한번도 통합된 적이 없던 민족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 반면에 영국과 미국이 키프로스 문제를 통일의 문제로 몰아가는데, 키프로스를 통일시킨다는 미명 하에 자신들이 보기에 전략적 요충지인 키프로스에서 터키군을 철군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본다.


#2. 남북 키프로스 주민들간에 하나의 '공동체 인식'은 없다.

과거에는 있었을는지 모르겠지만 몇 차례의 군사적인 충돌,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세대에서 현재로 오면서 언어와 문화의 이질화가 심화되면서 공동체 의식이 없어졌다고 터키 정부는 믿는다.


#3. 통합에 대한 매력 요소는 역시 경제다. (Attraction is 'Economy').

여전히 그들은 교류할 수 있다(Two states could trade, exchange from one side to the other). 꼭 통일이나 연방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경제적으로 통합하고, 평화 유지를 위해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심지어 수도인 니코시아에서는 남북 키프로스 간에 거리상으로 10분밖에 걸리지 않음. 심지어 최근에는 남북을 함께 일일 투어(daily tours)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번 면담은 하산 박사와 더불어 박사의 부인께서도 함께했고, 또 대학교 연구실에서 딱딱하게 진행하지 않고 근처 카페에서 맛있는 바클라와(터키식 디저트)를 먹으며 맛있는 이야기를 전개했다는 점에서 정말 좋았어.

특히 하산 박사는 터키인, 부인분께서는 그리스인이라는 점이 특이했어. 그리스와 터키의 관계는 한일관계보다도 훨씬 골이 깊은 관계(more tense)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와 터키의 만남을 사랑을 통해 몸소 실천하신 분들이었어. 나라와 민족을 초월한 사랑을 실천한 하산 부부! 사랑 앞에 당당한 박사 부부가 더욱 멋져보였어.

면담 내용에 있어서는, 키프로스가 자국의 문제에 대해 주체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실감하게 되면서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 북키프로스에서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터키군 주둔이나 영국, 미국 등의 개입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주변국들의 파워 게임(power game)만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터키와 그리스의 관계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 실제로 우리가 가 본 터키의 역사 박물관에서 그리스가 침략한 내용에 대한 전시를, 그리스의 박물관에 가면 터키가 침략한 내용에 대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었지.

남북 키프로스 문제에 대해서 다방면의 각도로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보였어. 비록 우리가 출국하기 전에 예상했던 ‘통일’이 그 답변은 아니었지만, 독일, 코소보-알바니아, 남북한의 상황 등, 세계 각지에서 있었던 여러 사례들과 비교하면서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었어.

특히나 '소화가능한(Digestiv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평화적으로 통일이 되기 위해서는 양국의 경제규모의 차이가 클 경우에, 큰 쪽이 작은 쪽을 흡수하는 것이 차질 없는 통일의 진행과정이라고 말하였던 점이 인상깊었어.

 

터키에서의 일정은 이렇게 3번의 공식 면담으로 끝이 났습니다.

매 면담에서는 차이(Cay)라는 이름의 터키식 차가 함께했는데요. 맛을 보니 터키 스타일의 홍차였습니다. 터키에서는 누구나, 어디서나 이 차이(Cay)를 마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터키 차이 한 잔과 함께한 터키에서의 면담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지만, 우리에게 재미난 생각거리들을 많이 던져주었습니다.

 

 

면담을 하기 전에는 터키와 북키프로스는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계의 통일 노력을 외면하고 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터키의 말을 들어보니 본격적으로 분단되기 이전에 키프로스 내부에는 터키계가 소수자(minority)로 간주되었다는 내부적인 문제가 있었고, 또 그리스계가 터키계 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한 터키의 지원만으로도 북키프로스는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며, 경제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통합이나 통일에 대한 협상에 이르는 길은 힘들지만 그럴수록 더욱 남북 당국간의 대화와 합의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도 남과 북의 통일 협상 과정에서 이런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그리스에서의 가져온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볼까 합니다.

이상으로, 상생기자단의  최수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