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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문화공간

풍경남북, 풍경으로 이어지는 우리 땅

남·북 풍경의 정취가 한 자리에 어우러졌다. 고양 아람누리 아람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풍경남북 – 풍경으로 이어지는 우리 땅] 미술전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남한의 대표 화가 박정렬, 서용선, 손장섭, 황재형과 북한의 대표 화가 선우영, 정창모가 그려낸 남·북한의 풍경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전시회장 안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선우영(1946~2009)의 북화(Painting in North Korea)를 감상할 수 있다. 구월산, 칠보산, 백두산 등의 수려한 풍경이 선우영 작가에 의해 화폭에 생생히 담겨졌다. 특히 <백두산 천지>는 선우영 작가가 세계의 주목을 받도록 한 작품으로, 2005년 베이징 국제 미술제에서 금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는 세밀한 붓 터치를 느낄 수 있는 과감한 구도와 신비로운 색조가 두드러진다. 이처럼 밀도 있는 세화기법으로 그린 주제화, 풍경화, 동물화를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선우영은 1946년 평양에서 태어나 산업미술을 전공하고 유화를 그려왔다. 이후 1972년, 청계 정종여에게 수학하면서부터 조선화 화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오늘 날에는 ‘진채세화’의 대가로서 북한을 대표하는 화가가 되었다.

백두산 천지 / 2008 / 100*169cm / 한지에 채색

북한 미술의 일인자로 손꼽히는 또 다른 인물은 바로 정창모(1931~2010)이다. 앞서의 선우영이 평양에서 태어나 북한에서 나고 자란 인물이었다면, 정창모는 1931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6.25 전쟁 당시 월북한 인물이다. 평양미술대학 조선화학부에 1957년 26세의 만학도로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일 그는 평양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몰골화 분야에서 우수한 업적을 보였다. 그의 작품은 부드럽고 유연한 색채로 통일감 있게 조화를 이루어 화조화·인물화·풍경화·정물화의 각 장르에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까지 100여 점의 작품이 북한의 국보급으로 인정받아 조선미술박물관에 소장되었으며 특히 <남강의 겨울>은 2005년 ‘제8회 베이징국제미술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인정받은 바 있다.

북화 감상이 끝나면 이번에는 남한의 정취가 담긴 그림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선우영과 정창모의 북화가 종이 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전통적인 의미의 조선화였다면, 이 전시회에서의 남화(Painting in South Korea)는 비교적 현대적인 감각으로 그려진 남한 화가의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새로운 재료, 소재를 활용하여 그림을 그려내거나 혹은 그림의 형식, 표현 기법에 있어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품들이다. 소재의 참신성으로 남한 풍경의 정취를 화폭에 담아낸 화가로는 박정렬과 황재형이 있다. 부드러움과 평화가 느껴지는 작품을 그리는 박정렬은 이름 난 관광지가 아닌 이름 없는 장소 – 이를테면 마을 입구의 산등성이나 논밭의 구석 등에 주목한다. 조국산하에 대한 무한한 애정의 발로다. 화려한 색채를 올리기보다 섬세한 세필로 차분하게 시골풍경을 묘사하는 그의 작품은 독특하게도 석회와 자연색으로 그려졌다.

황재형은 광부 출신의 화가로서 세인의 주목을 받은 작가이다. 그는 단순히 아크릴릭이나 유화로 그림을 그리기보다 좀더 직접적인 소재를 활용하여 우리 산하 특유의 정취를 작품 속에 담아낸다. 캔버스 위에 두껍게 유채하기도 하지만, 실제의 흙과 혼합재료를 활용하여 캔버스 위에 거친 질감과 그림 속 풍경의 을씨년스러움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림 속 거친 질감의 풍경은 황재형이 해석한 우리 산하로서, ‘질 흙과 뉠 땅’이다. 주로 폐허가 된 탄광촌을 화폭에 담는 그의 작품은 대중으로 하여금 탄광촌을 재인식하도록 하는 독자적 목소리이다.

산을 베고 산을 덮고 / 1997-2005 / 227.3*162.1cm / 캔버스 위에 흙과 혼합재료


한편 묘사와 표현의 참신함으로 남한의 정취를 드러내는 작가로는 서용선과 손장섭이 있다. 우선 서용선은 서울대 미대 교수직을 버리고 작업현장으로 돌아간 특이한 화가이다. 강렬한 색채와 필채를 특징으로 하는 서용선은 약동하는 자연, 거기서 살아 꿈틀거리는 역사의 현장을 담고자 하며, 기운이 넘치면서 활달한 풍경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의 <지리산> 시리즈의 경우 세부 묘사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커다란 부분만 생동감 넘치는 붓질로 형상화하였다.

손장섭은 한국 현대사의 다양한 현장을 화면에 담았다. 분단상황, 6.25, 광주민주화운동, 4.19 등의 역사화를 그려왔으며 이는 역사의식의 조형적 발로이기도 하다. 그에게 있어서 그림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손장섭에게 있어 그림은 주변의 사건들, 생활들과 같이 인간이 사는 모습을 담아내야 하는 것이었다. <탑>, <통일 전망대>, <우리가 보고 의식한 것들>, <완도항>, <용아장성>과 같은 작품들은 바로 이같은 작가의 신념이 드러나는 그림으로서 작가 자신의 감회와 현실 상황 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기다리는 사람들 / 1992 / 258*194cm / 캔버스 위에 아크릴릭

남북이 분단된 지 어느덧 60여 년이 지났다. 반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남녘과 북녘의 생활상과 자연은 너무나도 많이 바뀌었다. 그림이 단순히 사진처럼 모든 것을 정확히 담아내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닐진대, 남한과 북한의 작가들이 그려낸 그림은 그들의 사회상과 그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전시회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 남녘과 북녘의 정취를 형상화 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통일의 의미도, 민족의 의의도 흐릿해져 가는 오늘날, [풍경남북] 미술전은 단순한 미술전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전시회 정보

[풍경남북 – 풍경으로 이어지는 우리 땅]

참여 작가 : 南 - 박정렬, 서용선, 손장섭, 황재형 / 北 - 선우영, 정창모
전시 기간 : 2012. 6. 13 ~ 7. 22
전시 장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입장료 : 일반 3,000원 / 학생 2,000원 / 단체 1.000원 / 만2세 이하 65세 이상 무료
문의 : 031 – 960 – 7766 / www.artgy.or.kr
주최 : 고양문화재단 / 후원 : 고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