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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통일로 가는 길

“정대세 흘려주고, 이청용 슛, 골!”

“미우라가 연결하고 올라갑니다. 정대세 흘려주고, 이청용 슛, 골!”

이 장면은 대한민국 축구팬이라면 한번쯤은 머릿속에 그려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장면이 지난 5월 23일 태국에서 열린 박지성의 자선경기에서 실제로 등장하였다.

사진 출처 - 뉴시스

이 날 행사는 JS 파운데이션(박지성 축구재단)이 주관하는 제2회 아시안 드림컵 경기였다. 아시안 드림컵은 박지성이 설립한 사회 공헌 재단 JS 파운데이션이 개최하는 자선 경기로, 작년 베트남에서 개최한 1회 대회에 이어서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이 경기는 아시아 축구 꿈나무들을 지원한다는 의미를 갖는 행사로, 수익금은 태국 유소년 축구발전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경기는 박지성 프렌즈 팀과 태국 올스타 팀으로 나눠서 진행 되었다. 박지성 프렌즈 팀은 박지성과 이청용을 포함한 한국 축구 선수들과 퍼디난드(잉글랜드), 정대세(북한), 미우라(일본)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또한 2002 한․ 일 월드컵 10주년을 맞아 4강 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안정환, 송종국, 이을용도 참가했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SBS 예능 프로그램의 '런닝맨'의 출연진도 참석해 응원도 하고, 직접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사진 출처 - 퍼디난드 트위터, SBS

이에 맞서 태국은 올스타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태국 올스타 팀은 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과 프로 선수들로 이루어졌다.

자선 경기였던 만큼 경기는 승패를 떠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박지성 프렌즈 팀은 90분 내내 활짝 웃는 얼굴로 경기에 임했다. 경기는 태국 올스타 팀의 4-2 승리로 끝났다. 전반전에는 박지성 프렌즈가 2-1로 리드했지만, 후반전에는 태국 올스타 팀이 세 골을 성공시키며 역전승을 거두었다. 팬들 역시 경기 결과를 떠나 아시안 드림컵을 즐기며 박수를 보냈다.

경기 중계를 보며 글쓴이는 전반 45분 박지성 프렌즈의 한 골에 마음이 뒤흔들렸다. 그 골은 환상적인 남북 듀오인 이청용과 정대세의 합작 플레이의 결과였다. 미우라가 올려준 공을 정대세가 흘려주고, 이청용의 침착한 슛으로 마무리한 골이었다.

사진 출처 - SBS

"정대세의 패스를 박지성이, 박지성의 패스를 받아 정대세가 골 넣는 그 날이 통일되는 날!" 2010 남아공 월드컵 북한 대 포르투갈 경기, 봉은사 거리응원에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골 장면이었다.

사진 출처 - 정대세 트위터

축구는 22명의 선수들이 공 하나를 두고 각 팀과 선수들의 이름을 걸고 싸우는 경기이다. 특히 월드컵 대회에는 지름 21.7cm의 작은 공 하나에 전 세계 60억 인구는 때로는 환희하며 때로는 절망한다. 전 세계인의 열정을 자극하여 감성을 뒤흔드는 축구는 단순히 운동 경기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내에서 '드록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첼시의 드록바가 있다. 드록바는 끊임없는 내전을 겪던 코트티부아르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선수이다. 2006년 드록바가 이끄는 코트티부아르가 독일 월드컵 본선티켓을 확보하자, 그는 TV생중계 카메라에 경기가 진행되는 일주일동안 전쟁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자 기적같이 코트티부아르에서는 일주일간 내전 이후 처음으로 총성이 사라졌다. 다음 해인 2007년 정부와 반군 사이의 평화협정으로 5년간의 내전은 종식됐다.

사진 출처 - 뉴시스

우리는 박지성 자선 축구경기에서 멋진 한 골을 통해, 남북 축구 단일팀의 미래를 보았다. 때로는 이념대결을 벗어난 스포츠를 통한 문화교류가 통일이라는 골대를 향한 강력한 슈팅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