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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분단의 경계선, 철원 탐방기 ②

지난 기사(링크)에 이어서 철원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철원은 전쟁 전까지만 해도 가치가 매우 큰 땅이었습니다. 곡창지대로서 비옥하고 윤기있는 쌀을 많이 생산하여 일제의 수탈을 많이 받았던 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단 이후에는 민통선에 갇혀서 아깝게 묻히고 있는 각종 문화재들이 많고, 접경지대라는 이유로 소외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젠가 민간인 통제가 풀려서 하루 빨리 철원으로 문화유산답사를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철원의 '월정리역(月井里驛)'인데요.

'경원선'이라고 아시나요? 서울에서 원산까지 달리던 열차를 경원선이라고 하는데, 이 월정리역은 경원선의 철마가 잠시 머무르던 곳이라고 합니다.

 

이 위에 자세히 보면 하얀색 글씨로 희미하게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문구가 써 있습니다.

 

 

 

월정리역에서 기차가 다니던 당시의 녹슨 표지판만이 이제 이 곳을 지키고 서 있습니다.

 

 

 

보이시나요? '1911'라고 써 있는 글씨로 이 철로가 1911년에 건설되어 실제로 철마가 달리던 뜨거운 철로였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 때는 남북으로, 그리고 북남으로 오갔던 열차가 더 이상 운행되지 않습니다. 언제쯤 다시 이 곳에서 열차가 달릴 수 있을까요?

녹슬고 오래된 이 선로에 평화의 열차가 다시 달리고, 남과 북으로 길이 열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길이 끊어지면 마음도 끊어지는 법, 선로를 이으면 끊어진 마음도 다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또 서울역에서 개성행 열차를, 더 나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이어지면 런던행 열차를 끊고 유럽으로 기차여행을 떠날 그 날을 상상해봅니다.

 

 

 

마지막 방문지는 바로 '노동당사'입니다!

철원은 접경지역인 만큼 남과 북에 대한 경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땅입니다. 전쟁 전후 이 곳을 점령했던 이북의 정치를 상징하는 공간인데요. 이 건물은 당시 북한의 점령을 받았던 이 지역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나중에 철원이 다시 이남으로 넘어온 후에는 이 노동당사를 가만히 놔둘 수가 없어서, 탱크를 몰고 올라가서 폭격을 했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앞은 벌쩡한데 뒤는 통째로 날아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흉물처럼 서 있는 노동당사는 지금껏 반공교육의 장소로 자주 활용되어 왔다고 하는데요. 분단의 아픔을 반공이라는 말로 적대화하면 할수록 그 아픔은 더욱 골이 깊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동당사의 가치도 재조명될 때입니다. 이 곳은 더이상 반공의 공간이 아닙니다.

멀리서 본 노동당사와 그 주변은 광활하고 넓은 대지가 펼쳐져 있는데요. 이 곳은 예전에 역사 속에서는 한 때 큰 장이 열렸던 곳으로, 가장 번화한 공간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 점에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철원의 역사와 더불어서 이 노동당사는 철원의 상징적인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반공'과 같은 이데올로기 대립에만 치중한다면 우리는 훗날 분단을 제대로 기억할 수 있을까요? 각종 이념의 희뿌연 먼지로 둘러싸여 우리는 분단을 제대로 남겨놓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통일 이전에도, 그리고 통일 이후에도 이런 분단의 공간을 '통일 문화'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서로에 대한 비방같은 소모적인 다툼을 멈추고, 하루 빨리 화해의 프레임을 조성해야 합니다.

 

 

철원과 같은 접경지대에서 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은 예전에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가기도 했다는데요, 지금 상황으로서는 정말 꿈만 같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왜 '꿈'만 같아야 하는지, 이 블로그의 이름처럼 왜 통일이 '미래의 꿈'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통일은, 꿈이 아닙니다.

꿈으로 느껴지는 통일을 현실의 영역으로 끌고 오는 것이 앞으로 우리 세대가 할 일입니다. 분단으로 인해서 얼마나 우리의 상상력이 제한되어 있는지, 대륙으로의 진출도, 해양으로의 전진도 단절되어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 다가올 미래에는 이런 분단의 불편함을 '기억'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도록, 분단 문화를 통일 문화로 바꾸어 가는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그러는데 평화는 수단이자 목적일 것입니다.

이상으로 상생기자단의  최수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