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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동북공정과 통일문제를 만주에서 목도하다 : 제11회 청산리역사대장정

지난 7월 12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중국 북만주 일대 항일 전적지와 북중 국경지대, 고구려/발해 유적지를 답사하는 '제11회 청산리역사대장정'이 10박 11일이라는 긴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끝났습니다.

상생기자단인 저, 김경준 기자 역시 이번 대장정에 참여하여 다른 대원들과 함께 북만주 일대 유적들을 답사하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원들은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만주로 건너와 일제와 독립전쟁을 벌였던 이름 없는 독립군 용사들의 흔적을 좇으며 감격을 느꼈고, 압록강과 두만강 위에서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북한 땅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대장정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식된 것은 역시 동북공정. 즉, 중국의 역사왜곡이었습니다. 고구려와 발해의 유적지에 갔을 때, 당연히 우리의 역사라고 배우고 인식해왔던 고구려와 발해는 더 이상 우리의 역사가 아니었고, 그곳에서 우리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범죄'와도 같은 행위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목도한 역사왜곡의 현실 

단둥에 위치한 박작성(泊灼城)은 고구려 때 당나라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던 천리장성의 일부로 추정되는 성입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1990년대 박작성이 있던 터에 중국식 축성법으로 새로운 성을 쌓은 뒤 '호산장성(虎山長城)'이라 이름 붙였고, 2009년부터는 이 성이 만리장성의 종점이 되는 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 중국 국가문물국은 만리장성의 총 길이를 기존의 2배가 넘는 2만 1196km라고 발표하고, 만리장성의 동쪽 종점이 박작성보다도 훨씬 동쪽에 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고구려의 뒤를 이어 우리 민족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자랑했던 해동성국 발해. 그 발해의 왕궁이 있던 수도 상경용천부(上京龍泉府)에 갔을 때, 상경용천부 박물관에서는 발해를 '당나라의 지방정권', 발해사는 '중화민족 역사의 발전을 보여주는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고구려의 수도였던 집안(集安)에서 광개토대왕비와 광개토대왕릉을 봤을 때는, 그 웅장함에 감격하는 것도 잠시. 우리 모두 분노를 느껴야 했습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에 대해 감시의 눈초리로 살피던 중국 공안들이 그 앞에서 설명하려는 우리의 행동을 제지하고 쫓아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는 '고구려는 한국의 역사다', '광개토태왕은 우리의 조상님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철저히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선조들의 웅혼한 기상을 느끼기 위해 찾아간 고구려와 발해 유적지에서 뜻 하지 않는 동북공정의 현실을 목도한 대원들은 누구랄 것 없이 모두들 황당함과 분노를 느꼈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없는 무기력한 현실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동북공정의 문제점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렇게 치열하게 우리 역사에 대한 왜곡을 시도하는 것일까요? 먼저 중국의 우리 고대사에 대한 왜곡 작업인 '동북공정'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Tip] 동북공정이란?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에 입각하여 지금의 중국 영토 안에서 전개되었던 모든 역사를 중국사의 범주에 포함시키기 위해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실시했던 동북 지역 역사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공식적으로는 2007년 이미 종료되었으나, 중국의 역사왜곡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동북공정의 결과, 만주와 한반도 일대를 아울렀던 한국의 조상국가 고구려, 발해는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전락하여, 이미 중국사의 범주에 포함되기에 이르렀으며, 만주 일대에 분포되어있는 한민족의 고대 유적들은 모두 중국의 유적으로 둔갑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중국이 주장하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은 소수민족들로 구성된 광활한 중국 영토 내에서 소수민족의 독립과 반발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동북공정 역시 만주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조선족의 이탈을 막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한반도 통일에도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중국의 역사왜곡이 통일 문제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고대사에 대한 왜곡 작업이 한반도 통일에 무슨 위협이 되겠느냐는 것이지요.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고구려의 수도였고, 고구려와 발해는 만주와 한반도 북부를 아우르는 고대 국가였습니다. 만약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주장하는 것처럼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가 통째로 중국사에 편입된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요?

북한의 급변 사태 발생시, 우리가 생각하듯 자연스러운 한반도 통일이 아닌 중국의 북한 흡수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우려가 있기에, 중국의 동북공정은 우리에게도 매우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보도된 바와 같이, 북한의 급변 사태를 가정하고 실시된 중국의 '압록강 도하 훈련'에서도 북한 영토에 대한 중국의 야심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 혼란이 올 경우, 언제든 나서서 적극적으로 한반도 내부 문제에 개입할 용의가 있다는 제스처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역사왜곡, 북한에서는?

북한에서도 중국의 동북공정에 위기의식을 느낀 듯, 2007년 3월 출판한 <고구려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경제적-군사적 원조를 받으며, 중국을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는 북한으로서는 중국에 대해 대놓고 반발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동북공정에 대한 언급은 하지 못하고, 오히려 수-당 전쟁에 대한 언급을 축소하는 등 중국의 눈치를 보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공동 대응을 추진하자!

우리에게는 한반도 통일이라는 시대적, 역사적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주권 확립을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한반도 통일을 위협하는 잠재적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남과 북은 갈라져 반세기 동안 분단의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남과 북이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은 역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민족은 떨어져 있던 세월보다 함께 했던 세월이 더 길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역사에 대한 왜곡 행위는 한반도에 대한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고, 남과 북이 하나라는 인식을 방해하는 행위입니다.

통일은 머지 않아 다가올 것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다가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통일을 방해하는 요소는 사전에 모두 제거해야 옳을 것입니다. 남과 북이 손을 맞잡고 우리의 고대사에 대한 합동 연구를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할 수 있다면, 통일은 또 한발짝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참고 문헌>

1. [연합뉴스] '고구려이야기' 중 동북공정을 비판한 부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1753536)

2. [중앙 SUNDAY] “90년대 압록강변에 세운 호산산성도 장성 둔갑”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26383)

3. [중앙일보] 중국의 역사왜곡 ‘동북공정’ 10년 … 지금도 진행중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07/18/8411958.html?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