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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래 길잡이/현장과 사람

봉사요? 오히려 제가 얻어가는 게 더 많은걸요.

"'봉사'요? 

   오히려 제가 얻어가는 게 더 많은걸요."

<북한이탈주민 대상, 무료 과외 봉사를 하고 있는 이씨(27) 인터뷰! >



1. 안녕하세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실, 통일에 관심 많은 독자 여러분을 위해 소개 간략하게 부탁드릴게요.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이재희라고 하고, 1년 전 학업을 마치고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학습을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남북의 교육과정과 내용이 달라 어려움을 겪는 새터민 분에게 남한의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부분을 가르치는 것이구요. 올해 중순 즈음 있을 대학입시를 목표로 학생 분과 함께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여러 과목 중에서 제가 맡은 것은 영어와 논술입니다.

 

2. 처음 이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이 쪽 관련한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요. 어떤 루트를 통해 이 일을 접할 수 있게 됐는지 알려주세요.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이라는 단체를 통해 과외를 하게 됐습니다. ‘성통만사’는 북한인권 개선과 통일을 위해 여러 가지 뜻있는 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그 중에 새터민 과외 프로그램이 있어 예전부터 눈여겨보던 중, 기회가 닿게 되어 교사 신청을 했습니다. 단체에서 거주지와 나이 등을 고려해서 조건이 맞는 학생과 교사를 연결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신청자 중 한 명이었고, 덕분에 지금 좋은 분을 만나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됐네요.


3. 일을 오랫동안 하고 싶어하시다가 이제야 있게 됐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굳이 북한이탈주민 무료 과외봉사가 하고싶었어요? 이 일 말고도 많은 봉사활동이 있는데 말이죠. 

남학생이라면 누구나 그랬겠지만 대학 1, 2학년 동안은 정신없이 놀았습니다. 그러다 느닷없이 군대를 갔고, 전역할 즈음에 지금까진 많이 놀았으니 앞으로는 세상에 좀 쓸모가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환경 쪽 캠페인도 진행하고, 공정한 무역 체제를 마련하자는 취지의 활동에도 참여하고 다양한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 날인가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한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의 블로그를 우연히 들어갔습니다. 블로그에 새터민들이 북한의 실상을 하나하나 이야기 하는 글이 많은데 다 읽고 북쪽의 현실에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때 제가 가까이에 있는 동포들도 위하지 못하면서 너무 큰 활동을 하려 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우선 제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생각해서 일을 찾던 중 남한으로 온 새터민들이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었습니다.


 4. 이 봉사를 시작하면서  직접 해보기 전과 해본 후랑 북한이탈주민 대한 인식이 달라진 있나요?

‘북한 사람’이라는 선입관을 가능한 한 갖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말씀드리기는 참 곤란하군요그냥 옛날 군 시절이 생각납니다. 미군부대에 들어가게 돼서 문화며 언어며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사람 있는 데가 다 거기서 거기더라고요(하하) 미국인과 한국인도 비슷한데, 하물며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은 어떻겠습니까. 그냥 하나의 '한국인'으로 보고 싶었어요. 과거에도 그랬고요. 


5. 북한이탈주민 무료 과외 봉사 하신 후, 스스로 어떤 점이 변화한 게 있는지요? 내면적인 변화든, 외면적인 변화든 상관없이요.

당연한 것이긴 한데, 좀 더 부지런해졌습니다. 예전에도 중고등학생 과외를 몇 차례 한 적이 있지만 그 때 저는 학교와 학원 공부를 보조해주는 보조교사 정도의 위치였지, 지금처럼 주된 위치에서 학생의 학습을 주도해 나갔던 적은 없었습니다. 때문에 옛날보다 훨씬 과외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게 됐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제가 하는 일에 애착이 가네요.

 

5. 북한 출신 사람을 처음 만나 보신거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 것 같아요.

영어수업 도중 'goose'의 뜻이 거위라고 말했는데 학생 분이 “선생님, 거위가 뭐에요?” 되물은 적이 있어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 땐 ‘북한엔 거위가 없나?’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딱히 설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사진을 찾아 보여주자 학생이 “아, 게사니가 거위구나”했던 때가 기억에 남네요.

또 한 번은 학생이 ‘닭알’이라고 하는 것을 남한에서는 ‘달걀’이라고 한다고 말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 분이 ‘달걀’의 발음이 너무 웃기다고 자지러진 적이 있는데, 게사니의 경우도 그렇고 남한과 북한의 어휘가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이야기를 나누며 줄곧 호탕하게 웃던 이재희 씨. 인상이 참 좋다.


6. 가르치고 있는 대상이 평범한 남한의 학생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주변에 대한 경계를 풀지않는다고 들었는데요, 그들에게 다가갈 있는 재희씨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별로 '노하우'라 할만큼 내세울만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나 남한 사람들이나 별 다를 것 없는 모두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음... 보통 대학 생활 하다보면 외국서 살다온 친구들도 많은데, 그런 친구들한테서도 우리가 그리 이상한 느낌을 받지 않잖아요? 실제로 저와 함께 공부하시는 분도 제 주변 친구들과 별로 다르지 않고요. 저도 그냥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와 지내듯이 하고 있습니다. 

 

7. 관련 일을 하고 계시니,  질문을 빼놓을 수가 없겠네요. '통일'에 대한 이재희씨 만 생각이 궁금합니다.

많이들 얘기 나와 식상한 생각이긴 한데요,  통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정도라고 해야할까요. 시기나 통일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견은 있을지언정, '통일' 자체는 지극히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사람들이 FACEBOOK에 평양 류경호텔, 금수산 궁전 앞 인증샷을 올릴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한편으론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통일이 그렇게 당연한 일이라고 해서 그 과정까지 먼 발치에서 처리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어휘 등의 차이도 그렇고, 李대통령의 말처럼 통일이 도둑처럼 찾아온다면 남북 모두 어려움에 부딪힐 것은 뻔하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통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하되, ‘당연히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아는 것도 얼마 없고, 경험도 부족하지만 개인적으로 현재 한국 사회에 통일을 논하는 목소리가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8. 요즘 대학생들에게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한 봉사활동을 추천하는 이유는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에서 가르치는 쪽은 분명 저이지만 오히려 제가 학생분에게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고 생각해요.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 사회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습니다.


9.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우선 저와 함께하고 있는 학생 분이 바라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최대한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도 있다고 제 주변에 홍보를 하고 다니려고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좋고, 의미 있는 경험에 뛰어들도록 만들고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기사가 나갈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박채연 기자와 통일부 모두, 고맙습니다!