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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북한 전망대

북한의 문화재 복원, 사실과 날조의 취사선택 (하)

 ①부에서는 북한의 복원문화유산인 평양 정릉사(定陵寺)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사실적 고증을 통하여 복원이 이루어졌음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북한의 문화유산 복원이 이렇게 ‘정상적 고증’을 통한 것들만 있다면 그 얼마나 민족적으로 참으로 기쁜 일이겠는가.

 북한은 문화유산의 복원에 있어서 '날조'라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그 날조의 대표적인 사례가 다름 아니라 국조(國祖)이신 단군왕검(檀君王儉)의 왕릉이니 그 범죄의 심각성은 매우 높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 날조의 실태가 어떠한지와 그를 통하여 북한이 획책하려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2. 날조를 택하다. - 단군릉 복원

 평양 문흥리 대박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단군릉은 북한의 국보 문화유물 제174호로, 북한은 국조(國祖)인 단군왕검과 그 비(妃)의 실제 왕릉이라 주장하고 있다.


<단군릉> 김장수 前 국방장관 뒤로 복원된 단군릉이 보인다. 출처 : 뉴시스, 김장수 국방장관 단군릉 참관 (2007년 11월 28일)

 본래의 단군릉은 고구려 후기의 전형적인 무덤 양식인 '굴식 돌방무덤'으로 지어진 왕릉으로, 실제로는 고구려 지배층의 무덤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래의 단군릉은 단군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로서의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이었다. 하지만 1994년도에 이르러 단군릉은 그 상징적인 의미가 변질되고 만다. 김일성의 지시로 장수왕릉(長壽王陵)과 같은 고구려 전기의 무덤양식인 '계단식 돌무지무덤'으로 사실상 ‘날조·복원’되고 만 것이다.

 또한 북한은 거기서 발견한 유골과 유물을 근거로 하여 단군릉을 ‘실재(實在)하는’ 왕릉으로 만들고 말았다. 하지만 유골의 연대 조사방법이 매우 부정확하여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데다가 더군다나 유물의 경우에는 고조선 아닌 고구려 시대의 것이다.


<중국 길림성 집안현의 장수왕릉> ‘계단식 돌무지무덤’은 고구려 전기의 전형적인 무덤 양식이다. 출처 : 뉴시스, 고구려 고분 장군총 (2011년 7월 3일)

 북한은 폐허로 남아있던 정릉사를 당시의 양식대로 복원하는 데에는 노력했으면서 왜 멀쩡하게 있던 기존의 단군릉을 파괴하여 한참 이후의 양식인 고구려의 양식으로 거대하게 복원한 것일까?


<날조 복원 전의 단군릉>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단군릉의 사진. 상징적인 의미로서의 문화유산으로 고구려 후기의 양식인 '굴식 돌방무덤'의 형식이다. 출처 : 부산일보, 평양 단군릉 '첫 선' 눈길 (2006년 9월 29일)


 이는 이미 널리 알려진 바대로 평양을 고조선과 고구려의 정통성을 잇는, 진정한 의미로서의 ‘조선의 중심지’로 만들려는 획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래 고조선의 초기 중심지는 요동반도(遼東半島)였으나 이후에 중심지를 평양 일대로 옮겼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니 실제로는 당연히 우리의 국조, 단군 할아버지께서는 평양이 아니라 압록강 너머의 ‘요동’에 묻히셨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고조선의 중심지는 애초에 평양이었으며 단군릉의 형태가 후기 고구려의 양식인 것과 또한 거기서 고구려의 유물이 출토된 것은 후대의 고구려인들이 단군릉을 새로 단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평양의 성역화(聖域化)를 부르짖고 있다.


<고조선 멸망 무렵의 지도> 고조선의 초기 중심지는 요동이었으며 평양이 중심지가 된 것은 후기의 일로 중국 연나라 장수 진개의 침공 이후이다. 출처 : Wikipedia, Gojoseon at its decline in 108 BC

 기존의 멀쩡한 단군릉을 허물고 원래의 양식에 대한 고증을 가볍게 무시하고 으리으리한 날조의 신축(新築)을 한 뒤 그것을 자기네들의 선전용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북한의 실태! 이는 엄연한 역사왜곡이자 사실상의 ‘반달리즘(Vandalism)’이다.

  그들의 ‘책략적 필요성’에 따라 문화유산의 고증, 실제 역사를 제대로 표현할지 아니면 선전용으로 표현할지 제 입맛대로 ‘취사선택'을 자행하고 있는 체제, 북한! 그들의 이러한 비이성적인 책략에 대하여 과연 취사선택의 주인공이 되고야 마신 단군 할아버지께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